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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절대 싸우지 않는 커플이 되는 방법

 

심리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하지만 내가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나는 연애를 잘하고 싶었다. 딱히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게 아니었기에 어떻게든 입담과 심리적인 면에서 점수를 얻고 싶었고, 그래서 연애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찾아봤다. 그렇다. 나는 흔히 비웃음당하는 '연애를 글로 공부한' 사람이다.

 

연애를 공부하다 보니 깨닫게 된 점이 몇 가지 있다. 일단 제대로 된 연애 정보는 별로 없다. 근거도 없이 뇌피셜을 바탕에 둔 정보도 문제지만, 연애는 분야 특성상 한계가 존재한다. 케바케가 워낙 심한 분야다 보니, 아무리 많은 사람이 찬양하는 꿀팁도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게다가 그 꿀팁이란 것들이 어떻게든 상대를 꾀어보려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진정한 사랑의 관계를 키워나가려면 연애 꿀팁이 아니라 다른 공부가 필요했다.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된 분야가 심리학이다. 그곳에는 유혹에 관한 이론도 존재했고, 나아가 사랑을 아름답게 완성해가는 방법에 관한 이론도 존재했다. 꿀팁류 정보가 상황과 맥락 앞에서 무너졌던 것과 달리, 심리학 이론들은 오히려 범용성이 더 커서 연애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전반까지 아우르는 지혜를 선사해주었다.

 

그때 공부했던 심리학 이론들. 사랑은 물론이고 인간관계 전반에 도움이 되는 각종 지혜들. 이 모든 것이 총 망라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이 책의 제목은 <결혼학개론>이다.

 

 

제목이 <결혼학개론>이라 결혼 관계에 한정된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연애에도 엄청난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인간관계에 대해서 이보다 완벽하게 모든 것을 담아낸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목차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첫 번째 챕터에서 다루는 게 '익숙함'이다. 감탄할 수밖에 없는 주제 선정이다. 왜냐하면 익숙함은 사랑에서 양날의 검이자, 유통기한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상식에서도, 또한 연구 결과에서도, 사람들은 친근함을 느끼는 상대에게 더 큰 호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익숙함은 사랑이 깊어지도록 만들어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게 지속되면? 권태기에 빠진다. 이때부터 익숙함은 사랑을 북돋는 게 아니라 기가 죽게 만든다. 그러다 차갑게 식어버리면 우리는 '사랑의 유통기한'이 다 되었다고 말한다.

 

물론 불같이 타오르는 감정만이 사랑은 아니다. 서로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도 사랑이다. 그래서 오랜 커플들은 정 때문에 산다는 말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도록 애틋한 감정을 지키고 싶은 게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결혼학개론>은 그런 소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심리학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럴 경우 범용성은 더욱더 커져서 커플 관계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인간관계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 방법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프랭클린 효과'다.

 

어느 부부 문제 전문가의 표현처럼 ‘의식 있는 부부’가 되는 또 다른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배우자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것이다. 약간 의아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는 실제로 ‘프랭클린 효과’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현상이다. 미국 정치가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정부 의원 하나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가 가진 책 중 희귀 서적 한 권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감사 인사와 함께 책을 돌려주었다. 그 후로 그 의원은 프랭클린을 늘 친절하게 대했다. 

 

부탁받은 사람은 부탁한 사람을 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60년대에 실시한 한 유명한 실험의 결과였는데, 두 연구원은 이 실험에서 상금을 걸고 대회를 연 다음, 상금을 탄 사람들을 세 가지 방식으로 대했다. 첫 번째 그룹에는 ‘연구원’이 직접 상금을 돌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 돈은 개인적으로 지급된 것이고 돈 문제로 자신이 힘든 상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두 번째 그룹에는 ‘연구실 비서’가 상금을 돌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들은 연구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댔다. 세 번째 그룹에는 아무 부탁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이 세 그룹을 조사했더니 개인적인 부탁을 들어준 첫 번째 그룹이 그 ‘연구원’에게 가장 좋은 감정을 느꼈다. 연구실 비서를 상대했던 두 번째 그룹이 좋은 감정을 가장 적게 느꼈고, 세 번째 그룹은 중간으로 나타났다.

<결혼학개론>, 49-50p

 

눈치 빠른 사람은 이미 파악했을 것이다. 이 방법은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도 쓸만하지만, 이제 막 썸을 타는 사람 사이에 더 쓸만하다. 맘에 드는 사람에게 관심과 호감을 얻고 싶다면? 간단하다. 부탁을 하면 된다. 또한, 프랭클린처럼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어떤가? 정말 부부관계를 넘어 인간관계 전반에 써먹을 수 있는 범용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

 

이외에도 <결혼학개론>은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유용한 각종 지식으로 가득하다. 특히 '싸우는 법'에 관한 부분은 부부는 물론, 타인과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읽어야 할 정도로 유용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 모든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일부 심리치료사들은 싸움의 내용보다 싸움의 방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연구 결과들을 보면, 사람들이 싸우는 방식에 관한 사회학 용어인 ‘갈등 행동’은 그 사람이 재산을 얼마나 가졌는지,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 살아가는 동안 어떤 일을 겪었는지 파악하는 자료로써 활용되기보다 이혼을 예측하는 지표로써 훨씬 더 많은 기능을 한다. 관계 연구 분야의 대부인 존 가트맨은 부부가 한 장소에서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관찰하면 두 사람이 계속해서 같이 살 수 있을지 꽤 높은 정확도로 맞출 수 있다고 말한다. 부부 사이에 ‘경멸, 비난, 방어적 태도, 비협조적 태도(가트맨은 이 네 가지를 두고 ‘묵시록의 네 기사’라고 부른다)’가 보이면, 그 부부는 헤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른 심리치료사들도 이름을 다르게 부여할 뿐, 가트맨이 말하는 것과 비슷한 행동 유형이 부부의 이혼 가능성을 높인다고 제시한다.

유명인들을 보면 이혼 사유로 ‘성격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사실 이 말은 ‘싸움 방식을 충분히 개발하지 못했다’라고 해야 더 정확한 말이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극복할 수 없을 만큼 서로 다르다. 그러니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다른지 찾아내야 한다.

<결혼학개론>, 78p

 

이 부분을 보면서 아내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자기는 이런 걸 다 알고 있었어? 정말 책에서 나온 그대로 사는 사람이 여깄네?"

 

자랑이지만, 나와 아내는 7년간 연애하고 1년간 부부로 살아오면서 싸움다운 싸움을 해본 적이 없다. 주변에서는 우리를 두고 '절대 싸우지 않는 커플'이라고 말하지만, 우리에게 어떤 갈등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는 '잘 싸우는 법'을 알고 있었던 것뿐이다.

 

<결혼학개론>에서도 부부는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이 '싸움'처럼 보이지 않고, '점잖은 의견 교환'으로 보이도록 만드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이를 알고 있었기에 우리는 절대 싸우지 않는 커플로 살고 있다. 이것만큼 인생에 도움이 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지혜가 또 있을까?

 

<결혼학개론>을 읽으면서 주변에 적극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결혼한 커플, 곧 결혼할 커플, 뜨거운 연애를 하고 있는 커플, 이제 막 썸을 타는 커플, 심지어 아직 사랑을 만나지 않은 사람까지. 그 모두에게 유용한 이론과 전략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꽉꽉 들어찬 책이다. 연애 좀 해보겠다고 수년간 글로 연애를 공부한 사람이 보증한다. 그때 배웠던 이론들이 이 책 한 권에 전부 들어있다.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절대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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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