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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 물의 형태 : 사랑의 심상 얼마 전부터 나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한 단어가 있다. '심상(心像)' 흔히 시(詩)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다. 보통 '이미지'라는 말이 더 통용되지만, 나는 '심상'이라는 말을 더 선호한다. 외래어를 피하고픈 목적도 있지만, 이미지라는 단어가 사진 혹은 그림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점도 중요한 이유다. 심상. 마음에 맺히는 모양. 시에서는 글을 통해 어떤 심상을 이루는가를 중요하게 따진다. 심상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청각적 심상, 촉각적 심상. 때로는 둘 이상의 감각이 결합하여 공감각적 심상을 이루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두를 아우르는 단어로 우리는 '형상 상(像)'을 내세웠다. 인간에게 시각은 이렇게나 지배적이다. 그럼 시가 아니라 영화에서 심상을 추구하면 어떻게 될까? 영화는 기본적으로 시각 ..
[기담] 야구공과 할아범 남자아이는 시절에 따라 즐기는 스포츠가 달라진다. 고등학교 때는 농구를 즐겨했고, 중학교 때는 축구만 했다. 초등학교 때 우리의 스포츠는 야구였다. 이런 변화가 벌어진 이유는 아마도 아이들의 몸집과 연관 있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야구를 하곤 했던 공터를 어제 잠시 방문했는데, 이렇게 좁은 데서 어떻게 1, 2, 3루를 나누고 배트를 휘둘렀는지 놀랄 지경이었다. 초등학교 내내 야구를 했지만, 딱 반년 정도 야구를 못 한 적이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팔목이 욱신거리곤 한다. 어른들은 우리가 공터에서 야구 하는 것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럴 만도 한 게, 홈런이라도 날렸다가는 야구공이 주변 담장을 넘어가거나 주차된 자동차를 뚜드려패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어른들은 크게 뭐라 하..
[단편] 초식남 월드 면접 스터디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랜만에 박을 만났다. 그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그저 그런 대학을 졸업한 후 몇 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그마저도 때려치우고 아버지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우리 동네에 마지막으로 남은 세탁소 주인이었다. 오랜만이다. 잘 지냈냐? 아니 별로. 아직 취업 못 했냐? 그게 그렇게 됐다. 나도 뭐 그냥 빌붙어 산다. 서른을 넘긴 늙은 소년들은 남자가 되지 못한 현실을 한탄했다. 그래도 이리 허심탄회하게 처지를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 둘 다 별 볼 일 없기 때문이리라. 2차 면접을 앞두고 면접 스터디 중이라고 말하자 박이 눈썹을 치켜뜨며 반색했다. "야. 이 엉아가 기가 막힌 멘트 하나 알려주랴?" 취업/공시 카페에서 다년간 활동한 경험 덕분인지 박은 ..
[서평] 나는 막연히 두려워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젠가는 바둑에서도 컴퓨터가 인간을 이길 거야. 체스도 이겼잖아?" "야. 바둑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거든?" "에이, 바둑도 경우의 수라는 게 있는데. 그걸 전부 계산해버리면 그만이지." "바둑은 경우의 수가 361 팩토리얼이라고. 네가 1초에 1씩 세도 죽을 때까지 다 세지도 못해." "뭐 361 팩토리얼은 무한대인가? 까짓거 계산해버리면 그만이지. 언젠가는 컴퓨터가 이길 거야." "아니야!" "맞아!" 그리고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을 상대로 승리했다. 바둑에서도 컴퓨터가 인간을 능가한 것이다. 바둑은 절대 컴퓨터에게 정복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던 친구는 바둑 캐스터가 되었다. 그리고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신의 한 수로 1승을 거두던 날 눈물을 흘렸다고..
