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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읽고 나면 남는 게 많다


  35억 원짜리 식사


  투자 천재이자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과 만나는 것은 얼마의 가치가 있을까? 그는 2000년부터 '워런 버핏과의 식사'라는 경매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낙찰자는 뉴욕 맨해튼의 '스미스&월런스키 스테이크하우스'에서 7명의 지인과 함께 버핏과 식사할 권리가 주어진다. 2018년 낙찰 금액은 330만 100달러. 우리 돈으로 35억 원에 이르는 거금이다. 비록 한 번의 식사로 워런 버핏의 모든 것을 배울 수는 없겠지만, 그 한 번의 기회를 얻기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거액을 쏟아붓는다. (경매 수익은 자선 단체에 기부된다)


  이 행사 소식을 들을 때면 부러움과 질투가 솟는다. 나도 워런 버핏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오마하의 현인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목소리를 주고받으며, 농축된 삶의 자세를 배워보고 싶다. 하지만 나는 부자가 아니다. 한 끼 식사에 35억 원을 기꺼이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 우리에게는 워런 버핏의 인생 노하우를 배울 기회조차 없는 걸까?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은 그 기회를 선물한 책이다. 이 책에는 시대의 멘토라 불리는 22명의 명사들이 등장한다. 당연하게도 워런 버핏도 그 중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워런 버핏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분명한 삶의 원칙이 있었고, 버릴 줄 아는 지혜를 가졌으며, 돈 자체가 아니라 돈의 철학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귀중한 삶의 자세다. 이를 완전히 체득할 수 있다면 35억 원은 당연한 대가처럼 느껴질 정도다. 나는 그 소중한 가치를 우리 집 소파에 앉아 배울 수 있었다. 책을 통해 35억 원짜리 식사를 간접 체험했다. 이것이 독서의 위대함이고, 우리 삶에 좋은 책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새로 만나고, 다시 만나고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에는 워런 버핏에 버금가는 명사가 21명이나 더 등장한다. 그중에는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대니얼 카너먼처럼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책을 통해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있었다. 여성 최초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맡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3조 원의 가치를 가진 사람 지미 아이오빈. 자폭 메신저 '스냅챗'을 개발한 에반 스피겔. 모두가 책을 통해 새롭게 만난 사람들이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야후의 전 CEO였던 캐롤 바츠였다. 구글과 SNS가 등장한 이래 야후는 꾸준히 내림세를 이어왔고, 결국 그녀는 재직한 지 2년 7개월 만에 전화 한 통으로 해고되는 악몽을 겪었다. 하지만 그녀는 암담한 현실에 주눅 들지 않았다. 2012년 위스콘신 대학교 졸업 연설에서 학생들에게 "꿈 깨!"라고 다그친다. 실업률이 높아지고, 직업 안정성이 불안한 현실 속에 무궁무진한 기회가 숨어있다고 말한다. 어째서 그녀는 최악의 실패 후에도 당당할 수 있을까? 무엇이 그녀에게 용기를 주었을까? 피어오르는 호기심 덕분에 저자가 들려주는 캐롤 바츠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알던 사람에게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 나는 그녀를 성공한 경영인이자 여성 운동에 앞장서는 당당한 모습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책을 통해 만난 그녀는 상실의 아픔에 고통받는 연약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내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을 때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셰릴 샌드버그도 '회복탄력성'을 통해 상실의 고통을 이겨내고 진정한 행복을 추구했다. 마치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동창을 만난 기분이었다. 내가 알던 그녀와 새로 알게 된 그녀는 다른 사람이었지만, 그 덕분에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거인의 시야로 바라보다


  책에 등장하는 22명의 명사들은 분야도 다양하고, 삶의 철학도 다양했다. 그런데 이처럼 개성 강한 사람들 사이에도 공통점이 존재했다. 그들은 '나'를 넘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프 베조스 : 똑똑함은 재능이고 친절함은 선택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 우리 세대가 말하는 '모두'는 전 세계 모든 사람입니다.

  일론 머스크 : 이윤보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일하는 게 더 의미 있습니다.

  빌 게이츠 : 우리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가진 자원을 슬픈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쓸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합니다. 

  셰릴 샌드버그 : 우리는 공동체로서 '집단적 회복탄력성'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워런 버핏 : 만일 당신이 운 좋은 인류의 1%에 해당한다면 당신은 나머지 99%에게 빚을 진 셈입니다.

  ......


  나에게는 나름 충격이었다. 22명의 명사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랐다. 그들은 개인의 성공을 위해서만 살지 않았다. 자신의 성공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들이 명사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생각하는 자세. 그 덕분에 더 높이 보고, 더 멀리 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것이다. 성공을 위한 이기심의 바탕에는 인류애적 이타심이 있어야 한다. 나를 위한 성공을 넘어 우리를 위한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 더 크고 위대한 일을 이룰 수 있다. 이것은 22명의 명사들이 아니었으면 배울 수 없는 내용이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거인의 시야로 바라봤기에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시선을 공유한다는 것. 이 또한 좋은 책이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 한다.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