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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개콘이 망할 수밖에 없었던 치명적인 이유

2020년 6월 20년 가까이 이어오던 <개그콘서트>가 문을 닫았다. 하긴 나도 10년 전에는 개콘을 매주 본방 사수했지만, 언젠가부터 일요일 저녁에 TV 앞에 있는 경우가 줄어들었다. 간간이 인터넷에서 비디오 클립으로 보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 시절은 짧았고, 결국 <개그콘서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개그콘서트>가 망한 뒤 이에 관한 다양한 분석이 이어졌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이유를 고르자면 '표현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공중파라는 환경적 제약 안에서 소화할 수 있는 개그 소재가 너무나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그중 가장 큰 지분을 고르라면 나 또한 표현의 한계를 고를 것 같다. 솔직히 막바지 <개그콘서트>는 말 그대로 '노잼'이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신경에 거슬리면 시청자 게시판이 불편하다는 내용으로 도배가 되고, 이를 본 관계자들은 개그 수위를 조절하라고 압박을 가한다. 예전이면 재밌다고 보여줄 내용을 이제는 가학적이니, 비하적이니, 별의별 이유를 들어서 제한한다. 그러다 썰렁한 유머가 나오면 또 재미없다고 지적질하기 바쁘다. 정말 개그맨이란 직업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유머에 너무나도 엄격하다.

 

유머가 엄격해지면, 그 유머는 죽은 유머다. "유머는 엄격해야 한다."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엄격, 근엄, 진지함은 유머와 가장 반대편에 있는 개념이다. 그런데 왜 세상은 유머에까지 엄격함을 요구하는 것인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가?

 

책 <유머의 마법>은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이유로 '4가지 치명적인 유머 미신'을 제시한다. 광범위한 산업과 사회계층에 걸쳐 7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사람들 사이에 유머에 관한 4가지 오해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그 4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진지한 비즈니스에 관한 오해

 

많은 사람이 진지한 일에는 유머가 끼어들 자리가 없다고 믿는다. 이런 믿음은 주로 일을 시작한 초기에 경험이 부족하다는 불안감 때문에 생긴다. 우습고 가볍게 보이면 신용을 잃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봐 걱정한다.

 

하지만 회사의 중역 수백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8%가 유머 감각이 있는 직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유머 감각이 있는 직원이 더 유능하다고 믿는 비율도 84%에 이르렀다. 동료들도 유머 감각이 보이는 사람을 좀 더 우위에 놓고 리더 역할을 맡길 가능성이 컸다.

 

특히 리더의 경우 자기비하적 유머를 쓰는 게 오히려 직원들에게 신뢰도와 리더십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끌어낸다고 한다. 자기비하가 권위를 깎아 먹는 게 아니라 오히려 높여주는 셈이다. 진지함이 필요한 일터야말로 유머가 필수인 셈이다.

 

2) 실패에 관한 미신

 

많은 사람이 유머가 실패할까 봐 두려워한다. 농담이 호응을 얻지 못해 어색한 침묵이 뒤따를까 봐, 더 나쁘게는 그 결과 의도치 않게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들까 봐 겁을 낸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머의 실패는 실패가 아니었다.

 

<유머의 마법>, 38p

유머에 있어 당신이 실제로 재미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어떤 농담이라도 할 줄 아는 능력이 있는지(이는 자신감을 시사한다) 그리고 그 농담이 상황에 적합한지가(이는 지위와 역량을 시사한다) 중요하다.

