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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휴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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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실패를 위하여 어렸을 적 부모님은 호프집을 하셨습니다. 가게를 마감하는 시간이 새벽 3~4시다 보니, 그때부터 저는 많은 집안일을 도맡아야 했습니다. 물론 어머니가 밥과 반찬을 만들어주셨지만, 동생과 함께 그것을 차려 먹기만 하는 것도 초등학생에게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머리가 커지면서 동생 도시락도 싸보고, 청소며, 빨래며... 저는 반 주부가 다 되어갔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영화는 원 없이 봤습니다. 매주 주말이면 '주말의 명화'와 '토요명화' 가운데서 무엇을 봐야 하는지 즐거운 고민을 했었죠. 누구의 방해도 없이 어린 나이부터 야하건, 잔인하건 상관없이 많은 영화를 봤습니다. 그 수많은 명작들... 꼬꼬마가 뭘 알고 봤을 리는 없겠지만 작은 브라운관에서 뿜어지는 영상에 매료되었던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중..
(나의) 영화 비평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낙원동 아트시네마 이관행사 오픈토크에서 나온 정성일 평론가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비평가라는 이름을 단 사람이 영화를 보자마자 즉각 나와서 자기 트위터에다 본 영화평을 올리는 건 자판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슨 비평가입니까? 자기가 감히 영화를 보자마자 비평을 쓸 수 있다고?” 이에 듀나가 반박하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참조) 이 글은 정성일과 듀나의 논쟁을 바라보며 어떤 비평을 추구하고, 어떤 글을 써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하는 글입니다. 트위터는 비평이 될 수 있을까? 저는 트위터라는 미디어와 140자라는 길이에 대해서는 일단 듀나의 입장에 동의합니다. 애초에 리뷰와 비평은 구분되어 내려왔으니까요. 다만 저는 여기서 더 나아가 트위터가 비평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천상병「귀천」- 말줄임표에 담긴 의미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은 기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젊은 시절 머리가 덥수룩하여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폐인 꼴을 하고 다녔고, 이를 딱하게 여긴 친구가 이발을 시켜주기로 합니다. 하지만 그냥 돈을 주면 술을 사 먹을까 봐 천상병을 데리고 이발소로 가게 되죠. 그런데 친구가 이발비를 지불하고 나서자 천상병은 지금까지 이발한 비용을 제외하고 환불받기를 요구합니다. 어이없어하는 이발사가 환불을 해주자 천상병은 그 돈으로 술을 사 먹었다고 합니다. 천상병은 무연고자로..
남자들이 다 그렇진 않아 우리동네에는 프린터 as를 하시는 사장님이 계신다. 컴퓨터나 프린터가 고장나면 내가 직접 고치면 되기 때문에 이 분께 수리를 맡긴적은 없지만, 잉크 충전도 하시기 때문에 종종 찾아뵙는 분이다. 때문에 내 휴대전화에는 '잉크사장님'이라는 이름으로 번호가 저장되어있다. 혹시나 출장중일수도 있으니 찾아가기 전에 전화를 드리기 위함이다. 검정잉크가 떨어진지 꽤 되었지만 귀차니즘에 차일피일 미루다 인쇄할 일이 많아져 충전하러 가야겠다는 크나큰(?) 결심을 하게 되었다. 사장님께 전화를 드리자 나긋나긋한 목소리로"네~ 지금 찾아오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하신다. 평소에는 이런 방문은 당연히 혼자서 하겠지만, 오늘은 여친과 동행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네~ 어서오세요." 여전히 나긋나긋한 목소..
나를 바꾸는 과학적 방법 ※ 이 글의 대부분의 내용은 김주환 교수님의 책『회복탄력성』과 그의 수업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0. 들어가면서 이 글은 「현상학과 심리학 - 자기계발서는 왜 쓸모없는가?」(참조)에 이어서 쓰는 글이다. 지난 글은 뇌의 작동 매커니즘을 통해 자기계발서가 왜 쓸모없는지에 대해 지적하고, 진정한 자기계발의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하나 방향성을 제시하였을 뿐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였고, 반쪽짜리 글을 썼다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진정한 자기계발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에서 제시하는 방법론과 여타 자기계발서의 차이를 언급하고자 한다. 탈무드에는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주면 하루를 살 수 있지만, 물고기를 잡는 방..
대구 돈벼락 사건 훈훈한 결말 요약 1. 정신질환이 있는 안씨가 지난달 29일 낮에 대구 달서구 송현동의 한 도로에서 5만원권 160여장(800만원)을 뿌렸다. 2. 안씨가 뿌린 돈이 고철 등을 수집한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돈이라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짐. 3. 안타까운 사실에 돈을 주은 사람들 중 6명이 송현지구대를 찾아 주은 돈을 돌려주어 285만원을 회수함 4. 한 독지가가 "돌아오지 못한 돈도 사정이 있겠지요. 그 돈으로 생각하시고 사용해 주세요"라는 메모와 함께 500만원을 신문사에 주고 감.5. 결국 800만원 중 785만원이 회수 된 셈. 6. 세상 아직 살만 한 것 같음
왓챠 시사회 진행에 대한 유감 인생 처음으로 시사회라는 것에 당첨되었습니다. 왓챠에서 진행한 이벤트로, 영화는 입니다. 감독 베넷 밀러의 신작으로 67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당첨되지 않았어도 찾아볼 영화였기에 당첨사실이 너무나도 기뻤죠. 시사회는 종로 서울극장에서 오후 8시에 진행된다고 공지되었습니다. 꽤 늦은 시간이라 할 일 다 마치고 저녁도 먹고 느긋하게 7시쯤 종로로 출발했습니다. 극장에는 7시 50분 쯤 도착했구요. 자리 배정이 안되있었기에 '운 나쁘면 구석에서 보겠구나' 걱정은 했지만 공짜로 보여준다는데 그런 것 쯤이야 상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리뷰 쓸 생각에 그저 기분이 좋았더랬죠. 극장 로비에 시사회 발권을 위한 임시 창구가 있었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쪽에서 이..
현상학과 심리학 - 자기계발서는 왜 쓸모없는가? 0. 들어가면서 인터넷 여론은 자기계발서가 냄비받침이나 불쏘시개 정도의 가치 밖에 없다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아직도 SNS와 블로그에서 자기계발서 찬양이 멈추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어떤 사상에 대해 깊이 고찰하면 뭔가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내면적 발전을 이루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내면의 발전을 이루는 매커니즘은 그 사상 자체와는 거의 무관하다고 할 수 있다. 구약처럼 설화를 모아놓은 책에서도 깨달음은 얻을 수 있는 법이다. 결국 과학적, 논리적 근거가 없다면 그 글은 개인적 깨달음, 즉 '수필'이라는 명칭이 적합하다. 자기개발 '이론'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이 글은 인간 심리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자기계발서의 부당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