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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휴지통

나를 바꾸는 과학적 방법

※ 이 글의 대부분의 내용은 김주환 교수님의 책『회복탄력성』과 그의 수업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0. 들어가면서

  이 글은 「현상학과 심리학 - 자기계발서는 왜 쓸모없는가?」(참조)에 이어서 쓰는 글이다. 지난 글은 뇌의 작동 매커니즘을 통해 자기계발서가 왜 쓸모없는지에 대해 지적하고, 진정한 자기계발의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하나 방향성을 제시하였을 뿐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였고, 반쪽짜리 글을 썼다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진정한 자기계발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에서 제시하는 방법론과 여타 자기계발서의 차이를 언급하고자 한다. 탈무드에는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주면 하루를 살 수 있지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는 각자의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설파하고 있다. 하지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배워도 물고기는 잡을 수 없다. 젓가락질하는 법을 배운다고 젓가락질을 잘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기에, 지난 글에서 지적했듯이, 물고기를 잘 잡으려면 물고기를 잡는 방법(명시적 지식, 學)을 배우는 것 보다, 그 방법을 잘 훈련하는 것(암묵적 지식, 習)이 더 중요하다.

  또한, 잘 훈련한다면 물고기를 잡는 방법의 종류도 무의미하다. 작살로 잡던, 그물로 잡던, 낚시로 잡던 고수는 어쨌거나 물고기를 바구니 가득 잡아올 테니 말이다. 더불어 각자가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다는 문제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작살이 좋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낚시가 유용할 것이다. 물고기를 잡는 한 가지 방법이 모두에게 통용될 것이라 주장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는 '자기계발이론서'가 되지 못하고, 개인적 감상을 적은 수필에 그친다고 지적하였다.

  그렇다면 이 글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성공하는 방법이 아니라 성공할 수 있는 마음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좋은 인간관계는 성공의 지름길이자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순간적 깨달음으로 창의적인 사고를 하게 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관계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그야말로 케바케이다. 그럼에도 자기계발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창의적인 사고를 더 잘하게 되는 뇌 상태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고, 좋은 인간관계를 더 쉽게 맺어주는 마음 상태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마치 단련한 근육이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도록 도와주듯이, 성공을 위한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글은 이러한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1. 긍정성의 힘

  진정한 자기계발의 방법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긍정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긍정성의 향상이 자기계발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긍정성을 향상시키는 구체적 방법에 대해 의논하기 전에, 긍정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우선 알아보자. 



  1-1. 긍정적 정서는 창의력을 향상시킨다.

  창의력을 측정하기 위해 심리학자들은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을 시험해보는 다양한 문제들을 개발했는데, 그 중 던커(Karl Duncker)가 개발한 '촛불 문제(Candle problem)'가 대표적이다.1)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성냥 한 갑과 압정 한 상자 그리고 양초 하나를 나눠준 다음, 이 재료들을 사용해 초를 벽에 붙여 불을 밝히되, 촛농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압정으로 초를 벽에 고정하기에는 초가 너무 두껍다. 촛농을 녹여 벽에 고정시키자니 바닥에 촛농이 떨어지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하지만 해답을 보면 이 문제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던커가 이 실험을 고안한 것은 '기능적 고정성'의 경향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기능적 고정성이란 '어떤 물체가 가장 많이 쓰이는 용도로만 그 물체를 받아들이는 경향'으로, 압정 상자를 압정을 담는 것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압정이 담겨있는 상자를 받침대로 사용하는 '창의성'을 발휘해야만 한다. 던커는 이를 '기능적 고정성의 극복'이라고 불렀다. 

