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휴지통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대사는 워낙 유명해서 알고 있지만, 난 이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여자가 얼마나 차가운 사람인지, 남자가 뭘 잘못했는지, 왜 헤어져야만 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저 물음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 있다. "사랑은 당연히 변하는 거야."

  이제 막 연애전선에 돌입한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뭐 잘 생기고 이뻐서 그런 고민 안 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난 아니었지 ㅠ.ㅠ) 덕분에 '유혹의 기술'은 꾸준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비록 오버그라운드에서는 특유의 저급함과 엉성함에 별로 힘을 못 쓰고 있지만, 속칭 PUA는 언더그라운드에서 나름 사업화되기도 했다. 사랑을 시작하기 위한 '유혹의 기술'은 다양한 노력을 요구한다. 자존감을 키워라, 외모를 가꿔라, 심리학 지식을 활용하라, 알파 메일이 되어라, IOI... 참 알아야 할 것도 단련해야 할 것도 많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드디어 유혹에 성공하면 그다음부터는 장밋빛 연애가 기다리고 있을까? 

  연애 초기에는 그렇다. 그때는 뭘 해도 예쁘고, 사랑스럽고, 좋아 죽을 것 같다. 그렇게 1년, 2년 시간이 지나면 상대의 다양한 면모를 알게 된다. 나의 좋은 점뿐만 아니라 나의 단점까지도. 그렇게 되면 상대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때로는 단점이 더 커 보일 때도 있다. 이건 콩깍지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왜곡된 시선이 바로잡히는 게 아니라 몰랐던 정보를 알게 되는 셈이다. 우리 엄마도 내 뱃속을 모르겠다는데 1년 연애하고 상대를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법이다. 결국, 연애 기간이 길어질수록 단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숨어 있던 의외의 매력이 튀어나올 수도 있지만, 상대를 유혹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그런 비장의 카드가 남아있을 리가 없다.

  이런 문제 때문에 나는 PUA를 깊이 파고드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입문하는 수준이라면 좋은 이야기가 참 많다. 자존감을 키우라거나, 외모를 가꾸라는 말이 나쁜 말은 아니니깐. 하지만 깊게 파고들면 구체적인 사례가 등장하고 그에 필요한 심리학적 지식과 이를 적용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윙맨 같은 말이 나올 정도가 되면 강좌의 핵심은 다음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블러핑. 내가 가진 것보다 더 크게 보이도록 부풀리는 기술들이 등장한다. (대화 중에 외국에 자주 나가는 듯한 인상을 풍기라는 것도 있었다. 이쯤 되면 사기 아닌가?) 이렇게 허세로 가득 채우면 유혹은 성공할지언정 지속은 힘들다. 아니 애초에 지속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이러니 저질이라는 소리를 수밖에...

  노랫말이나 광고에서는 한결같은 사랑,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드비어스의 광고 카피는 엄청난 히트를 쳤다. 하지만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변하고, 그에 따라 사랑하는 마음도 변한다. 변치 않는 것은 다이아몬드지 사랑이 아니다. 변하는 사랑을 붙잡기 위해서, 지속 가능한 사랑을 위해서 우리도 함께 변해야만 한다. 유혹하기 위해 노력한 만큼 지속하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하아... 연애 안 할란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뭐 나쁜 선택은 아니다. 초식남이라는 신조어도 있으니깐. 하지만 연애를 해야겠다면 변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도대체 그럼 언제쯤 편할 날이 올까? 공자님은 사람이 언제 쉬냐고 묻자 봉분을 가리키셨다고 한다... -_-)


  어젯밤 그녀가 나에게 이 글귀를 보내줬다. 사실 나는 이런 종류의 명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속담이나 민속 지혜라 불리는 것들도 마찬가지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이런 말들은 엄격한 심리학 연구와 상반되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명언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그녀가 건네준 이 글귀는 내가 늘 고민하고 연구했던 '지속 가능한 사랑'을 위한 좋은 가르침이 될 것 같다. 연애 초기에 나는 다소 호기롭게 이런 말을 했었다. "너를 감동시키기 위한 수백 가지 아이디어가 있어." 그 아이디어를 그저 아이디어로 썩히고 있지 않았나 반성해본다. 앞으로도 계속 사랑하고, 계속 사랑받기 위해 그 아이디어를 하나하나 실천하도록 노력해야겠다. 

  노오오오력이 즐겁다면, 아마 그게 사랑이지 싶다.







'생각휴지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싸구려 브로치  (0) 2016.05.06
[단편] 소실점(消失點) : 인류가 멸망한 날  (0) 2016.04.25
[SF 단편] 궁극의 질문  (1) 2016.03.13
[단편] 계륵  (0) 2016.03.08
생생함, 그 이상의 효과  (0) 201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