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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돈이 보이는 사람들의 특징

고1 아들이 주식에 빠졌다는 글을 봤다. 어린 나이에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은 제목. 어쩌면 어려서 다행인 건가 싶기도... 그런데 읽다 보니 '어?' 소리가 나온다. 3천만 원을 줬더니 1억 2천을 벌었다고? 그것도 순수익만? 이 학생은 도대체 정체가 뭘까? 제2의 피터 린치라도 되나? 워렌 버핏의 환생인가? (아직 살아 계십니...)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초심자의 행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코로나 위기에 '살 때다'라고 외치는 건 운일 수 있다. 그런데 수익이 생겼을 때 멈출 수 있는 자제력은 운이 아니다. 그렇게 멈췄다가 '코스피 지수가 내려오면 다시 주식하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실력이다. 이렇게 보니 걱정글이 아니라 자랑글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 아들 주식 천재다. 부럽죠? 하하핫!)


이 학생은 한 마디로 돈이 보이는 사람이다. 무엇이 그에게 이런 능력을 선사했을까? 하나 유추할 수 있는 건 그가 '또래에 비해 상식이 많은 편'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상식도 돈과 연결할 수 있어야 돈이 된다. 혹자는 이런 지능을 두고 '금융 IQ'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금융 IQ를 기를 수 있을까? 돈이 보이는 사람이 되려면 무엇을 배워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 국내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로 불리는 홍춘욱 박사가 쓴 <7대 이슈로 보는 돈의 역사 2>다. 


1) 돈으로 '관독'하라


관독이란 관점을 갖고 읽는 것을 말한다. 금융 IQ가 높다는 말은 세상을 돈의 관점으로 읽는 능력, 즉 돈으로 관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이다. <돈의 역사 2>는 이러한 능력을 키우기에 가장 탁월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의 역사 2>는 기본적으로 '역사책'이다. 역사는 세상을 이해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왜 그럴까? 역사는 불확실성이 상당히 제거되어 있다. 사실 세상일에서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너무나 많은 요소가 영향을 끼치고, 그래서 복잡계라고 부른다. 하지만 역사는 이미 지나갔기 때문에, 우리는 결과를 알고 있다. 아무리 복잡한 현상도 차근차근 분해하여 원인과 결과를 분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돈의 역사 2>는 '돈'이라는 돋보기를 가져온다. 똑같은 역사를 돈이라는 관점으로 읽어 내려간다. 그러면 이전에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예를 들면 '임진왜란'이 그렇다. <돈의 역사 2>를 읽기 전까지 나에게 임진왜란이란 그저 '임진년에 왜가 일으킨 난리'였다. 무능한 선조와 더 무능했던 원균 때문에 조선이 맥없이 무너졌고, 이순신이라는 구국의 영웅 덕분에 난리를 막았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돈의 역사 2>는 임진왜란을 돈의 관점에서 읽는다. [3장. 임진왜란 초반 조선군이 일본군에게 일방적으로 밀린 이유는?]을 통해 임진왜란의 뒷이야기를 설명하는데, 그 분석에 담긴 통찰이 정말 대단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임진왜란은 동아시아 전체의 판도를 뒤흔든 국제전이었다. 16세기 초 일본은 세계적인 은(銀) 수출국으로 발돋움하여 서양의 군사 혁명을 받아들였고, 이를 바탕으로 조선을 침략했다. 즉, 무역을 바탕으로 힘을 키운 해양세력이 기존에 동아시아를 지배하던 대륙세력에 도전장을 내민 전쟁이었던 셈이다. 이렇게 '은'이라는 경제 혁명을 읽어내는 순간, 임진왜란은 갑자기 일어난 난리가 아니라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필연으로 탈바꿈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세상을 돈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훈련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역사는 불확실성이 상당히 제거되어 있다. 그래서 더 철저하고 안전하게 돈이라는 관점으로 관독할 수 있다. 돈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그 흐름은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가? 은 무역이라는 돈의 흐름이 어떻게 전쟁이라는 역사적 필연으로 귀결되는지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돈으로 관독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금융IQ를 기르는데 <돈의 역사 2>는 최고의 교과서인 셈이다.