  엘리스 아이센(Alice Isen)은 던커의 촛불 문제를 긍정적 정서와 창의성의 관계를 밝히는 데 활용하였다. 연구팀은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는 5분 동안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를 보여주고, 다른 그룹에는 논리적 사고를 자극하는, 그러나 재미없는, 수학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이들에게 각각 10분을 주고 던커의 촛불 문제를 풀어보게 하였다.2) 결과는 놀라웠다. 코미디 영화를 본 그룹은 75%가 해결책을 찾아낸 반면, 수학 다큐멘터리를 본 그룹은 단 20%만이 문제를 풀었다. 긍정적 정서가 유발되었다는 사실이 창의력의 향상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코미디 영화뿐만 아니라 실험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표시라며 사탕 몇 개를 주어도 참가자들은 더 좋은 결과를 나타냈다.)

  긍정적 정서가 문제해결능력을 높인다는 사실은 로쉬(Eleanor Rosch)의 연상실험3)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언어적 연상능력을 통해 창의성을 시험하였다. 자동차, 버스, 트럭 등의 단어들로부터 운송수단이라는 개념을 끌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낙타, 발 등의 단어에서 운송수단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즉 개념적으로 먼 단어들을 연결하는 확장된 연상작용에는 창의성이 필요하며 기능적 고정성의 극복에서 요구되는 것과 같은 '고정관념의 파괴'가 필요하다. 아이센 교수팀은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주스나 과자를 받거나 코미디 영화를 보고 기분이 좋아진 학생들이 더 높은 수준의 확장된 연상작용을 보여주는 것을 확인하였다.4)

  과거에는 긍정적 정서가 어떻게 창의력을 향상시키는지 알 수 없었으나, 1990년대 후반에 들어 '도파민 효과'라는 이론이 제시되었다.5) 긍정적 정서는 뇌의 도파민 레벨을 일시적으로 향상시킨다. 물론 도파민 레벨이 높아졌다고 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기분이 좋아지면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고, 이것이 뇌의 다양한 영역을 활성화시켜 인지 능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즉, 긍정적 정서가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켜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1-2. 긍정적 정서는 대인관계능력을 향상시킨다.

  지난 글에서 볼펜을 입에 무는 방식을 통해 다른 감정을 유발한다는 실험을 언급하였다.



  치아로 볼펜을 물어 웃음 근육을 사용한 피험자들은 이 행위를 통해 긍정적 정서가 유발된다. 그 상태로 사진을 보게 하면 사진 속 사람들의 감정에 대해 훨씬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자신의 긍정적 정서가 타인을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작용이 원만한 대인관계에 도움을 주리라는 것은 그다지 힘든 추측은 아닐 것이다.

  보다 정확히 긍정적 정서가 대인관계능력의 향상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아보려면 '자아확장이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론부부(Arthur & Elaine Aron)는 친밀한 관계란 '상대방을 나의 자아개념에 포함시키는 것'이라는 대담한 제안을 하고 이를 이론화했다. 자아의 개념 속에 상대방을 포함시키는 것, 혹은 '나'라는 범주를 넓히고 확장시켜서 상대방이 그 안에 포함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친밀한 관계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론부부는 사랑을 '자아의 확장'이라고 정의내린다.6) 이 이론에 따르면 대인관계능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자아 개념을 확장시킬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최근 긍정심리학의 연구 결과들은 자아확장력의 근본이 긍정적 정서임을 보여주고 있다. 프레드릭슨(Barbara L. Fredrickson)에 따르면 긍정적 정서는 타인과 내가 하나 되는 느낌을 강하게 해주는 원동력이다.7) 긍정적 정서가 충만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과 자신을 일치시키는 느낌을 강하게 갖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연구들이 긍정적 정서의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사교적 활동이 활발하며, 넓고 깊은 인간관계를 수월하게 맺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긍정적 정서를 유발시키면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개인적인 정보를 털어놓는 경향도 증가된다고 한다. 이처럼 긍정적 정서는 자아확장력을 강화시키고 이는 대인관계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처럼 다양한 심리학 연구 결과들은 긍정적 정서가 창의력을 향상시키고 대인관계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점을 밝혀 왔다. 그런데 이는 자기계발서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자기계발서는 그럴듯한 처방만 늘어놓고 있을 뿐, 그것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지 못한다. 이유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논문처럼 권위 있는 기관이나 추가 연구를 통한 검증을 거치지도 않는다.)


