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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휴지통

함께 나갑시다

  제가 싫어하는 말이 있습니다. '취업준비생'입니다. 저는 취업을 못 하고 아르바이트나 전전하고 있지만, 어디서도 자신을 취업준비생이라 소개하지 않습니다. 그저 백수라고 말합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는 백수를 취업준비생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백수 입장에서야 놈팽이 취급당하는 말보다는 학생처럼 들리는 단어가 듣기 좋겠죠. 그러나 본질은 백수입니다. 취업준비생은 말장난일 뿐이죠. 흔한 말로 포장이고, 유식한 소리로 프레이밍(framing)이라고 합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뉴스 미디어는 선택과 강조, 무시를 통해 사실을 변형합니다. 심각한 일도 별것 아닌 일로 만들고, 잘못한 일도 잘한 일로 만들죠. 끝내 본질마저 왜곡합니다. 언론이 권력에 장악당한 지난 몇 년간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죠. 그리고 초유의 사태가 드러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수 언론은 최순실 게이트를 포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1차 대국민 사과 이후,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이 있다고 자백한 것은 굉장한 용기다."라고 했습니다. 국정농단을 질책하기는커녕 잘했다며 칭찬을 하네요. 이게 뭡니까 진짜...


▲박종진 라이브쇼 김동길 교수의 '이게 뭡니까?' -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16.10.26)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뉴스 프로그램에서 "최순실은 대통령에게 영향을 주는 여러 사람 중 한 사람일 뿐, 최순실이 국정을 장악하고 대통령 행세를 했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잘못됐다."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에게 영향을 주는 비선 실세가 더 있다면, 그거야말로 더 큰 문제일 텐데요...


▲JTBC 뉴스현장 (16.11.07)


  저들은 드러난 증거를 무시하고, 국정농단의 심각성을 왜곡했습니다. 이 꼴을 보고도 가만있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도 구리다고 성내지 않으면, 저들은 신나서 계속 헛소리를 뀌어댈 겁니다. 그러니 나서야 합니다. 저는 명예교수라는 권위도 없고, 신문에 기고할 필력도 없고, 내 이름 석 자 박힌 명함 한 장 없는 백수 나부랭이입니다. 그러니 뭉쳐야 합니다. 뭉치고 나서서 저들에게 입에서 방귀 냄새난다고 성내야 합니다. 우리는 포장질 말장난에 놀아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뉴스 미디어가 진실을 감출 수 없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국민이 개, 돼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그러니 광장으로 나와주세요. 함께 나갑시다.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I'm a pessimist because of intelligence, but an optimist because of will.)" 안토니오 그람시의 명언입니다. 한때 제가 꽂혔던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엔 불가능한 꿈을 품자."1)라는 체 게바라의 명언과 비슷합니다. 현실은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아니 낙관하면 곤란합니다. 전쟁이든, 인생이든, 모든 전략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수립해야 합니다. 그래야 어딘가 구멍이 생기고 실수가 벌어져도 낭패를 보지 않으니까요. 이성은 염세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혹자는 탄핵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헌법재판소의 심판 과정을 거치며 탄핵 정국이 식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성적으로 탄핵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하야도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대통령이 권력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처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청와대는 여론과 의회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내각을 개편했습니다. 이에 불만이 쏟아지자 의회가 선출한 총리를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총리의 권한만 인정할 뿐 2선으로 후퇴하겠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정치인이라면 이럴 때일수록 신중해야 합니다. 무작정 탄핵, 하야만 부르짖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비록 맘에 들진 않지만, 야권의 조심스러운 행보가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국민은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정국의 향방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역풍 맞을 일도 없습니다. 정치인들이 이성적인 염세주의자가 되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준다면, 국민은 낙천주의자가 되어 끓어오르는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탄핵도 하야도 어려워 보이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탄핵과 하야를 부르짖어야 합니다. 이 외침이 구중궁궐 파란 지붕을 뚫고 들어가 공주마마(魔魔) 귀청을 때려야 합니다. 국민 한 사람의 목소리는 작습니다. 그러나 10만, 100만, 1,000만의 목소리는 큽니다. 모입시다. 모여서 소리칩시다. 큰 소리를 만듭시다. 광장으로 나와주세요. 함께 나갑시다.






1) 이 말은 가장 유명하지만, 체 게바라가 말한 것인지, 최초의 문구가 누구의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이 문구가 알려진 계기는 프랑스 68혁명 당시 하나의 구호로써 활용되면서부터이며, 이를 장 코르미에가 평전 앞머리에 실으면서 더 유명해졌다. 프랑스어로 번역된 문장은 보통 Soyez réalistes, demandez l'impossible."이며, 영어로 직역하면 "Be realistic, demand the impossible."이다. 한국에선 "우리 모두 현실주의자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엔 불가능한 꿈을 품자."라는 버전이 돌아다니지만, 원문을 상당히 의역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장 코르미에의 텍스트와 68혁명 기간의 기록들뿐이며, 체가 한 말이라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혹자는 'Médecin et homme politique argentin'라는 책에서 체가 썼다고도 하지만, 책 소개란에 체를 소개하면서 해당 문구가 실려있을 뿐 본문에 실려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출처 : 나무위키)





※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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