[짤평] <블랙 팬서> - 깊지도, 진하지도 않다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벗는 건 남자뿐입니다. 후후후. ※ 채드윅 보스만은 76년생입니다. 콜린 패럴하고 동갑입니다. (42세)
[단편] 내 안의 너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시작을 따지자면 아마 중학교 1학년 때였을 거다. 집 대문에 새로 오픈한 피자집 전단이 붙어있었다. 오픈 기념. 피자를 시키면 치킨이 공짜. 나는 뭐에 홀렸었나 보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네. 만 팔천 원입니다. 아뿔싸. 돈이 없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아버지 비자금에서 한 장. 내 비상금에서 한 장. 그렇게 혼자서 피자 한 판과 치킨 한 마리를 꿀꺽했다. 지독한 장염에 걸렸다. 초등 6년 개근상에 빛나던 내가 생애 처음으로 결석을 했다. 아픔은 문제가 아니었다. 오분이 멀다고 설사가 나오느라 문밖으로 다섯 걸음도 나설 수 없었다. 뱃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 변기 위로 달려가 뿌지지지쪼로로록퍝촵 기묘한 관악기를 연주해야 했다. 나중에는 자포자기하고 계속..
[짤평] <원더> - 네가 기적인 이유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애들이 전부 다 연기 신이 내린 것 같아요. 연기 못하는 아이가 없어요. ※ 후반에 접어두는 느낌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짧게나마 목소리를 들려주려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결말이 정말 정말 아쉽네요. 그렇게 끝날 게 아니었는데 ㅠ.ㅠ
[짤평] <염력> - 초능력이 있으면 뭐하나...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저는 세 번째 선택을 기대했는데 말이죠. 아쉽습니다. 아쉬워요. ※ 염력을 쓸 때 내는 소리가 마치 똥 싸는 소리 같습니... ※ 개인적으로 초능력 물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을 통해 초능력 물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란 작품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짤평] <배드 지니어스> - 커닝으로 떡상 가즈아?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남주만 잘생겼습니다. 여주는 안 예쁩니다. (시무룩) 근데 영화 다 보면 그새 정이 듭니다. 끝날 때 예뻐 보이더라는... ※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교육열(이라고 쓰고 광기라 읽는다)이야 심슨도 알아주는 대한민국이니...
자신을 변호하지 말지어다 황희 정승이 잠시 집에 머물 때의 일이다. 세종 : 황희를 들라 하라. 황희 : 아... 안돼... 하녀 둘이 시끄럽게 싸우다 황희에게 하소연하기에 이르렀다. 한 하녀가 사정을 이야기하자 황희가 대답했다. "그래 들어보니 네 말이 옳구나." 그러자 다른 하녀가 자기가 옳다고 이야기했다. 황희는 이번에도 똑같이 대답했다. "그래. 네 말도 옳구나."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부인이 한 소리 했다. "두 사람이 서로 반대의 이야기를 하는데 둘 다 옳다고 하시면 어떡합니까? 한 사람은 틀렸다고 하셔야죠." 그러자 황희가 대답했다. "부인 말도 옳소." 황희 정승의 유명한 일화다. 식자들이 말하길 대립하는 것을 하나로 포용하는 관용의 정신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그런가? 실상은 줏대 없고 안일한 이야기에 불과..
흥행과 작품성 사이 흥행작을 까면 거친 항의를 받는다. 내가 이렇게 재밌게 봤는데. 재밌게 본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네까짓 게 뭐길래 천만의 선택을 무시하느냐! 허파에 바람이 들어갔다. 어깨에 예술 뽕을 얹었다. 이런 소리를 듣는다. 그 심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좋아하는 작품이라면 아끼는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흥행이 작품성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이것은 상황을 뒤집어 보면 명백해진다. 평단의 호평을 받고, 각종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타고,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고, 세월이 지나 10년 뒤, 20년 뒤에 고전으로 남는 작품 중에 대박 난 영화는 별로 없다. 개인적으로 21세기 최고의 영화 목록에 기꺼이 오를 거라 생각하는 의 한국 관객 수는 고작 32만 명이었다. 그럼 또 이런 말을 듣는다..