  한때 논란이 됐었던 김미경 강사의 강의 일부이다. 솔직히 누가 시건방을 떨고 있는지 묻고 싶다. 각종 종교 경전과 철학 서적들은 짧게는 몇십 년, 길게는 수세기에 걸쳐서 검증을 받아왔다. 오죽하면 한 철학과 교수님은 칸트를 가리켜 걸레라고 칭했다. 그야말로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논파를 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칸트 이후의 철학이 대부분 칸트 비판이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칸트의 위엄.) 자기계발서가 한 사람이 치열하게 소통한 결과라면, 인문 서적은 수백 명이 치열하게 소통한 결과이다. 하다못해 교과서도 출간 전에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니 초등학교 교과서보다 못한 셈) 검증되지도 않았고, 검증할 수도 없는 책으로 삶을 이야기하는 시건방은 멈추어야 한다. 

  그러니 그럴듯한 미사여구와 근거도 없이 잠언을 늘어놓는 자기계발서는 불쏘시개로 쓰도록 하고, 이제는 수많은 심리학자들과 과학자들이 실증적인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놓은 검증된 방법을 사용하도록 하자. 더구나 그들이 찾은 해답은 꽤 간단하고 명쾌하다. 바로 긍정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2. 긍정성을 높인다는 것

  물이 반쯤 찬 컵이 있을 때, 부정적인 사람은 '물이 반밖에 없네'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인 사람은 '물이 반이나 남아 있네'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라고 결심한다고 해서 곧 긍정적인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이는 근육질의 매력적인 몸매를 보고서 '나도 저렇게 복근도 키우고 가슴도 빵빵하게 만들어야지'라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그렇게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몸짱이 되려면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키워야 한다.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사람이 되려면 뇌의 부정적인 정보처리 루트를 약화시키고 긍정적인 루트가 강화되도록 습관을 들여야 한다. 단기간의 깨달음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의 꾸준한 노력을 통해 얻는 것이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이 처리되는 부분은 서로 다르다. 분비되는 신경전달 물질도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사건이나 사물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은 뇌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한다. 긍정적인 사람은 긍정적 정서가 뇌에 깊이 각인되어 습관이 된 사람이다. 긍정성을 높인다는 것은 그러한 습관을 훈련하는 것이다.

  뇌 과학자들은 뇌의 변화 가능성을 가소성이라 부른다. 인간의 뇌는 언제든지, 얼마든지 변형 가능하다. 심지어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맹인의 시각피질이 청각 신호를 처리하도록 재조직되기도 한다.8)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제 늙어서 머리가 굳었다.'라는 표현도 잘못된 것이다. 늙어 죽을 때까지 우리의 뇌는 계속 변화한다. 뇌세포도 새로 생겨난다. 이에 대해 첼리스트인 파블로 카잘스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가 아흔한 살이었을 때, 그에게 한 학생이 다가와 물었다. "선생님은 왜 연습을 계속하시나요?" 카잘스는 대답했다. "나의 연주 실력이 아직도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라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절대 바뀌지 않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뇌는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뇌를 긍정적인 뇌로 바꾸게 되면 자신과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다. 이는 다시 자신의 기분을 긍정적으로 바꾸게 되고 또 다시 자신의 긍정성을 증가시킨다. 물이 반이나 남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더 긍정적인 사람이 되는 식이다. (전형적인 positive feedback. 이는 부정적인 감정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긍정성의 효과와 긍정성 향상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그럼 지금부터 긍정성을 향상시키는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3. 감사하기

