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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목표만 바라보고 뛰어가는 경주마, OKR


나는 회사에서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독서 모임에서도 '잘 팔리는 글쓰기'를 이끌고 있다. 그런데 정작 내가 글을 못 쓴다. 이것이 2019년 한 해 동안 나를 내내 괴롭히던 고민이었다.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글쓰기는 실전 비즈니스 앞에서 쪽도 못 쓰는 하찮고 작은 성이었다. 그런 주제에 에고가 레고 블록처럼 단단해 거인이 밟아도 무너질 것 같지가 않았다. 무너뜨려야 한다는 문제의식만 있었지, 어떻게 무너뜨릴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그런 나에게 존 도어의 <OKR>은 엄청난 깨달음을 주었다. OKR은 목표(Objective)와 핵심결과(Key Results)의 약자로 팀 혹은 개인이 협력해 목표를 세우기 위한 규약을 말한다. 책에서는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 도구로써 설명하고 있었지만, 나는 OKR이야말로 나의 글쓰기를 획기적으로 전환시킬 최고의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0.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목표'는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서 구체적이고, 행동 지향적이어야 하며, 영감으로 가득해야 한다. '핵심결과'는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달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효과적으로 마련된 핵심결과는 구체적인 일정을 기반으로 삼고, 공격적이면서 동시에 현실적이다. 무엇보다 핵심결과는 측정과 검증이 가능해야 한다. 숫자가 포함되지 않으면 핵심결과가 아니다.

<OKR>, OKR의 시작

'글쓰기라는 성을 무너뜨려야 한다'라는 목표는 잘못되었다. 이 목표는 구체적이지도 않고, 행동 지향적이지도 않다.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 따라서 영감(비전)이 담겨있지도 않다.


그리고 목표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측정 가능해야 한다. 다행히 그동안 서평과 칼럼을 써오면서 나의 글쓰기 결과에 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체인지그라운드의 페이스북 채널들을 통해 공유될 때 내 글은 평균 18,700건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1월 한 달간 총 조회수는 600,824건이었다. 잘 팔리는 글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치다. 큐블리케이션 도서 서평은 성적이 더 안 좋다. 이 경우 평균 조회수는 15,000건이었다. 서평의 경우 유기적 도달만 포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인 조회수는 훨씬 낮다. 어쨌든 만족스럽지 않지만, 현재 상황을 측정 가능한 수치로 표현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 지향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사실 이것에 대한 답은 이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잘 팔리는 글을 쓰는 것, 즉 바이럴시키는 것이다. 리마커블한 글을 쓰는 것, 즉 사람들이 기꺼이 공유하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다.


문제는 무엇이 바이럴 되고 무엇이 리마커블한지 그것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없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암묵지다.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익히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많이 써보며 감각을 날카롭게 키우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글 쓰는 횟수 또한 중요한 지표라고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나의 글쓰기 OKR을 수립하면 다음과 같다.


목표 : 바이럴 되는 글쓰기

핵심결과

1) 평균 조회수 끌어올리기

2) 일일 2개 이상 글쓰기



1. 집중


중요성에 대한 측정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된다. '앞으로 3개월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성공적인 조직은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몇 가지 전략에 '집중'한다. 각각의 핵심결과는 그 자체로 벅찬 도전 과제가 되어야 한다. 누가 봐도 쉬운 일이라면 아무도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핵심결과의 완성은 곧 목표 달성을 의미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OKR을 애초에 잘못 세운 것이다. 집중은 OKR에서 가장 중요한 슈퍼파워다.

<OKR>, 우선순위에 집중하기

<OKR>에서는 집중을 강조하며 너무 많은 목표를 갖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이 부분에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내가 스스로 만들거나 제안할 수 있는 OKR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는 회사에 기여하는 정도가 미미했다... 뭐, 그런 만큼 목표가 분산될 걱정이 없기는 하다. 일단 주어진 것부터 제대로 해내보자!


