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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3번 읽으면 알 수 있는 인생의 진리 "삼국지 3번 읽은 사람과는 논쟁하지 말라." 초등학생 시절 이 말을 듣고 부모님을 졸라 이문열 삼국지를 구입했다. 전부 10권이나 되는지라 가격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자식이 책을 보겠다고 하니 어려운 살림에도 부모님이 흔쾌히 구매해주셨다. 물론 이틀도 안 되어 보던 책을 집어 던졌다. 꼬꼬마가 보기에는 재미도 없고 어려운 책이었다. 그러다 만화방에서 60권짜리 만화 삼국지를 접하게 되었고, 나는 삼국지에 흠뻑 빠져버렸다. 그렇게 만화로 접하고, 게임으로 즐기고, 드라마를 찾아보며, 나중에는 이문열 삼국지까지 완독하게 되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힘에 끌렸다. '관우와 장비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여포는 그 둘에 유비까지 합세해도 승부를 내지 못했으니 여포가 최고다.' '합비의 장료도 명장이다.' '..
꼰대, 당신일 수도 있습니다 "나 말이야. 요즘 꼰대가 된 것 같아." 친구 녀석이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주제에 저런 소리를 뱉었다. "장가도 안 간 주제에 뭔 소릴 하는 겨?" "며칠 전에 우리 회사가 산학협력하는 곳에 갔다가 대학생 애들하고 술을 마셨는데." "여대생한테 찝쩍거렸냐?" "날 너 같은 종자랑 비슷하게 여기지 말아줬으면 해. 그러니깐 닥치고 들어봐. 우리 회사가 양조 사업을 하거든? 나는 술 자문으로 그 일에 들어간 건데, 거기서 제일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는 애가 술에 대해 너무 모르는 거야. 그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줬는데, 너무 꼰대질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다." 젊은 시절 우리는 절대 꼰대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나이든 아저씨들은 하나같이 훈계하고 싶어 안달 나 보였고, 그렇다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
이제 일주일에 책 한 권 보는 건 일도 아니다 "너 끈기를 길러야겠다."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사람들은 성공하기 위해서는 끈기를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당연한 소리다. 한자리에 앉아 오랫동안 몰입하는 학생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끈기를 키워야 할까? 무작정 궁둥이만 오래 붙이고 있는다고 끈기가 늘어나나? 이것도 틀린 소리는 아니다. 궁둥이를 오래 붙이고 있다 보니 시험에 합격하고, 성적이 올랐다는 얘기를 우리는 숱하게 들어왔다. 하지만 너무 막연한 이야기다. 이것은 마치 100m 달리기 선수에게 '금메달을 따고 싶으면 더 빨리 뛰면 돼!'라고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그저 무작정 달리기만 하는 육상 선수는 없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더 빨리 달리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그런..
날개를 달았습니다 가수 이적을 모르시는 분은 없으시겠죠? 지금은 노래 본좌로 불리지만, 데뷔 초만 해도 이적은 노래 못하는 가수로 평가받았습니다. 특히나 함께 카니발을 결성했던 김동률과 많이 비교당했죠. 고등학교 시절 '이적이 낫냐, 김동률이 낫냐' 하는 논쟁은 급우는 물론 선생님도 관심을 두던 얘깃거리였습니다. 그 결론은 다음과 같았죠. "이적은 가사, 노래는 김동률." 당시 김동률은 이미 대체 불가능한 보컬로 평가받았습니다. 김동률의 노래를 김동률보다 잘 부르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죠. (동일한 평가를 받는 가수로는 전인권, 박정현 등이 있습니다) 그에 반해 이적은 호소력 높은 고음을 갖고있었지만, 김동률처럼 매력적인 저음도 없었고, 음량이 풍성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단단한 중저음에 익숙한 팬이라면 그가 이런 ..
<버닝> - 세 인물의 의미 ※ 이 글에는 영화 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의 이야기는 모호하다. 있어 보이게 표현하자면 열린 결말이고, 싸게 말하자면 떡밥이 널려있다. 받으면 끊어지는 전화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버지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물은 존재하는 걸까? 정말 벤이 해미를 죽였을까? 고양이는 정말 보일이일까? 벤의 두 번째 여인은 어떻게 됐을까? 모임 멤버들은 벤의 정체를 알까? 그리고 종수는 정말로 벤을 죽였을까? 이야기는 어떤 해석도 가능하다. 사실 이렇게 열린 이야기를 가지고 '해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각자의 감상이 있고 각자의 해석이 있을 뿐이다. 그게 싫었다면 감독이 친절하게 서술했어야 맞다. 그럴싸한 단서만 뿌리며 떡밥 놀음하는 게 위대한 예술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모..
호구론 호구. 범의 아가리. 바둑돌 석 점에 둘러싸여 한쪽만 비어있는 모양. 여기서 유래된 또 다른 의미. 어수룩해서 이용하기 좋은 사람. 사기꾼과 타짜에게 털어 먹히기 위해 죽을 곳에 제 발로 뛰어드는 사람. 범의 아가리에 갇힌 자. 호구. 털어 먹힌 것도 억울한데, 왜 사람들은 굳이 호구라고 부르며 아픈 곳을 후벼 파는 걸까? 왜냐면 멍청해 보이니깐. 들어가면 죽을 수에 제 발로 들어가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다. 하지만 죽을 곳인 줄 알았으면 제 발로 들어갔을까? 전문 사기꾼의 설계는 매우 치밀해서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속임수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아니, 도리어 똑똑할수록 파악하기가 힘들다. 스스로 어리숙하다고 생각해서 욕심부리지 않고, 뭐든지 열심히 찾아보려는 사람은 사기당하지 않는다. 스스로 똑똑하..
<셰이프 오브 워터> - 물의 형태 : 사랑의 심상 얼마 전부터 나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한 단어가 있다. '심상(心像)' 흔히 시(詩)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다. 보통 '이미지'라는 말이 더 통용되지만, 나는 '심상'이라는 말을 더 선호한다. 외래어를 피하고픈 목적도 있지만, 이미지라는 단어가 사진 혹은 그림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점도 중요한 이유다. 심상. 마음에 맺히는 모양. 시에서는 글을 통해 어떤 심상을 이루는가를 중요하게 따진다. 심상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청각적 심상, 촉각적 심상. 때로는 둘 이상의 감각이 결합하여 공감각적 심상을 이루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두를 아우르는 단어로 우리는 '형상 상(像)'을 내세웠다. 인간에게 시각은 이렇게나 지배적이다. 그럼 시가 아니라 영화에서 심상을 추구하면 어떻게 될까? 영화는 기본적으로 시각 ..
[기담] 야구공과 할아범 남자아이는 시절에 따라 즐기는 스포츠가 달라진다. 고등학교 때는 농구를 즐겨했고, 중학교 때는 축구만 했다. 초등학교 때 우리의 스포츠는 야구였다. 이런 변화가 벌어진 이유는 아마도 아이들의 몸집과 연관 있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야구를 하곤 했던 공터를 어제 잠시 방문했는데, 이렇게 좁은 데서 어떻게 1, 2, 3루를 나누고 배트를 휘둘렀는지 놀랄 지경이었다. 초등학교 내내 야구를 했지만, 딱 반년 정도 야구를 못 한 적이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팔목이 욱신거리곤 한다. 어른들은 우리가 공터에서 야구 하는 것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럴 만도 한 게, 홈런이라도 날렸다가는 야구공이 주변 담장을 넘어가거나 주차된 자동차를 뚜드려패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어른들은 크게 뭐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