  심리학이 발견한 긍정적 정서 향상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명상하기, 선행 베풀기, 좋은 추억 회상하기, 잘되는 일에 집중하기 등등 다양한 훈련 방법이 제시되었으며 모두 다 일정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었다. 그러나 단연 최고의 효과를 지닌 것으로 입증된 것은 바로 감사하기 훈련이다. 감사하기의 강력함에 매료된 일군의 학자들은 '감사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감사하기 훈련의 효과는 신경심장학이라는 학문 분야를 통해 입증되었다. 심장은 뇌와는 별개로 독립적으로 기능적 결정을 내리는 신경기관으로 '하트 브레인(heart brain)'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심장을 신경기관의 하나로서 연구하는 신경심장학은 이미 하나의 학문 분야로 자리를 잡았다.9) 신경심장학에 따르면 심장과 뇌는 서로 밀접하게 정보를 주고받는다. 두뇌의 판단에 따라 심장박동수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거꾸로 심장에서 보내는 특정한 신호가 감정이나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특히 감정의 변화는 심장박동수의 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신경질적이고 짜증을 많이 내는 사람은 심장이 약해서 심장박동수가 불규칙하기 때문인 경우도 많다. 즉 화가 나서 심장박동수가 불규칙하다기보다 불규칙한 심장박동수가 그 사람을 불안하고 짜증 나게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심장박동과 감정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에 주목한 학자들은 심장박동수를 가장 이상적으로 유지시켜주는 긍정적 정서가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명상하기도, 집중하기도 아닌 바로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심장박동수의 변화 주기는 10초에 한 번, 즉 0.1Hz인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때에는 호흡, 심장박동의 변화, 혈압 변화의 리듬이 모두 다 비슷한 주기를 유지하는 일치(coherence)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일치를 가져오는 것이 바로 감사의 마음이다.10) 또한 긍정심리학자들도 행동반응 연구를 통해 감사하기 훈련이 가장 효과적인 것임을 발견하였다. 

  한편 이러한 긍정적 정서 향상 훈련은 긴 기간에 걸쳐 띄엄띄엄 하는 것보다는 짧은 기간에 몰아서 집약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11) 1주에 5가지 선행을 하루에 몰아서 행한 집단만이, 1주일에 걸쳐 선행을 한 타 집단들보다 행복감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감사하기 훈련도 마찬가지다 매주 한 번씩 감사일기를 적은 그룹은 긍정적 효과가 발견되지만 3주에 한 번씩 쓴 집단에서는 아무런 효과도 발견되지 않는다. 따라서 습관화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감사하기 훈련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위의 조건들을 고려할 때, 그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감사일기를 적는 것이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날 있었던 일들을 돌이켜 보면서 감사할 만한 일을 다섯 가지 이상 기록한다. 인생에 대한 막연한 감사가 아니라, 하루 동안 있었던 일 중에서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머릿속으로 회상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반드시 글로 기록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우리의 뇌는 그 날 있었던 일을 꼼꼼히 회상해보면서 감사할 만한 일을 고르게 된다. 다시 말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잠들게 되는 것이다. 잠들기 전에 하는 것이 효과적인 이유는 기억의 고착화 현상은 대부분 잠자는 동안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감사일기 적기를 며칠 하다 보면 우리의 뇌는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감사한 일을 찾기 시작한다.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감사한 일을 찾게 되는 습관이 들기 시작하고, 이는 나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감사하게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로 이어진다.

  어떤 이는 이렇게 감사일기를 적는 것이 유치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는 바와 같이 그 효과는 매우 강력하다. 효과는 강력한 데 방법이 간단하고 유치하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별로 힘든 일도 아닌데다 속았다고 하더라도 손해 볼 일도 없다. 한 번 하지 않겠는가?

▲ 감사일기를 통해 성공한 대표적 유명인사 오프라 윈프리






  4. 운동하기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이 말은 고대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가 한 발언을 오해한 것이라고 알려져있다. 원문은 'orandum est ut sit mens sana in corpore sano.'이다. 해석하면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기를 기원해야 할 것이다.'라는 것으로 신체단련에만 힘을 쏟는 당시 사회상을 비판하는 발언이라고 한다.12)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은 그러한 오해가 맞다. 건강한 육체는 건강한 정신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꾸준한 운동이 마음을 건강하게 해준다.