[짤평] <돌아와요 부산항애> - 생각보다 멀쩡하다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오히려 멀쩡해서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 , , 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는 박희준 감독님을 응원해야 할지 말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스포) 왜 <코코>는 갓무비가 되지 못했나? ※ 이 글은 영화 ,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에는 의미심장한 비유가 등장한다. 망자의 땅과 생자(生者)의 땅 경계에 서 있는 출입국 사무소다. 망자들이 생자의 땅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출입국 사무소에서 자격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 자격이란, 생자가 망자를 추억하는 사진을 진열해놔야 한다는 것. 여기서 떠오르는 의문점. 왜 영화는 이 과정을 출입국 사무소처럼 표현했을까? 는 멕시코를 배경으로 멕시코의 문화를 다루는 멕시코의 영화다. 그러나 영화를 만든 것은 미국 회사와 미국인 감독이다. 현재 미국의 트럼프 정권은 멕시코 밀입국자를 배척하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실현 중이다. 결국, 출입국 사무소는 멕시코 문화와 미국 문화가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함축적으로 비유하는 장치라 할..
[짤평] <코코> - 따뜻한 죽음의 세계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제목을 '코코'가 아니라 '리멤버 미'라고 했으면 더 잘 어울렸을 것 같습니다. 노래가 아직도 뇌리에서 떠나질 않네요. ※ 디즈니는 명작 만드는 공식을 발견한 게 아닐까 싶네요. 도대체 나오는 작품마다... 그나마 예전에는 실사 영화를 말아드시며 균형을 잡아주셨는데 요즘은 뭐 전후좌우 가리지 않고 다 잘 만드네요;;;
나는 왜 신파에도 불구하고 <1987>을 칭찬하는가? ※ 이 글은 영화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절묘한 거리감 의 전반부는 절묘한 거리감을 유지한다. 감정에 매몰하여 신파로 빠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덤덤하여 쿨한 척하지도 않는다. 박종철의 사망 소식을 들은 가족은 낙담하거나 오열한다. 영화는 이를 과도한 기법, 예를 들면 슬로우 모션 같은 촌스러운 모습으로 담아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애써 외면하지도 않는다. 슬프지만 담담하게 관조할 뿐이다. 이는 촬영과 연출만의 덕일까? 아니다. 서사도 한몫한다. 박종철의 죽음은 절로 오열이 튀어나오는 비극임이 틀림없다. 그의 가족이라면 말이다. 아무리 슬퍼도 관객은 오열하지 않는다. 왜냐고? 매몰찬 소리겠지만, 박종철은 내 새끼가 아니기 때문이다. 의 서사에는 사망자 박종철만 등장한다. 내 새끼 박종철은..
[짤평] <불한당> - 누아르 껍질 속의 로맨스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을 두고 브로맨스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브로맨스는 진한 우정을 의미합니다. 은 명백히 로맨스입니다. ※ 에서 로맨스를 읽지 못 하면 클리셰 범벅 똥폼 누아르만 남을 뿐입니다. (그래도 스토리가 형편없는 수준은 아님) 근데 로맨스가 보이면 영화가 화-악 달라집니다. ※ 처음 볼 때는 한재호(설경구)와 조현수(임시완)의 로맨스만 보였습니다. 근데 다시 보니 한재호를 향한 고병갑(김희원)의 짝사랑도 절절하더라고요.
[짤평] <1987> - 이토록 뜨거운 민주주의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특별출연한 배우의 이야기를 가급적 자제했습니다. 댓글에서도 자제를 부탁드립니다. ※ 저에게 올해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근데 올해 우여곡절이 많아서 영화를 많이 못 본 게 함정...)
[짤평] <신과함께> - 본격 신파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슬프지만 신파가 아닌 영화가 뭐가 있나 떠올려보니 작년 이맘때 개봉했던 가 있네요. ※ 안 좋은 소리를 많이 했지만, 점수에서 보이듯 망작, 닦이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명작도 아니고... 살짝 아쉬운 범작 느낌입니다.
