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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평

[짤평]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 더 이상 기대하지 않으리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1.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이야기는 타임 패러독스를 중심으로 터미네이터 세계관을 재정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1-1. 이야기가 세계관덕후(loremaster)가 쓴 팬픽 같습니다. 미드 <사라코너 연대기>와 비슷한 느낌도 듭니다.

  1-2. 하지만 치명적인 설정상 모순이 존재하는 등 전체적으로 엉성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그러한 모순을 해명하려고 하지만 복잡한 설명으로 관객을 기만하려는 것으로 비춰집니다.

  1-3. 그래도 기존에 논란이 되던 설정들에 대한 답을 제시하긴 합니다. 왜 타임머신은 벌거벗고 타야 하는지, 왜 터미네이터가 늙는지에 관해 설명해줍니다.

  1-4. 듀나는 설정놀음에 대해 "풋내기 SF작가들이나 판타지 작가들이 저지르는 가장 뻔한 실수 중 하나는 자기만의 우주를 창조해내는 작업이 뭔가 굉장히 대단한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그건 정말 따분한 착각입니다. 세상에 그것처럼 쉬운 건 없죠. 여러분도 아무런 준비없이 지금 당장 할 수 있습니다."라며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비판이 딱 어울리는 작품이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입니다.

  1-5. 설정놀음에 치중한 결과 전투 시퀀스 간에 유기성이 떨어지고 중간중간 지루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야기의 압축도도 떨어지는데 영화라기 보다는 드라마에 가까운 기분입니다. 제임스 카메론 작품처럼 액션 시퀀스를 중심으로 짜여있지 않고 세계관을 중심으로 플롯이 짜여있습니다. 감독인 엘런 테일러가 드라마 감독으로 유명한데, 그로 인한 영향이라고 생각됩니다.

  1-6. 1~4편의 컨셉들을 전부 따와서 적절하게 잘 녹여냈습니다. 역시 세계관덕후의 면모가 느껴집니다.

  1-7. 개인적으로는 독특한 침투형 터미네이터 컨셉으로 미스터리 형식을 취했던 4편이 더 재밌는 시나리오였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설정놀음을 보여주는 3편과 이번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재미없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2. 액션은 괜찮은 편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2-1. 미래전쟁이나 T-800의 등장 등 꽤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긴 합니다.

  2-2. CG 사용의 안 좋은 예의 좋은 표본이 될 작품입니다. 핍진성이 떨어지는 액션신들이 있습니다. 상상을 현실적으로 잘 구현한 것이 좋은 CG이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그려내는 것은 아무리 잘 구현한다 해도 나쁜 CG입니다. 이런 CG가 나오니 요즘 관객들이 '아날로그 액션'을 선호할 수 밖에요.

  2-3. 그래도 액션을 보여주는 방식의 기본기는 잘 갖추고 있습니다. 인물의 등장이나 동선, 편집 등을 통해 액션의 감성(쫄깃함이나 통쾌함)을 잘 전달할 줄 압니다. 

  2-4. 제임스 카메론의 작품들처럼 혁신적인 촬영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그래도 기본기는 잘 갖춘 만큼 킬링타임용으로는 쓸만한 액션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3. 늙어버린 슈워제네거는 언제나 안타까움을 자아내네요. 3편에서도 처진 어깨가 안쓰러웠는데, 이번에는 더 늙었습니다. ㅠㅠ 사라 코너로 나온 용엄마(에밀리아 클라크)는 매력적이지만 연기력을 칭찬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J.K. 시몬스도 나오는데 역시 연기를 참 잘합니다. 이병헌은 뭐라 평하기에는 분량이 별로 없습니다;;;





  4. 터미네이터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덕후 입장에서 부들부들할 작품입니다. 그냥 헐리웃 액션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그럭저럭 볼 만 합니다. 





  5. 예고편이 노답입니다. 영화 속 중요한 내용을 예고편으로 다 까발리네요. 게다가 이게 국내 한정이 아니라는 점이... 후... 예고편은 그냥 보지 마세요. 전 예고편 안 보고 가서 나름 재밌게 즐겼습니다.





  한줄평

  제임스 카메론이 메가폰을 잡기 전까지, 터미네이터를 기대할 일은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