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짤평

[짤평] <연평해전> - 잘 만들었어야지...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1. 모든 것을 전투 시퀀스에 쏟아 붓기 위해 나머지는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2. 시나리오, 연출 뿐만 아니라 사운드, 편집, CG 등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2-1. 영화 초반부터 상업영화인지 정훈교육인지 분간할 수 없는 촌스러운 연출로 시작됩니다. 이후에도 감독의 색깔을 드러내는 장면은 전무합니다. 최근 한국영화에서 감독의 색깔이라는 걸 찾아보기가 힘들다 보니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뭐 연출력이 좋다 나쁘다 얘기를 하고 싶어도 연출력 자체가 없는 형국이랄까요. 그나마 올해 특유의 감성을 보여준 한국영화는 <무뢰한>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2-2. 대사가 뭉게지는 배려없는 사운드, 맥락없는 편집 등 세심한 부분에서도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CG 부분은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 돈이 많았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2-3. 가장 심각한 것은 시나리오입니다. 이야기가 빈곤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전무한 수준입니다. 애초에 연평해전 전투도 30분 정도의 시간동안 이루어졌을 뿐인데 어떠한 극적 장치 없이 무난하게 영화로 만들었으니 보여줄 이야기가 없을 수 밖에요. 전반부는 의미없는 이야기로 채워졌고, 그 마저도 후반의 전투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이야기가 빈곤하니 캐릭터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합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화가 나는 부분입니다. 전투 전까지 각각의 개성을 조금씩 쌓아오던 인물들이 전투 시퀀스 이후에는 그저 전사자 혹은 부상자로 전락합니다. 그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라는 영화의 메시지를 생각한다면 정말 치명적인 단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도 연평해전 전사자는 이름모를 전사자로 남을 뿐입니다. (단 한 인물만이 전투 후에도 의미있는 캐릭터로 남습니다) 그리고 그 놈의 축구는 진짜 시도때도 없이 나오더군요.

  3. 그래도 외국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전쟁, 그것도 내가 살던 시절의 이야기라는 점 때문에 순간순간 울컥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블랙호크다운>같은 헐리우드 전쟁영화를 볼 때와는 사뭇 다르더군요. 전투장면을 볼때는 '정말 무사히 전역한 게 복이구나.'싶기도 하고, 희생자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감정도 들었습니다.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메시지만큼은 확실히 전달한 것 같습니다.

  4. 대부분이 수준이하인 작품이지만 촬영만큼은 괜찮았습니다. 고속정이라는 공간을 친숙하게 만들어 전투장면이 더욱 절절하게 다가오게 만든 점은 좋았습니다. 전투장면은 전투 자체보다 장병들의 희생에 촛점을 맞추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현실적인 문제(돈)가 이러한 연출을 낳은 가장 큰 이유겠지만, 영화의 주제와 어울리는 연출이긴 합니다. 촬영과 전투 시퀀스를 위한 연출만큼은 평타 이상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수준이라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현질차이가 심해서 그 정도도 못하냐고 구박할 순 없겠네요) 정말 전투 시퀀스만 바라보고 찍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5. 배우들의 연기는 그냥저냥 무난합니다. 오글거리는 장면들이 있지만 정훈교육이 원래 다 그런거라 생각하면 견딜만 합니다. 주연을 맡은 이현우씨는 처음에 박보검씨인줄 알았습니다. 생긴 것도 비슷하고 목소리도 비슷한데다가 연기가 고만고만한 것까지 똑같더라고요;;

▲ 누가 이현우이고 누가 박보검인지 구분 가능하신 분?


  6. 이 영화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주제 자체가 애국주의라는 정치적인 이념입니다. 더구나 남북관계라는 정치적 소재를 사용하고 있죠. 영화를 통해 안보관을 고취한다는 정치적 효과도 있습니다. 어딜봐도 정치적인 영화입니다. 심지어 그런 정치적인 이념을 벗겨내면 아무런 감흥도 얻지 못할 영화입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시나리오도 구리고, 연기도 고만고만한데다가, 스케일도 작으면 그게 수입이나 됐으려나요? 우리의 이야기이고, 우리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우리의 안보와 관련이 있기에 그나마 마음이 움직인 영화입니다.

  7. 문제는 진영논리겠죠. 애국주의가 보수진영이 우선하는 가치이긴 하지만, 진보라고 이해할 수 없는 가치는 아닐겁니다. 그런데 애국주의라는 이유로 보수라 낙인 찍고, 용산참사가 모티브라고 진보라 낙인 찍은채 그저 까기위해 까내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한줄평

  정말로 그들의 희생을 기리고 싶었다면 잘 만들었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