[시] 작가지망생 오십 원짜리 갈비에 분개하던 시인은자기가 모래알보다 작다고 한탄인데나는 뭐가 그리 잘났길래모니터 뒤에서 키보드를 부여잡고세상이 어떠네, 예술이 어떠네좆문가 식견을 걸레 짜듯 토하고충달님 글 너무너무 좋아요이 말에 헤벌쭉 흘러나온 웃음이셋 평짜리 원룸에 메아리친다 오십 원이라도 벌어봤다면그 돈 버느라 쎄빠지게 고생했다면나라도 기름 덩어리 갈비를 두고 화를 내겠지그런데 내 글은십 원짜리 한 장 벌어보지도 못하고책을 내야 작가가 될 터인데딱 오백만 원 내면 글 한 편 실어준다고그러니깐 내 글의 고료는 마이너스 오백만 원 오십 원짜리 갈비에 분개하던 시인은자기가 모래알보다 작다고 한탄인데나는 마이너스 오백만 원 주제에그 돈조차 없어서나를 뭘로 보냐고 화도 못 내고셋 평짜리 원룸에 돌아와모니터 뒤에서 키보드를 부..
"여성 없는 천만 영화" 기사를 보고 여성 신문은 "여성 없는 '천만 영화'"라는 제목의 카드 뉴스를 발행했다. (링크) 언론사가 '알탕'이라는 혐오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그저 무시할 내용만 적힌 것은 아니다. 이 기사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이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고자 글을 쓴다. 모순이거나, 오판이거나 혐오 용어를 단순히 참조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미 위 기사는 언론의 자격이 없다. 그러나 그 이전에 언론의 자질조차 없어 보인다. 이 짧은 카드 뉴스 안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여성 없는 '천만 영화'" 中 ▲ 참조 : 통계청 블로그 "좀비부터 옹주까지, 극장행 이끄는 한국 영화 내가 알기로 국내에서 극장가 큰 손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다. 흥행하려면 ..
[단편] [기담] 귀(鬼) 감나무 베던 날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다음 날. 엄마는 매일 화장했다. 손님 받지 않거나 밖에 나가지 않아도 화장했다. 그런데 감나무 베던 날에는 화장도 안 하고 머리도 안 빗었다. 한 번도 입지 않은 새하얀 속적삼에 속곳을 입고 종일 벽만 쳐다봤다. 배고파 엄마한테 밥 달라 했는데 엄마는 암말도 안 했다. 심심하고 배도 고파 광수네 놀러 갔다. 광수 애미가 광수 없다 그랬다. 댓돌에 광수가 자랑하는 고무신 있는데 집에 없다 그랬다. 그래서 돌아 나오는데 배가 너무 고팠다. 그래서 철쭉 따 먹고 있었는데 영감님이 지팡이로 때렸다. 나는 영감님 싫다. 영감님 맨날 나만 보면 혼냈다. 다른 애들은 안 혼냈다. 정가리가 무슨 말인지 모르는데 정가리 하라 그랬다. 나는 엄마 말도 잘 듣고, 이도 꼬박꼬박..
[짤평] <강철비> - 현실적인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본문에는 못 실었는데, 음악도 상당히 좋습니다. ※ 김지호씨, 박선영씨, 박은혜씨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얼굴 봐서 반가웠습니다.
혐오의 시대를 지나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페미니즘은 각종 게시판을 불태웠다. 혹자는 인터넷에서만 시끄러운 '찻잔 속 태풍'이라 말한다. 내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프라인에서 메갈이나 워마드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없었다. 일베가 활개 칠 시절에는 대학에 몸담고 있었다. 일베 관련 이슈를 오프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에서 메웜(메갈+워마드)의 악명을 접하지 못한 것은 내가 그만큼 늙었기 때문이리라. 이제 내 주변은 일베나 메웜보다는 코스피와 비트코인과 부동산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내가 메웜 이슈를 잘 안다는 것은 그만큼 철이 없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메웜 이슈에 관심이 간다. 인터넷 이슈가 현실 정치의 일기예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베가 무섭게 세를 불리던 MB 시절에는 그들이 현실 정치에..
[짤평] <저스티스 리그> - 닦이냐 아니냐?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DC가 마블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기분입니다. ※ 이걸 보느니 이미 수십 번 본를 한 번 더 보는 게 낫습니다. ※ 기분 전환으로 파오라 액션이나 보고 가시죠.
