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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강철 멘탈을 기르는 현실적이고 확실한 방법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한다."

 

유명한 니체의 명언이다. 이 말이 명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진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아무리 심한 고통을 겪더라도 이를 견디고 이겨내기만 한다면, 우리는 더 강한 멘탈을 갖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궁금증이 생긴다. "어떻게?"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어떻게' 나를 더 강하게 만드는 걸까? 그저 "겪어보니 그렇더라."라는 말로 퉁치고 넘어가도 될까?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과학의 힘으로 뇌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시대이지 않은가? 이제는 니체의 명언도 과학적으로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궁금증에 해답을 줄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최악을 극복하는 힘>이다. 저자 엘리자베스 스탠리는 실제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인해 PTSD와 우울증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는 자신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15년간 스트레스, 트라우마, 회복탄력성에 관한 신경과학을 연구하였고, 그 결과 미군과 협업하여 마음챙김 기반 마인드 피트니스 훈련(MMFT)을 창시하기에 이른다. 즉, 나를 죽이지 못한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그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했고, 그 결과 MMFT와 <최악을 극복하는 힘>이라는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다.

 

이러한 이력은 책의 성격에서 분명하고도 역설적으로 드러난다. 보통 저자가 정신적으로 고통받은 경험이 있다고 하면, 그 책은 저자의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낸 경험적이고 임상적인 책이 될 거라 예상하기 쉽다. 나도 저자 소개만 봤을 때는 비슷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최악을 극복하는 힘>은 오히려 반대였다. 저자는 치열할 정도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향으로 접근한다. 왜 그랬을까? 본인이 직면한 문제이기 때문에 허투루 접근하지 않았다는 게 책을 보고 나서 느낀 내 생각이다. 만약 당신이 병에 걸렸다면, 누군가의 경험적인 민간요법에 의존하겠는가, 아니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의술에 의존하겠는가?

 

보다시피 스트레스를 측정할 때도 경험적 서술이나 피험자의 설문 응답에 의존하지 않고, 심박 수, 호흡수, 혈액 내 스트레스 호르몬 등 생리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측정한다. 본인이 겪었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1) 스트레스를 힘으로 바꾸는 핵심, 회복하기

 

스트레스는 독일까, 득일까? 과거에는 스트레스가 독으로 작동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스트레스의 힘>, <그릿>, <마인드셋> 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스트레스가 득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문제는 양쪽의 이야기가 모두 다 타당해 보인다는 점이다.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활용해 힘이 났던 경험도 있고, 스트레스에 짓눌려 무기력에 빠졌던 경험도 있다.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솟는다. 스트레스가 긍정적으로 작동하는 경우는, 그 반대의 경우와 비교해서 무엇이 다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병아리를 대상으로 했던 끔찍한 실험 하나를 소개한다.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았으나, A군 병아리들은 완전한 회복과정을 거쳤고, B군 병아리들은 회복 과정 중에 다시 스트레스에 노출되었다. 그 결과는 멘탈의 차이로 드러났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는 멘탈을 보여준 것은 완전한 회복과정을 거친 병아리들이었다.

 

2) 인내의 창을 넓혀라

 

<최악을 극복하는 힘>에는 '인내의 창'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인내의 창은 외부 자극을 견딜 수 있는 범위를 가리키는 말로, 스트레스도 그러한 외부 자극 중 하나이다. 인내의 창이 넓다는 말은 더 많은 스트레스에 견디는 힘을 갖고 있다는, 즉 더 강한 멘탈을 소유하고 있다는 말로 이해하면 된다.

 

사람도 병아리와 다르지 않다. 인내의 창을 넓히려면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스트레스를 경험한 후 완전한 회복을 거치면 된다. 이러면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스트레스가 우리를 죽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체득적으로 알게 되고, 다음에 비슷한 스트레스를 마주했을 때 우울증, PTSD, 불면증, 신체 질병 등의 조절 장애에 빠지지 않고 극복하게 된다.

 

하지만 충분한 회복을 거치지 않으면 여전히 스트레스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느낀다. 그 결과 투쟁, 도피, 동결과 같은 적절하지 못한 반응이 이어지고, 그에 따라 회복의 기회가 사라지면서 스트레스 상태가 계속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인내의 창이 좁아지는 셈이다.

 

2) 유스트레스 구간은 늘리고, 디스트레스 구간은 좁혀라

 

1908년에 심리학자 로버트 여키스와 존 도슨은 스트레스 수준과 수행 능력 사이의 관계를 그래프로 그렸다. 이에 따르면 적당한 수준까지는 스트레스가 수행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체내 포도당과 코르티솔 수치를 높여 주의를 집중하게 하고 과업과 관련된 정보를 상기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스트레스 수준이 너무 높으면 수행능력은 서서히 저하되고, 끝내 사고 기능이 마비되는 동결 반응까지 이르게 된다. 여기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스트레스를 '유스트레스'라 하고,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스트레스를 '디스트레스'라 한다.

 

인내의 창이 넓어진다는 말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을 기른다는 말이고, 이는 유스트레스 영역을 넓힌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즉, 스트레스의 긍정적 힘을 제대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인내의 창을 넓혀야 한다는 말이다.

 

그 방법의 핵심은 '회복하기'에 있다. 스트레스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끈기와 태도만 부르짖어선 안 된다. 그러다 회복의 기회를 놓치면 인내의 창이 좁아질 뿐이다. 스트레스의 긍정적 효과를 되새기면서도 동시에 충분한 회복 과정도 거쳐야 한다. 워라밸이 중요한 이유, 취미와 운동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인내의 창을 넓혀준다. 단, 그 고통을 완전히 회복하는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긍정심리학, 신경생물학, 마음챙김까지 멘탈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다. 많은 지식과 깨우침을 얻었지만, 어딘가 모순되게 느껴지는 부분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최악을 극복하는 힘>은 그 답답함을 속 시원히 해소해 준 책이자, 강철 멘탈을 소유하는 확실하고 과학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서 추천한다.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혹은 앞으로도 건강한 정신을 이어가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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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