  운동은 몸만 건강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마음을 더 건강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 효과에 대한 평가는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많은 연구들이 우울증과 신경과민 증상에 대해 약물치료와 운동 치료를 병행해 비교한 결과, 운동이 몇몇 약물에 비해 훨씬 나은 효과를 보인다는 결과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13) 하버드대학 정신과 의사 존 래티는 "운동은 집중력과 침착성은 높이고 충동성은 낮춰 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작과 리탈린을 복용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정도가 가벼운 우울증에는 약물 대신 운동을 처방하는 의사가 늘어나고 있다. 

  운동은 우리의 뇌를 건강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머리를 좋게 해주기도 한다. 미국 일리노이주 네이퍼빌 센트럴 고등학교는 0교시에 체육 수업을 진행하였다. (몸에는 좋겠지만, 그거 죽을 맛일 듯 ㅠ.ㅠ) 한 학기 동안 자기 체력 내에서 최대한 열심히 뛰도록 한 결과 읽기와 문장 이해력이 17% 증가했고, 0교시 체육 수업에 참가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성적이 2배가량 높아졌다. 심지어 같은 시간 동안 공부를 했던 학생들 보다, 운동을 한 학생들의 성적이 더 크게 향상되었다.14) 

  이유는 뇌 내 물질과 관련이 있다. 운동을 하면 신경세포 성장에 도움을 주는 물질인 신경세포 성장인자(NGF, Nerve Growth Factor)와 뇌유리신경성장인자(BDNF,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의 분비를 촉진시킨다.15) 생명공학연구소 솔크연구소와 컬럼비아대학 메디컬센터 스콧 스몰 교수 연구팀은 석 달간 운동을 한 건강한 성인의 뇌에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겨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16) 운동은 특히 성년의 뇌 세포 재건에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특히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의 신경 밀도를 증가시켜 암기력 같은 학업 능력 향상에 효과가 탁월하다. 나아가 노인성 치매와 알츠하이머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은 뉴스에도 자주 등장하는 내용이다. 

▲ 운동은 신경세포의 발달을 돕는다.


  그렇다면,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연구에 따르면, 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최소 조건은 일주일에 세 번씩 30분 이상, 최대 심장박동수의 60%~80%(살짝 숨이 가쁜 정도) 정도의 세기로 8주 이상 운동하는 것이다. (최소 2달의 기간이 걸리는 것은 뇌에 새로운 시냅스 연결을 위한 단백질 합성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17) 뇌를 위한 운동 요령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유산소 운동, 근력운동, 장력운동(스트레칭, 요가) 세 가지를 골고루 해야 한다. 하루에 한 가지 운동을 1시간 하는 것보다 세 가지 운동을 20분씩 나눠서 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

  둘째, 일주일에 3번 이상 한다. 뇌에 기록되는 운동 정보는 72시간 후에 리셋된다고 하니 최소 3일에 한 번은 운동을 해주어야 한다.

  셋째, 즐겁고 재미있을 정도로만 한다. 운동이 스트레스가 되면 안 된다. 긍정성을 높이자고 운동하는데 부정적 감정을 가지고 할 수는 없는 법이지 않은가. 게다가 무리한 운동은 신체에도 부담을 주니 적당히 기분 좋을 만큼만 운동하도록 하자.

  넷째, 리듬을 타는 운동이 좋다. 연구에 따르면 음악에 맞춰 하는 에어로빅이나 댄스스포츠가 정신 건강에 가장 좋다고 한다. 

  다섯째, 친구와 함께한다. 혼자 하는 것보다 즐겁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꾸준히 하게 되는 동기부여가 된다.

