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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간과하기 쉽지만, 의외로 건강에서 제일 중요한 것

간과하기 쉽지만, 의외로 중요한 건강 요소

 

건강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럼에도 나는 건강을 2가지 측면에서 생각하고자 한다. 하나는 목숨과 관련된 건강이고, 다른 하나는 행복과 관련된 건강이다.

 

목숨과 관련된 건강에는 무엇이 있을까? 심혈관계 질환 같은 경우 말 그대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암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런 질병은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다. 덕분에 관련 보험도 많고, 치료법이나 약물 개발도 활발하다.

 

반면 행복과 관련된 건강은 상대적으로 경각심이 덜하다. 일단 죽고 사는 문제보다 덜 위험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그 정도는 그냥 참고 살아야지 별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질환이 관절염이나 당뇨병 그리고 각종 감각 기관 관련 질환들이다. 이런 질병들은 목숨하고 별 상관없거나, 있어도 약만 꼬박꼬박 처방하면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질병을 달고 산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당사자가 아니면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감각 기관과 관련된 질환은 개인에게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갈 수 있다. 내일 당장 눈이 보이지 않는다거나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안타깝지만,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시력이나 청력이 나빠진다. (후각, 미각, 촉각도 둔해진다) 심하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과연 보이지 않는 것과 들리지 않는 것 중에서 무엇이 더 심각한 일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게 더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심지어 법도 그렇게 되어 있다.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따르면, 두 눈이 실명될 경우 1급 장해로 구분하지만, 청력을 잃는 것은 4급 장해로 구분한다.

 

1955년, 70대의 헬렌 캘러는 그때까지 백만 번은 들었을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침묵과 어둠 속에서 평생을 보낸 후, 듣지 못하는 것이 보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듣는 것은 수준 높은 지식과 정보를 얻는 데 필수입니다. 듣기에서 배제되면 실제로 고립되는 것과 마찬가지죠."

<볼륨을 낮춰라>, 18p

 

하지만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었던 헬렌 캘러는 시력보다 청력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청력을 잃으면 소통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시각 장애는 사물에서 사람을 떼어 놓지만, 청각 장애는 사람에게서 사람을 떼어 놓는다. 그래서 청력을 잃으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그런 면에서 청력은 사람의 행복에서 가장 중요한 건강 요소라고 말할 수도 있다.

 

책 <볼륨을 낮춰라>는 이처럼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청력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아낸 책이다. 우리가 소리를 듣는 메커니즘부터 (사람은 귓구멍 속에 있는 공기 분자를 1조 분의 1미터 이동시키는 아주 희미한 진동도 감지할 수 있다), 여러 종류의 청각 관련 질환과 장애에 관하여 알려주고, 나아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최신 과학의 성과까지 소개하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지금보다 청력을 잃기에 더 좋은 시기는 없었다

 

오늘날 우리의 귀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지나치게 시끄러운 소리다. 귀는 지금 우리가 사는 환경과 전혀 다른 소리 환경에서 진화했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 돌풍, 폭포, 파도, 폭발하는 화산, 울부짖는 짐승들, 소리치는 적 등 세상의 모든 소음 중 인류 역사에서 영구적인 청력 문제를 일으킬 만큼 크거나 계속된 소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큰 소음이 없던 시대는 항생제가 없던 시대이기도 해서, 다양한 종류의 감염으로 고막에 염증이 생기거나, 중이가 고름으로 가득 차거나, 내이 깊은 곳에 있는 섬세한 센서가 파괴되기도 했으므로, 청각 장애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게다가 귀는 늘 장난, 사고, 싸움, 전투, 유전적 결함에 취약했다. 하지만 일상적인 평범한 행동을 통해 스스로 귀를 망가뜨리는 우리의 능력은 지금보다 더 좋았던 적이 없다. 어른들은 가장 위험한 인구층이 이어폰으로 크게 음악을 듣는 10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대부분 사람이 청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수준의 소리에 일상적으로 자신을 노출하고 있다. 대체로 우리는 과거에 살던 사람들보다 소음의 위험성을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더 잘 마련할 수 있긴 하지만, 세상 역시 그때보다 더 시끄러워졌다. 정말이지 너무나 시끄러워서 사실상 모든 사람이 귀를 완전히 다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은퇴할 나이에 원래 상태와 같은 귀를 가진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다.

<볼륨을 낮춰라>, 16p

안타깝지만, 오늘날 우리는 과거에 없었던 끔찍한 소음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자동차 소리, 각종 기계 소리, 심지어 이걸로도 모자라 이어폰을 꽂아 귀를 혹사시킨다. 그 결과 은퇴할 나이까지 청력을 유지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정말로 '인류 역사에서 지금보다 청력을 잃기에 더 좋은 시기'는 없는 셈이다.

 

하지만 이 말은 다른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책 <볼륨을 낮춰라>에서는 잃어버린 청력을 복구하기 위한 현대 과학의 성과와 노력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바로 '인공 귀'였다.

 

 

최근 수십 년간 청각 기술에서의 가장 큰 발전은 인공 귀의 개발이었다. 인공 귀는 보청기가 동작하는 방식처럼 말과 다른 소리를 디지털로 처리하지만, 그 신호를 전기 자극으로 변환하는 전자 장치이다. 이 전기 자극은 달팽이관에 나선형으로 삽입된 일련의 전극으로 전달된다. 인공 귀가 청력 문제의 원인이 되는 경로를 거치지 않고 직접 청신경 섬유를 자극하면, 뇌는 그러한 자극을 소리로 해석한다. 이 장치 중 일부는 귀 근처의 피부 바로 밑 두개골에 고정되어 있고, 일부는 피부를 통해 이 고정된 부분에 자력으로 부착되어 대개 머리털 바깥쪽으로 돌출되어 있으며, 또 일부는 관자놀이 뼈와 내이의 구불구불한 가장 안쪽 관 안에 깊이 숨겨져 있고, 또 일부는 귀에 걸려 있는데 그 모습이 보청기와 유사하다.

<볼륨을 낮춰라>, 253p

인공 귀뿐만 아니라 최신형 보청기와 이보다도 더 획기적인 '개인용 소리 증폭 제품(PSAP)'까지 부족한 청력을 보완하기 위한 각종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지금보다 청력을 잃기에 더 좋은 때는 없었다." 이 말은 손상된 청력을 복구하기 위한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는 말로도 쓰일 수 있다.

 

행복을 위한 건강의 시작, 볼륨을 낮춰라

 

현대 의학의 발달로 인간 수명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제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는 법을 생각해야 한다. 목숨과 관련된 건강뿐만 아니라 행복과 관련된 건강도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청력 손실은 목숨이 위태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소통을 단절 시켜 행복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누구에게나 흔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도, 당신도 청력이 나빠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조금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외롭고 불행한 말년을 보내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일을 막고,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볼륨을 낮춰라>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귀를 혹사시키는 환경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나아가 청력에 이상이 감지되었을 때 즉각 조치를 취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당신은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동시에 의무도 있다. 행복한 삶을 위해 지금 당장 취해야 할 조치가 무엇인지 알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자. 당신의 귀를 보호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지금 당장 볼륨을 낮춰라. 당신의 행복과 청력을 보호하기 위해서!

 

시끌벅적한 세상에서

내 귀를 보호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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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