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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생이 편해지는 4가지 태도


  쉬운 길만 찾아다녀도 어려운 게 인생이다. 무엇이 우리 삶을 힘들게 할까? 대개 사람들은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 인간관계, 직장생활, 학교생활, 성적 압박, 실적 압박... 하지만 정말 이것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걸까?


  나만 힘든 일은 없다. 모두 다 힘들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특히 돈 버는 일은 더더욱) 그럼에도 누군가는 그 일을 묵묵히 해낸다. 심지어 기쁜 마음으로 해내는 사람도 있다. 결국,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가짐이다. 태도가 전부다. 인생을 편하게 살고 싶다고 모든 스트레스 요소를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태도를 바꿔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스트레스 요소가 실은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다. 이런 것들은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만 바꿔도 충분히 없앨 수 있다. 과연 어떤 태도를 가져야 인생이 편해질 수 있을까? 



  1.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140p


  나는 어렸을 때부터 뚱뚱했다. 4살 이후부터 비만이었으니 사실상 모태 뚱보라고 봐도 좋다. 당연히 살을 빼야겠다고 항상 생각했다. 생각만 한 것은 아니다. 살을 빼려고 집 근처 헬스장에 등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채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 아니 대부분 1주일이 한계였다. 왜 그랬을까? 귀찮아서? 바빠서? 물론 그것도 훌륭한 변명거리였지만, 가장 큰 이유는 헬스장에 가기가 죽기보다 싫었기 때문이었다. 헬스장에서 제공하는 운동복은 하나 같이 사이즈가 작았다. 정확히는 핏이 슬림했다. XX Large를 입어도 옆구리와 뱃살에 착 달라붙었다. 툭 튀어나온 뱃살이 천 사이로 빠져나올 것 같은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그 꼴을 하고 운동기구 앞에 서면 모두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물론 처음 시야에 들어왔을 때는 3초 정도 뚫어져라 쳐다볼 수도 있다. 그렇게 흉측한 뱃살을 그냥 지나칠 순 없을 테니까. 그래봤자 3초다. 3초만 지나면 흥미를 잃고 고개를 돌린다. 그들은 내가 누구인지 궁금하지도 않고, 왜 저따위로 입고 다니나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사실 나를 괴롭히는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다.



  요즘은 달리기를 하고 있다. 올 초에 <소파에서 5km까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가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를 읽고 다시 동기부여 받아 달리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기왕이면 땀을 쭉 빼고 싶어서 두꺼운 후드를 입고 달린다. 한여름에도 그러고 다녔다. 처음에는 후드를 입은 모습을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걱정하기도 했다. 걱정은 개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나에게 무관심하다는 걸 깨닫고는 과감한 짓을 벌인다. 달릴 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데, 익숙한 음악이 나오면 달리면서 따라 부른다. 옆에서 보면 딱 미친놈 같다. 숨을 헐떡이면서 노래를 겨우겨우 쫓아간다. 당연히 옆에서 뛰는 사람들이 쳐다본다. 딱 3초만. 그리고 다시 자신만의 달리기에 심취한다. 그 이상 쳐다보게 하려면 달리기를 물구나무서서 해야 하지 않을까? 



2.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다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149p


  한때 살 좀 빼겠다고 자전거를 열심히 탄 적이 있다. (안 빠졌다 ㅠㅠ) 대학 4학년부터 타기 시작했는데, 학생이 무슨 돈이 있겠나? 나는 가성비 킹왕짱이라 불리는 25만 원짜리 자전거를 샀다. (이것도 손을 덜덜 떨면서 샀다, 그리고 살은 안 빠졌다 ㅠㅠ) 자전거가 비싼 거는 차 한 대 값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왜냐하면 다른 자전거가 얼마짜리인지 모르니까! 물론 늘씬하게 생긴 로드바이크를 볼 때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전거 매니아인 친구는 그런 자전거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모델명과 가격을 줄줄 읊어댔다. 물론 나는 따라 외울 생각이 없었고, 비싸거나 말거나 내 자전거가 세상에서 제일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자전거가 너무도 못나 보이는 순간을 맞이했다. 북악산 팔각정을 향해 오르는 중이었다. 타보면 알겠지만, 자전거로 오르막을 오르기는 뛰는 것보다 힘들다. 그래도 과거에 몇 번 북악산에 오른 적이 있기에 그날도 정상을 향해 낑낑대며 오르는 중이었다. 여름이라 땀을 많이 흘렸기 때문이었을까? 입이 바싹 마르고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잠시 내려섰다. 그때였다. 뒤에서 따라오던 사람이 물통을 내밀었다. 


  "이거 좀 드세요."


  그때까지만 해도 너무 고마웠다. 그 사람은 남사스럽게 착 달라붙는 라이더 복장에, 자전거도 무지 비싸 보이는 놈을 타고 있었다. 내가 물을 마시고 고맙다며 물병을 건네자 이렇게 말했다. 


 "와... 그 자전거로 여기 오를 수 있겠어요?"


  순간 얼굴이 벌개지는 기분이었다. '몇 번 오른 적 있어요!'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대답이 목구멍에 막혀 나오질 않았다. 상대방을 빤히 쳐다봤는데, 아직 얼굴도 앳된 것이 이제 막 대학생이 된 것 같아 보였다. 상대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더니 물통을 받아들고는 "먼저 갈게요~"라고 말하고 쌩하니 올라가 버렸다. 한 번도 자전거를 비교한 적이 없었는데, 막상 비교해보니 내가 너무 초라해 보였다. 25만 원짜리 자전거도 초라해 보였고, 고작 그거 사느라고 벌벌거렸던 처지가 처량해 보였다. 남은 1/3 구간을 오를 힘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결국, 방향을 돌려 내려오고 말았다. 그 이후로 북악산을 오르지 않게 되었다. 