  여섯째, 야외에서도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등산이나 산책을 나서는 것이 좋다. 햇빛은 우울증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일곱째, 운동의 효과를 믿는다. 꾸준히 운동하면 더 긍정적이 사람이 되고, 인간관계도 개선되며, 더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게 되리라는 확신을 가져라.





  5. 강점 찾기

  마틴 셀리그먼은 긍정심리학의 창시자로 알려져있다. 기존의 심리학은 정신질환 환자를 분류하고 치료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심리학과 정신의학은 지난 60년간의 발전을 통해 불행한 사람들을 덜 불행하게 해줄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반해 긍정심리학은 평범한 사람들에 주목한다. 행복한 사람을 더욱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마틴 셀리그먼은 행복한 삶을 세 가지로 분류하여 연구하였다.18) 그중에 하나가 의미 있는 삶이다. 그것은 자신의 최대 강점을 알고, 그 강점을 사용해 자신보다 더 큰 무엇인가에 속해 봉사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어떤 면에서 앞서 갈 것인가보다는 어느 면에서든 뒤지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 집착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창의적이고 다양한 능력을 지닌 어린이를 틀에 박힌 사고를 지니고, 무능하고, 열등감에 사로잡힌 어른들로 키워낼뿐이다.19) 약점에 집중해서 그것을 보완하는 방법으로는 자기 발전도 없고 행복도 없다. 그러한 노력이 성공한다 해도 기껏해야 평범한 사람이 되는 데 그칠 뿐이다. 진정한 행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발휘하며 살아가야 한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즐거움과 성취와 보람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삶이다. 따라서 자신의 대표 강점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이를 일상생활 속에서 꾸준히 수행하여야 한다.


  셀리그먼 교수에 따르면 부부나 연인관계에서 절대 갈라서지 않는 비법은 상대방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반대로 헤어지고 싶다면 서로의 약점을 들춰내서 공격하면 된다.) 상대방이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면 그것을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격려해야 한다. 호기심과 학습 욕구의 강점을 가졌다면 강연도 듣고 책도 사볼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상대방의 강점이 무엇인지 서로 파악하고자 노력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지속 가능한 사랑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는 부부나 연인 관계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 멘토와 멘티의 관계에서도 중요하다.)

  이러한 강점 찾기 훈련 또한 앞서의 방법들과 마찬가지로 즉각적으로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1개월 이상 꾸준히 훈련할 경우 긍정적 정서에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났으며 그 효과는 다른 종류의 긍정적 정서의 유발과는 달리 6개월 이상 지속된다.20) 강점 찾기는 삶에서 오래도록 지속되는 긍정성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지속적인 긍정성. 어쩌면 이것이 행복의 다른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6. 마치며...

  지금까지 '보다 나은 나'를 만드는 긍정성의 효과를 설명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긍정성을 향상시키는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긍정심리학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긍정성을 높인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긍정심리학은 성공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단지 자신의 가치와 사회적인 평가를 높여줄 뿐이다. 물론 그로 인해 성공의 기회가 늘어날 수는 있지만, 성공은 일종의 덤인 셈이다. 이를 명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과학이 아니라 사이비에 불과할 것이다.

  또한, 긍정심리학이라고 무조건 긍정하고 참고 견디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것은 위선이고 기만행위이며 이에 따른 스트레스는 오히려 긍정성에 해가 된다. 오히려 끔찍한 상황은 끔찍하다고 느끼는 것이 정신건강에 더 좋다. 긍정성을 향상하려는 목적은 시궁창을 장밋빛으로 탈바꿈하는 것에 있지 않다. 그 시궁창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지키고 그것을 발전시키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인내의 대상과 목적이 헷갈려서는 안된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지 노력하여 최선을 다한 뒤에 하늘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긍정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긍정성의 향상을 통해 자신의 가치와 인간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이다. 성공은 그저 뒤따라오는 보너스라고 생각해야 한다. 뭐 굳이 거창한 성공을 바랄 필요가 있을까? 긍정적으로 변한 나로 인해 내 삶이 행복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진다면 그것 또한 큰 성공이 아닐까 한다. 