거짓말 표절 소설 는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소설이다. '팀-알렙'이라는 바이럴마케팅 업체가 비밀 권력 조직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인터넷 여론을 조작한다는 내용이다. 그들은 진보 성향 커뮤니티와 진보 지식인을 공격하고, 나아가 청소년 사이에 보수 성향의 슬로건을 유행시킨다. 그 과정이 매우 그럴듯하다. 실제 인터넷 여론 조작을 모티브 삼은 에피소드가 있어, 커뮤니티 활동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아~ 그때 그일!"하며 가물가물한 기억을 끄집어낼 것이다. 그러다 막히면 나무위키를 켜겠지. 그중에서 내가 가장 또렷하게 현실의 원형을 떠올린 것은 바로 다음의 이야기였다. 임상진 그렇군요.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시죠. 찻탓캇 뭐, 예. 제가 올린 글은 '저는 영화산업 노동자 OOO이라고 합니다'라고 시작하는 게시물..
[짤평] <토르 : 라그나로크> - 근육 바보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영화에 유명 카메오가 등장합니다. 한 번 잘 찾아보세요. 크크크. ※ 빨리 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그 느낌이 예전에는 "빨리 타노스 보고 싶다."였는데, 슬슬 "아 빨리 타노스 좀 무찌르자..."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슬슬 MCU도 질려가는 걸까요? ※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 내년으로 개봉이 연기되었습니다. 아마 아카데미 시즌에 맞출 생각인 것 같은데... 하... 길예르모 델 토로가 예술 영화 감독도 아니고, 차라리 따져보면 B급 출신인데,..
[짤평] <마더!> - 도발적 우화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메시지가 곧 영화이다보니 풍자가 지목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명확히 적을 수 없는 점 양해바랍니다. 저 또한 비유해서 말하자면 는 아벨이 아닌 카인의 주장이며, 예수가 아닌 아하스페르츠의 설화이고, 베드로가 아니라 마리아의 고백입니다. ※ 는 너무 친절했다고 표현하기 보다 노골적이었다고 말해야 적확하다는 생각입니다. ※ 본문에 적힌 이유로 이번에는 다이아 점수를 적지 않았습니다. 스토리나 작품성의 높고 낮음은 결국 통(通)에 따라 갈릴 거라 생각합니다. 그 외에 ..
[짤평] <블레이드 러너 2049> - 가장 완벽한 후속작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조이 언제 출시하나요. 일해라 마이크로소프트! ※ 지루하다는 얘기가 있던데, 어느 정도는 공감합니다. 진실에 다가설수록 되레 호흡이 느려지더라고요. 사건의 전말을 친절하게 설명하지도 않고요. 하지만 그 와중에 스크린에 펼쳐지는 공허한 풍광이 인물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덜 대중적이긴 하지만, 그런 연출이 저는 마음에 드네요. ※ 드니 빌뇌브랑 저는 잘 맞는 것 같아요. 올해 본 두 편의 영화 , 모두 올해의 영화였네요.
[짤평] <남한산성> -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저는 "웰메이드"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흔히 웰메이드라고 불리는 작품은 대중성에 있어 보이는 메시지를 잘 녹여낸 작품이었거든요. 훌륭하지만, 특색은 없었죠. 양산형 테란. 불편하지 않기 위해 애쓴 흔적도 싫었습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웰메이드 작품은 작가주의가 아니라 상업주의였습니다. 그러나 은 웰메이드이면서도 대중에 굽실대지 않은 기분입니다. 치욕의 역사를 정면에서 다뤘죠. 이것만으로도 보고 나서 기분이 후련했습니다.
이해의 종말 이해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 2. 깨달아 앎. 또는 잘 알아서 받아들임. 3.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임. 사리, 분별, 해석, 깨달음, 사정, 헤아림. 정의를 보자면 이해는 이성적 활동이다. 머리가 하는 일이다. 그래서 무례한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는 자를 멍청이 취급한다. "어떻게 이해하지 못할 수가 있죠? 난독이시네요. 공부 좀 더 하고 오세요." 텅텅 빈 머리가 잘 돌아가지도 않는다고 요리조리 돌려 말한다. 하지만 이해는 이성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전적 정의에도 쓰여있다. "너그러이 받아들임." 이성적 활동이 이해의 시작이라면, 이해의 끝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감성적 활동이다. 가슴이 하는 일이다. 아무리 머리로 헤아려도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