집중이라는 키워드에서 한 가지 중요한 인식의 변화를 얻을 수 있었다. 목표는 지평선 저 멀리에 있다. 나는 그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앞만 보고 가야 한다. 따라서 과거를 무너뜨리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었다. 나는 철저히 0에서부터 시작해야 했다.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한 특성을 전부 내려놓고, 지금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향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다행히 근래에 이와 관련한 체감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내 작은 성은 버려두면 될 일이었다.


집중을 높이는 데는 마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OKR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OKR 주기를 설정해야 했다. 주기를 설정하는 것은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목표는 너무 벅차도, 너무 쉬워도 안 된다. 기한이 주어지면 적당한 수준의 목표를 설정하기가 더 쉬워진다.


OKR (2월)

목표 : 바이럴 되는 글쓰기

핵심 결과

1) 3월까지 평균 조회수 20,000건 달성 (현재 +2,000)

2) 일일 2개, 총 58개 졸꾸 칼럼 쓰기



2. 정렬


계획 수립 단계에서 실행 단계로 넘어갈 때 관리자를 비롯한 모든 직원은 자신의 업무가 조직의 전망과 조화를 이루도록 조율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바로 '정렬'이라고 부른다. OKR 시스템은 개별 직원의 일을 팀의 업무로, 부서의 프로젝트로, 기업의 사명으로 연결 짓는다. 건전한 OKR 시스템은 정렬과 자율 그리고 공동의 목표와 창조적 도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다. 최고의 팀은 하향식 목표 설정과 상향식 목표 설정 사이의 창조적 긴장 위에 존재한다. OKR 시스템에서는 신입 사원도 동료 직원에서 CEO에 이르기까지 다른 구성원의 목표를 확인할 수 있다. 투명함은 최고를 향해 달려가기 위한 고속도로다.

<OKR>, 팀의 정렬과 연결

글쓰기는 나의 개인적인 OKR이다. 문제는 이것이 회사의 OKR과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즉, 나의 OKR을 회사의 OKR에 정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회사의 OKR은 무엇일까? 회사의 목표와 핵심결과는 무엇일까? 이는 신영준 박사님이 최근 직원들에게 전달한 편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올해 우리는 강도 높은 혁신을 반드시 해내야 합니다. 지금 이대로 가면 내년은 이 정도도 아니고 더 심각해질 수도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우리의 시스템 안에서 매출을 발생시켜야 합니다. 유튜브나 아티클 수익을 통해 여러분의 인건비를 충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올해 우리 회사의 목표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자립'이었다. 스스로 매출을 올려 돈을 벌어야 한다. 사실 직원 입장에서 회사 매출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부끄럽다는 말도 모자란 일이다. 당장 사표 내고 나가야 도리에 맞다.


그럼 나의 개인적인 OKR은 회사의 목표와 조화를 이루고 있을까? 다행히 그렇다. 내가 칼럼을 써서 조회수를 올리면 광고 수익이 발생한다. 그 수익을 일정 수준 이상 끌어올리면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된다. 나의 발전이 회사의 생존과 이어진다. 정말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회사 OKR

목표 : 자립 가능한 매출 달성

핵심 결과

1) 아티클 수익 월 600만 원 달성

2) 유튜브(픽션월드) 수익 OOO 달성 (데이터 부족)


개인 OKR (2월)

목표1 : 아티클 수익 월 600만 원 달성

핵심 결과

1) 3월까지 평균 조회수 20,000건 달성 (현재 +2,000)

2) 일일 2개, 총 58개 졸꾸 칼럼 쓰기

목표2 : 픽션월드 수익 창출

핵심결과

1) 주당 1개 이상 영상 업로드



3. 추적


OKR의 과소평가된 장점은 '추적' 가능하며 따라서 수정 혹은 환경에 따른 변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세워두고 잊어버리는' 기존의 목표 설정 방식과 달리 OKR은 살아 숨 쉬는 유기체다. 업데이트가 주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때 목표는 의미를 잃고 계획과 현실의 간극은 점차 벌어진다. 그리고 분기 말에 활력과 가치를 잃어버리고 '무엇'과 '어떻게'만 인쇄된 OKR이 좀비처럼 걸어 다닌다. 동기를 부여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업무 차원에서 발전을 확인하는 일이다. 사람들은 발전하는 과정에서 최고의 열정을 느낀다.