  7. 참조

  1) On problem-solving. Duncker, Karl; Lees, Lynne S. (Trans). Psychological Monographs, Vol 58(5), 1945, i-113.

  2) Positive affect facilitates creative problem solving. Isen, Alice M.; Daubman, Kimberly A.; Nowicki, Gary P.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52(6), Jun 1987, 1122-1131.

  3) Cognitive representations of semantic categories. Rosch, Eleanor.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Vol 104(3), Sep 1975, 192-233.

  4) The influence of positive affect on the unusualness of word associations. Isen, Alice M.; Johnson, Mitzi M.; Mertz, Elizabeth; Robinson, Gregory F.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48(6), Jun 1985, 1413-1426.

  5) A neuropsychological theory of positive affect and its influence on cognition. Ashby, F. Gregory; Isen, Alice M.; Turken, And U. Psychological Review, Vol 106(3), Jul 1999, 529-550.

  6) Love and the expansion of self: Understanding attraction and satisfaction. Aron, Arthur; Aron, Elaine N. New York, NY, US: Hemisphere Publishing Corp/Harper & Row Publishers. (1986)

  7) Nice to know you: Positive emotions, self–other overlap, and complex understanding in the formation of a new relationship. Christian E. Waugha & Barbara L. Fredrickson. The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 1(2), 93-106.

  8) Morphological alterations in the congenital blind based on the analysis of cortical thickness and surface area. HJ Park, JD Lee, EY Kim, B Park, MK Oh, SC Lee… Neuroimage, 2009. 47, 98-106

  9) Neurocardiology. Armour, J., & Ardell, J. (eds). New York : Oxford University Press. 1994.

  10) Heart Rhythm Coherence – An Emerging Area of Biofeedback. Rollin McCraty, Ph.D.i, HeartMath Research Center, Institute of HeartMath, Boulder Creek, CA. Biofeedback 2002;30(1):23-25

  11) Pursuing happiness: The architecture of sustainable change. Lyubomirsky, Sonja; Sheldon, Kennon M.; Schkade, David.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Vol 9(2), Jun 2005, 111-131.

  12) http://en.wikipedia.org/wiki/Mens_sana_in_corpore_sano

  13) The Benefits of Exercise for the Clinically Depressed. Lynette L. Craft, Ph.D. and Frank M. Perna, Ed.D., Ph.D. J Clin Psychiatry. 2004; 6(3): 104–111.

  14) EBS <다큐프라임> - 학교체육, 미래를 만나다 제 1부 체육이 우등생을 만든다.

  15) 뉴스 펀딩 <내 맘대로 '뇌' 맘대로> http://m.newsfund.media.daum.net/episode/366

  16) An in vivo correlate of exercise-induced neurogenesis in the adult dentate gyrus. Ana C. Pereira, Dan E. Huddleston, Adam M. Brickman, Alexander A. Sosunov, Rene Hen,§ Guy M. McKhann, Richard Sloan, Fred H. Gage, Truman R. Brown, and Scott A. Small. Proc Natl Acad Sci U S A. 2007 Mar 27; 104(13): 5638–5643.

  17) Exercise parameters in the treatment of clinical depression: a systematic review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Luke G. Perraton, Saravana Kumar, & Zuzana Machotka. Journal of Evaluation in Clinical Practice Volume 16, Issue 3, pages 597–604, June 2010

  18) 마틴 셀리그먼, 긍정심리학을 말하다. http://www.ted.com/talks/martin_seligman_on_the_state_of_psychology?language=ko

  19) The Element: How Finding Your Passion Changes Everything. Robinson, K. 2009, New York : Penguin Books.

  20) Positive psychology progress: empirical validation of interventions. Seligman M, Steen T A, Park N, Peterson C. Am Psychol. 2005 Jul-Aug;60(5):4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