  운동이든 독서든 무언가 시작하면 처음에는 즐겁게 빠져들 수 있다. 하지만 조금씩 알아가다 보면 세상에 괴물이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된다. 북악산을 15분 만에 오르는 사람도 있고, 서평을 기가 막히게 잘 쓰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과 비교하면 자신이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차라리 이런 실력적인 면에서 초라함을 느끼면 그나마 다행이다. 멋들어진 의상이나 사람들의 관심이 부러워지면, 그런 걸 부러워하는 자신이 더 초라해진다. 그리고 즐겁게 시작한 일이 스트레스로 변해버린다. 애당초 비교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그랬다면 요즘도 즐거운 마음으로 북악산을 오르고 있지 않을까? 



  3.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283p


  예전에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나는 혼자서 5년 정도 글을 써왔다. 물론 꿈은 내 책을 내고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글빨 좀 있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는데 돌아오는 것은 무관심이었다. 댓글도 적고, 추천도 없고, 조회수도 별로였다. '내 글이 그렇게 별로인가?'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실력이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프로 작가처럼 멋들어진 글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만족할 만한 실력을 갖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기간을 20년쯤 걸릴 거라고 생각했었다. 50이 넘도록 글을 꾸준하게 쓰면, 그때는 돈 받고 팔아도 부끄럽지 않을 글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예상은 깨졌다.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월급을 받고 있으니까. 



  내가 글쓰기에 재능이 있기 때문일까? 아니다. 내가 전혀 재능이 없는 분야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바로 달리기다. 올해 초 <소파에서 5km까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5k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다. 사실 처음에는 당연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5km를 뛰어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 힘든 줄 몰랐으니까. 그런데 막상 뛰어보니 5분도 연속해서 뛰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5km를 뛰려면 30분은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어우... 그게 되겠어? 나는 몸무게도 100kg이 넘고, 오래달리기는 맨날 꼴찌였고, 군대에서 행군도 항상 낙오했는데?


  이 예상도 깨졌다. 막상 해보니 금방 해낼 수 있었다. 물론 힘들기는 죽을 만큼 힘들다. 절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성공할 수 있었다. 5km를 처음 완주한 날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온몸이 축 처질 정도로 만신창이가 됐지만, 해냈다는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어떤 것에 도전하는 마음가짐을 얻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지만, 막상 해보면 못할 것도 없다. 일단 저지르자. 저지르고 나면 성장은 따라오게 되어있다. 반드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원하는 결과는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온다. 역시 졸꾸가 답이다. 



  4. 조촐하게 시작한다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249p


  솔직하게 고백할 게 있다. 올해 초부터 달리기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지만, 나는 매일 달리지 않았다. 3주 넘게 달리기를 쉰 적도 있다. 꾸준히 달리는 와중에도 2~3일에 한 번은 쉰다. 반대로 2~3일에 한 번씩만 달렸던 기간도 있다. 사실 그런 기간이 더 길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엉터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런 자세야말로 끝까지 해내는 비법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했다고 가정해보자. 기왕이면 달리기가 좋을 것 같다.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과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첫날부터 10km를 달리면 백이면 백 퍼지게 되어있다. 다음날 달리기는커녕 일상생활도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며칠 동안 근육통을 끙끙 앓다가 지레 겁먹고 아예 포기하기에 이른다. 



  무언가 시작하는 사람들은 부푼 희망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계획이 마무리되었을 때 달콤한 열매를 맛볼 상상에 감당할 수도 없는 거대한 목표를 잡는다. 이를 '계획의 오류'라고 한다. 낙관주의적 편향에 사로잡혀 무리한 계획을 세우는 경향을 뜻한다. 당신은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황당할 정도로 긍정적인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계획이 틀어지면 쉽게 포기해버린다.


  무지막지한 목표 앞에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고는 '인생은 왜 이렇게 고달플까?' 한탄해도 소용없다. 그런 자세로는 끝까지 해내기 어렵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조촐하게 시작할 필요가 있다. 거창함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끝까지 해내고 싶다면 의식적으로 목표를 절반만 잡아보자. 처음에 보수적으로 5km만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2.5km로 줄여야 한다. 우리가 '계획의 오류'를 저지를 것을 알고 역으로 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나의 최종 목표는 5km였지만, 처음 뛰었던 거리는 1km도 안 되었다. 그것도 걸었던 시간이 더 많았다. 지금은 2~3km는 거뜬하게 뛴다. 이 정도는 매일 뛸 수도 있다. 그리고 이제 10km를 목표로 잡았다. 이게 다 조촐하게 시작한 덕분이다.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의 저자 벨라 마키는 지독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었다. 나는 이 정도로 심각하게 고달픈 인생을 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편하게만 살아온 것도 아니다. 비록 무게감은 다를 수 있지만, 벨라 마키가 자신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가졌던 태도는 내 삶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특히, 그녀가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겪었던 두려움과 걱정을 하나하나 날려버리는 것이 통쾌하게 다가왔다. 


  삶의 질을 바꾸는 것은 언제나 태도다. 괜히 태도가 전부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말은 언제나 쉽다. 삶을 바꾸는 태도를 내 것으로 체화하려면 구체적인 경험과 사례를 알아야 한다. 그로부터 깨달은 방법을 직접 삶에 적용해가며 습관을 키우면, 그때서야 삶이 바뀌기 시작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에세이를 읽는 것 같다. 비록 간접 경험일지라도 구체적이고 생생한 서술을 통해 저자의 마음을 흠뻑 빨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최악을 경험한 사람이 어떤 심정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그 심정에 공감할 수 있다면, 당신도 인생이 편해지는 태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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