 

우리는 아무도 웃지 않는 유머가 실패라고 생각한다. (표의 좌측) 하지만 좌상단에 속한다면 아직까진 괜찮다. 사람들이 박장대소하지 않더라도 적절성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의 자신감을 인식시킬 수 있고, 지위나 역량에 특별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표의 하단은 실패다. 웃음을 유발하든 아니든 상관없이 사람들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유머다. 이곳에 속하게 되면 지위와 역량에 대한 인식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3) 재미있는 사람 되기 미신

 

아무도 웃지 않는 미소가 실패가 아니라고? 썰렁한 유머 때문에 어색한 상황이 이어져도 괜찮다고? 그렇다. 유머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재미있어지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유머 감각을 갖고 있다는 단순한 신호'다. 유머 감각이 있다는 평가만으로도 23% 더 존경받고, 25% 더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고, 17% 더 친근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렇다면 유머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신호는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잘 웃어주면 된다. 당신이 방 안에서 가장 빨리 재치 있는 유머를 던질 필요는 없다. 유머를 더 많이 활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재미있으려 애쓰는 대신 웃을 순간을 찾는 것이다.

 

유머를 시도할 때도 꼭 박장대소를 끌어낼 필요가 없다. 살짝 피식거리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렇게 당신에게 유머 감각이 살아있다는 신호만 보내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유머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대부분 얻을 수 있다.

 

4) 타고났다는 미신

 

너무 많은 사람이 유머를 타고난 재능이지 학습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믿고 있다. 달리 말해, 사람을 재미있거나 재미없거나 둘 중 하나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머도 훈련이 필요하다. 실제 프로 코미디언들은 다년간에 걸쳐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을 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머를 끌어낸다. (책 <유머의 마법>은 그러한 기술 중 가장 효과적인 것들을 직접 소개하기도 한다)

 

당신은 유머에 관하여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유머도 근육이다. 훈련하면 훈련할수록 나아진다. 가장 좋은 시작은 앞서 말했듯이 잘 웃는 것이다. 유머를 들었을 때 웃음 포인트를 알아차리고 이에 피식하는 것부터 유머 근육을 단련할 수 있다.

 

<유머의 마법>에 제시하는 '4가지 치명적인 유머 미신'에는 전부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 유머에 엄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1) 유머를 써야 할 상황을 엄격히 구분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진지함이 필요한 공간일수록 유머라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2) 웃기지 않는 것에 엄격할 필요가 없다. 유머가 적절하다면 웃기지 않더라도 괜찮다. 그래도 유머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3) 심지어 내가 웃길 필요도 없다. 그저 웃어주기만 해도 유머 감각이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

 

4) 유머를 구사할 자격도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훈련하면 유머 감각을 키울 수 있고, 그 시작은 그저 잘 웃어주는 것이면 충분하다.

 

'아재 개그'라는 유머 장르가 있다. 한물간 유머, 웃기려고 애쓰지만 솔직히 웃기지 않은 유머, 침묵을 부르거나 어색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유머. 이런 것들을 아재 개그라고 한다. 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꽤 많다. 아재 개그를 날리면 정색하고 "어우~ 그게 뭐예욧?"하며 나오는 사람이 있다. 반면 아재 개그에도 잘 웃어주는 사람이 있다. 크게 웃진 않아도 "에이(피식) 그게 뭐예요~" 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이 유머에 긍정적인 사람일까? 나는 노잼 개그에도 웃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썰렁하다고 타박하고, 불편하다고 항의하고, 그렇게 우리 주변에서 유머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선 넘는 유머를 했다가 고소당하고 싶지 않으면 아예 울타리를 치고 엄한 짓 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분위기가 세상을 노잼으로 만들고 있다.

 

<유머의 마법>은 이런 세상에서 유머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 같은 책이다. 우리가 가진 유머에 관한 오해를 풀어줄 뿐만 아니라, 유머를 구사하는 기술부터, 적절한 유머를 구사하는 법, 나아가 실수했을 때 이를 대처하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위에 언급했다시피 유머 감각을 가진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솔직히 누구나 재밌는 사람이 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그 방법을 알고 싶다면 <유머의 마법>에 주목하기 바란다. 심리학자들의 과학적인 연구부터 현업 코미디언의 생생한 노하우까지, 당신을 유머러스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모든 노하우가 이 책 안에 모두 들어있다. 절대 놓치지 않길 바란다.

 

인생과 비즈니스를 바꾸는

유머의 놀라운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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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책 <유머의 마법>

 

이미지 출처 : <개그콘서트>, KBS

 

※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