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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생을 바꾸는 경험을 얻는 법

존 래세터

위상, 영향, 그리고 자질과 작품의 완성도에 있어서 미야자키 씨와 어깨를 견줄 사람은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 존 래세터, 픽사&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스탠 리

미야자키 씨는 모방할 수 없는 스토리텔링의 감각과 비전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새로운 경지로 올려놓았습니다.

- 스탠 리, 마블 엔터테인먼트 명예 회장

 

신카이 마코토

저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할 겁니다. 하야오 감독은 그만큼 거대한 존재입니다.

- 신카이 마코토, <너의 이름은.>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도대체 미야자키 하야오는 누구길래 픽사, 디즈니, 마블의 전설적 존재들이 입이 마르도록 칭송하는 걸까? 아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세계적인 걸작을 만든 전설. 그게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다.

 

<미야자키 월드>는 바로 그 전설적인 미야자키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아낸 책이다. 미야자키 작품에 관한 치밀한 분석은 물론, 그의 생애와 철학까지, 방대한 인터뷰와 자료를 집대성하여 담아냈다. 미야자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고,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영화 관계자라면 누구라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그만큼 미야자키의 위상과 영향은 넓고 깊다)

 

나름 미야자키 광팬으로 지브리의 모든 작품을 관람했고, 각종 일화들을 섭렵했다고 생각했는데, <미야자키 월드>에는 그런 내가 보기에도 놀랍고 신기하게 받아들일 이야기가 가득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미야자키가 보통의 애니메이터가 아니라 '감독'으로서 자신의 철학과 세계관을 시작한 순간에 관한 이야기였다.

 

미야자키는 대표적인 반전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어느 정도는 무정부주의자의 모습도 보인다. 그는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고, 이를 억압하는 제국주의, 파시즘, 애국주의에 반감을 드러낸다. 그런 성향은 그의 작품 전반에 등장한다.

 

<붉은 돼지>에서는 어떤 곳에도 속하지 않는 공적(하늘의 해적)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그러한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모노노케 히메>에서는 평등과 자유에 기반을 둔 '타타라 마을'이라는 이상적인 정치 공동체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도 국가에 속하지 않고 자유를 추구하는 하울의 존재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째서 미야자키는 이러한 사상을 가지게 된 것일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어린 시절에 겪었던 2차 세계대전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전쟁의 끔찍한 참상을 목격했고, 그 결과 반전주의자이자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성향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런데 책 <미야자키 월드>에는 이와 관련한 놀라운 에피소드가 하나 등장한다. 미야자키의 사상이 단순한 사상을 넘어 가슴 속 깊이 뿌리 박힌 일종의 트라우마였다는 점이다.

 

<미야자키 월드> 45p

이때 느꼈던 죄책감, 분노, 부끄러움 등이 오늘날의 미야자키 하야오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결과 평범한 애니메이터를 넘어 세계를 감동케 하는 거장 감독의 자리에 올랐다. 저 일화는 말 그대로 '인생을 바꾼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미야자키 월드>가 파헤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야자키 형의 인터뷰가 등장하는데, 형의 기억은 미야자키의 그것과 조금 달랐다.

 

<미야자키 월드>, 46p

인생을 바꾼 기억이 사실은 틀린 기억이었다? 그럼에도 그 틀린 기억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인생을 지배했고, 나아가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는 2가지 결정적인 인생의 진리가 담겨 있다.

 

1) 기억은 불완전하다

 

보다시피 기억은 불완전하다. 솔직히 말하면 미야자키의 기억이 맞는지 틀린지 알 도리가 없다. 어쩌면 형의 기억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두 사람 모두의 기억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들은 기억을 가지고 다투지 않는다. 내가 맞니, 네가 맞니 따지지 않는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일화는 기억이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기억이 아닌 기록을 봐야 한다. 기록은 기억을 이긴다)

 

2) 스토리텔링의 힘

 

미야자키는 틀린 기억을 가지고 '인생을 바꾸는 경험'을 만들어 냈다. '만들어 냈다.'라는 말이 핵심이다. 미야자키의 인생을 바꾼 것은 경험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 경험에 관한 미야자키의 해석이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히 예를 들면 물이 반쯤 차 있는 컵을 보고, 누군가는 '물이 반밖에 없네.'라고 생각하겠지만, 누군가는 '물이 반이나 있네.'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차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그 차이가 만들어내는 결과는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

 

우리는 살면서 무수히 많은 경험을 마주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무의미하게 흘러간다. 사실 일상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인생을 바꿀 정도로 강렬한 경험을 마주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일상이라는 강을 따라 흘러가는 대로 산다.

 

하지만 똑같은 일상이라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나는 종종 아내와 산책을 나간다. 그럴 때마다 한겨울의 말라붙은 개천을 목격한다. 그냥 지나치면 흘러가는 일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바닥의 돌 틈에 드문드문 끼어 있는 쓰레기를 발견할 수 있다. 미야자키는 그런 모습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강의 신에 관한 모티브를 발견했을 것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중에서

3) 인생을 바꾸는 진정한 힘

 

즉, 인생을 바꾸는 경험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어떤 순간도 가능하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서 마주친 어느 회사원의 표정일 수도 있고, 퇴근길에서 바라본 빌딩 숲의 반짝이는 불빛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으로부터 어떤 해석을 끌어내느냐, 어떤 스토리텔링을 이뤄내느냐에 달려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 스토리텔링의 초고수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풀벌레들의 모습에서 <나우시카>에 등장하는 거대 곤충을 떠올렸고, 조용한 시골 풍경으로부터 <토토로>를 만들어냈으며, 쓰나미의 충격으로부터 <벼랑 위의 포뇨>의 모티브를 얻었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경험을 '만들어 냈다.'

 

따라서 당신의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인생을 바꾸는 스토리텔링을 시작해야 한다. 그런 스토리는 그저 생각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많이 읽고, 많이 관찰하고, 그런 것들이 기존의 경험에 스토리라는 살을 붙여서 인생을 바꾸는 경험으로 완성된다. 그렇게 당신만의 스토리를 완성했을 때, 비로소 진짜 당신의 인생이 펼쳐질 것이다.

 

<스틸 플라워> 중에서

 

미야자키의 매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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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