2) 돈의 미래가 보인다


흔히 역사라고 하면 현실하고 별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세상을 보는 눈, 특히 돈으로 관독하는 능력을 배우는데, 이게 어째서 현실과 상관이 없다는 말인가? (물론 역사 이야기 하나 봤다고 금융 IQ가 파바박 솟는 건 아니다. 많은 사례를 보고 꾸준히 훈련해야 한다. <돈의 역사 2>에는 7개의 이슈를 바탕으로 25가지 역사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많은 사례를 접하는데 최고의 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돈의 역사 2>에는 임진왜란처럼 옛날이야기뿐 아니라, 최근에 있었던 이슈도 등장한다. 대표적인 게 [6장. 모든 금융위기의 아버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이다. 당장 나만 해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큰 피해를 봤다. 운이 없게도 졸업 시기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취업에 애를 먹었고 오랜 백수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그래서 <돈의 역사 2>를 통해 2008 글로벌 금융위기를 배우면서 현실적이라는 말을 넘어 피부에 와 닿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더 놀라운 점은 이때의 가르침이 오늘날에도 이어진다는 점이다. 당시 각국 정부는 금융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대출을 늘리고, 구제금융까지 지원했다. 이것으로도 경기 회복이 충분치 않자 양적완화까지 단행했다. 한 마디로 시장에 어마어마한 유동성 자금을 풀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때의 교훈은 2020년 코로나 사태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세계적인 대유행병으로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이 우려되자 각국 정부는 지체 없이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만약 이러한 맥락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할 때 '지금은 팔 때가 아니라 살 때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왜 그럴까? 정부에서 막대한 자금을 풀면, 그 돈은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흘러 들어가게 된다. 양적완화의 목적에는 치명적인 주가 폭락을 막기 위한 의도도 있으니 계획대로 이어진 당연한 결과다. 앞서 등장한 주식 천재 고등학생은 이 시기를 잘 포착한 셈이다. 시장이 상승 흐름에 접어든 타이밍을 읽어내는 것. 2008년 금융위기를 제대로 공부했다면, 코로나 사태가 터졌을 때 투자의 타이밍을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돈의 역사 2>는 역사적 교양을 기르게 해줄 뿐만 아니라, 피부에 와 닿는 최신 사례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기르게 한다. 역사 공부의 중요성을 이토록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책이 또 없다. 심지어 그 중심에 돈이 있다. 오늘날 돈 공부는 생존과 직결될 만큼 중요하다. 저금리가 지속되는 시대인 만큼, 열심히 일만 해서는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돈의 역사 2>는 근래 출간되는 책 중에 가장 실용적인 교양서적이라고 생각한다. 


3) 재미있다


이렇게 역사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배우게 되면 엄청난 지적 쾌감을 맛보게 된다. 사실 역사는 그 자체로도 무척 흥미로운 소재다. <돈의 역사 2>는 여기에 돈이라는 관점이 추가되어, 역사 전반을 지배하는 돈의 흐름을 읽어내도록 한다. 이러한 교훈이 현실의 문제와 연결되면, 말 그대로 무릎을 탁 치는 쾌감을 선사한다. 흔히 말하는 '아하!'의 순간이 매 챕터가 끝날 때마다 등장할 정도다. 


게다가 <돈의 역사 2>는 이러한 통찰을 매우 쉬운 언어로 전달하고 있다. 저자인 홍춘욱 박사는 2019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던 <돈의 역사 1>을 출간하고 독자들로부터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는 메일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때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돈의 역사 2>는 특별히 신경 써서 최대한 쉽게 쓰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실제로 읽으면서 마치 옛날이야기 듣는 것처럼 이야기가 술술 넘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독서의 재미. 역사 공부의 재미. 돈 공부의 재미. <돈의 역사 2>는 이 3가지 재미를 버무려 궁극적인 '아하!'의 재미를 선사한다.  이런 책이 진정 '재밌는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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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