<OKR>, 책임 추적

0.7~1.0 - 녹색, 목표 달성 → 지속하기

0.4~0.6 - 노랑, 어느 정도 성과는 있었지만, 목표 달성에는 못 미침 → 보완하기

0.0~0.3 - 빨강, 실질적인 성과를 이룩하지 못함 → 중단하기


목표를 모두 성취했는가? 그렇다면 기여 요인은 무엇인가?

목표를 성취하지 못했다면, 성공을 가로막은 것은 무엇인가?

성취한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이번 교훈을 통해 다음번 OKR에서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아직 OKR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아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이미 데일리 리포트를 작성하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데일리 리포트에서 단순히 한 일만 기록하는 것과 당시의 효율을 함께 기록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상, 중, 하로 활동 시간을 평가하면 시간을 더 알차게 쓰게 된다. 책을 봐도 더 많이 보고, 글을 써도 더 빨리 쓴다. 단지 적는 것만으로 이런 효과가 발생한다.


OKR의 가장 큰 특징은 수시로 확인하고 업데이트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실 무언가에 몰두하면 시시각각 전해지는 결과를 확인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점은 그 결과로부터 어떠한 전략의 변화를 끌어내는가 하는 점이다. OKR 없이 결과만 몰두하면 온종일 주식 차트만 들여다보는 것과 매한가지다.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OKR 피드백을 자체적으로라도 갖고자 한다.



4. 도전


보수적인 목표 설정은 혁신을 가로막는다. 혁신은 산소와 같다. 기업은 혁신 없이 살아남지 못한다. 목표가 힘들수록 성과는 더 높게 나타난다. 구글은 달성률이 60~70%에 이르도록 OKR을 설정한다. 다시 말해, 구글은 애초에 목표의 30% 정도는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도 구글은 그것을 성공으로 인정한다. 지나치게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하면 직원의 사기는 오히려 꺾인다. 노력과 위험 감수가 필요한 도전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열정은 필수다. 여기서 리더는 두 가지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바로 결과의 중요성과 성취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다. 우리는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힘든 목표를 세워야 한다.

<OKR>, 최고를 향한 도전

나의 가장 안 좋은 성격 중 하나는 목표를 잡는 데 소심하다는 점이다. 어렸을 때는 이게 똑똑한 건 줄 알았다. 대부분의 결과가 내 예상을 벗어나질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고정형 사고방식이고 스스로 유리천장을 만든 일이라는 점을 이제는 알고 있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도사리는 소심함까지 날려버리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무언가 강제적인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OKR의 도전적인 목표 설정은 나의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겨우 해낼 수 있는 것에 머물지 말고, 해냈을 때 희열을 느낄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살짝 중2병스러울 수도 있지만, 간지나는 목표가 필요한 순간이다. 목표를 얼마나 높이면 간지가 날까? 솔직히 지금 내 상황이 간지 어쩌고를 논할 수준이 못 되긴 한다. 밥값도 못하고 있으니... 그래서 최소한 밥값 하는 정도까지는 해내고자 한다.


최종 OKR


회사 OKR

목표 : 자립 가능한 매출 달성

핵심 결과

1) 아티클 수익 월 800만 원 달성 (1인당 200만 원)

2) 유튜브(픽션월드) 수익 100만 원 달성


개인 OKR (2월) - 매출 300만 원 기여

목표1 : 아티클 수익 기여도 월 200만 원 달성

핵심 결과

1) 3월까지 평균 조회수 33,000건 달성 (현재 +13,000, 조회수 1건당 1원으로 계산)

2) 일일 2개, 총 58개 졸꾸 칼럼 쓰기

목표2 : 픽션월드 수익 창출

핵심결과

1) 주당 1개 이상 영상 업로드

2) 수익 월 100만 원 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