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facebook.com/measophia/posts/1024403044334768
오늘 이런 글을 보았다. 참담한 글이다. 상대의 폭력에 분개하면서, 자신의 폭력을 부추기고 정당화한다. 100만의 촛불 집회자를 길들여진 모범생으로 폄훼한다. 심지어 폭력의 흔적을 예술작품이라 칭송한다. 도대체 얼마나 고고하고 잘난 사람이란 말인가. 이야말로 진보선민주의, 흔히 말하는 깨시민이 아니겠는가. 광화문 거리에 참석한 얌전하게 길들여진 모범생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다. 저치가 검을 들라고 하니 나는 분개하는 마음으로 펜을 들겠다. (펜이 검보다 강함) (사실 키보드)
오늘날의 폭력 시위는 전복의 위력이 없다. 죽창으로 혁명이 가능한 시절은 조선 시대까지다. 지금 죽창 들고 나서봤자 물대포 하나에 막힌다. 더 격렬하게 쇠파이프, 화염병, 가스통 들고 덤벼봤자 결국 경찰력이 이긴다. 무력으로 전복하려면 총 들고 탱크 몰고 나와야 한다. 그러면 혁명이 아니라 쿠데타가 된다. 단순히 워딩이 그렇다는 게 아니다. 10~11 아랍의 봄은 쿠데타나 내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오늘날의 폭력 시위는 결국 퍼포먼스 혹은 쇼다. 그렇다면 그 쇼가 과연 유용할까? 그 쇼가 여론을 끌어낼 수 있을까? 아니다. 폭력 시위가 벌어지면 주류 언론에 불법 시위로 매도당할 게 뻔하다. 그리고 대중은... 아쉽게도 대중은 이미 길들여졌다. 깨시민의 문제는 대다수 국민이 자기처럼 깨어있을 거라 착각하는 데 있다. 대다수 국민은 TV조선이나 YTN을 신뢰하고, 폭력 시위는 무조건 불법이라 생각한다. 폭력이 끼어들면 여론은 역풍을 맞는다. 어떤 사람은 박근혜가 퇴진해야 한다면서도 광화문에 모이는 촛불이 반동세력이라고 욕을 하더라. 이게 대중이다. 대중은 돼지가 아니지만, 소크라테스도 아니다. 바보는 아니지만, 똑똑하지도 않다. 그런데 그 대중을 잡아야 승리하는 게 민주주의다. 폭력 시위가 100만을 규합할 수 있었을까? 나라도 화염병 날아다니는 곳이라면 찾지 않았다. 폭력 시위가 쇼라면 시청률이 형편없는 쇼다.
10만의 강성 시위대와 100만의 촛불 시민 중에 무엇이 더 효과적일까? 무엇이 여론을 끌어낼까? 무엇이 대중을 감화시킬 수 있을까? 정답은 이미 4주에 걸쳐 드러났다. 탄핵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촛불이 이뤄낸 성과다.
100만 촛불을 깔보지 마라. 그것도 같은 곳을 향해 소리치는 입장에서 그러지 마라. 당신의 폭력이 아무리 정당하다 한들 우리의 비폭력을 폄훼할 자격은 없다.
생각휴지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