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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쌤 윤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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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 세 인물의 의미 ※ 이 글에는 영화 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의 이야기는 모호하다. 있어 보이게 표현하자면 열린 결말이고, 싸게 말하자면 떡밥이 널려있다. 받으면 끊어지는 전화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버지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물은 존재하는 걸까? 정말 벤이 해미를 죽였을까? 고양이는 정말 보일이일까? 벤의 두 번째 여인은 어떻게 됐을까? 모임 멤버들은 벤의 정체를 알까? 그리고 종수는 정말로 벤을 죽였을까? 이야기는 어떤 해석도 가능하다. 사실 이렇게 열린 이야기를 가지고 '해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각자의 감상이 있고 각자의 해석이 있을 뿐이다. 그게 싫었다면 감독이 친절하게 서술했어야 맞다. 그럴싸한 단서만 뿌리며 떡밥 놀음하는 게 위대한 예술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모..
<셰이프 오브 워터> - 물의 형태 : 사랑의 심상 얼마 전부터 나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한 단어가 있다. '심상(心像)' 흔히 시(詩)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다. 보통 '이미지'라는 말이 더 통용되지만, 나는 '심상'이라는 말을 더 선호한다. 외래어를 피하고픈 목적도 있지만, 이미지라는 단어가 사진 혹은 그림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점도 중요한 이유다. 심상. 마음에 맺히는 모양. 시에서는 글을 통해 어떤 심상을 이루는가를 중요하게 따진다. 심상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청각적 심상, 촉각적 심상. 때로는 둘 이상의 감각이 결합하여 공감각적 심상을 이루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두를 아우르는 단어로 우리는 '형상 상(像)'을 내세웠다. 인간에게 시각은 이렇게나 지배적이다. 그럼 시가 아니라 영화에서 심상을 추구하면 어떻게 될까? 영화는 기본적으로 시각 ..
흥행과 작품성 사이 흥행작을 까면 거친 항의를 받는다. 내가 이렇게 재밌게 봤는데. 재밌게 본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네까짓 게 뭐길래 천만의 선택을 무시하느냐! 허파에 바람이 들어갔다. 어깨에 예술 뽕을 얹었다. 이런 소리를 듣는다. 그 심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좋아하는 작품이라면 아끼는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흥행이 작품성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이것은 상황을 뒤집어 보면 명백해진다. 평단의 호평을 받고, 각종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타고,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고, 세월이 지나 10년 뒤, 20년 뒤에 고전으로 남는 작품 중에 대박 난 영화는 별로 없다. 개인적으로 21세기 최고의 영화 목록에 기꺼이 오를 거라 생각하는 의 한국 관객 수는 고작 32만 명이었다. 그럼 또 이런 말을 듣는다..
(스포) 왜 <코코>는 갓무비가 되지 못했나? ※ 이 글은 영화 ,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에는 의미심장한 비유가 등장한다. 망자의 땅과 생자(生者)의 땅 경계에 서 있는 출입국 사무소다. 망자들이 생자의 땅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출입국 사무소에서 자격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 자격이란, 생자가 망자를 추억하는 사진을 진열해놔야 한다는 것. 여기서 떠오르는 의문점. 왜 영화는 이 과정을 출입국 사무소처럼 표현했을까? 는 멕시코를 배경으로 멕시코의 문화를 다루는 멕시코의 영화다. 그러나 영화를 만든 것은 미국 회사와 미국인 감독이다. 현재 미국의 트럼프 정권은 멕시코 밀입국자를 배척하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실현 중이다. 결국, 출입국 사무소는 멕시코 문화와 미국 문화가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함축적으로 비유하는 장치라 할..
나는 왜 신파에도 불구하고 <1987>을 칭찬하는가? ※ 이 글은 영화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절묘한 거리감 의 전반부는 절묘한 거리감을 유지한다. 감정에 매몰하여 신파로 빠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덤덤하여 쿨한 척하지도 않는다. 박종철의 사망 소식을 들은 가족은 낙담하거나 오열한다. 영화는 이를 과도한 기법, 예를 들면 슬로우 모션 같은 촌스러운 모습으로 담아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애써 외면하지도 않는다. 슬프지만 담담하게 관조할 뿐이다. 이는 촬영과 연출만의 덕일까? 아니다. 서사도 한몫한다. 박종철의 죽음은 절로 오열이 튀어나오는 비극임이 틀림없다. 그의 가족이라면 말이다. 아무리 슬퍼도 관객은 오열하지 않는다. 왜냐고? 매몰찬 소리겠지만, 박종철은 내 새끼가 아니기 때문이다. 의 서사에는 사망자 박종철만 등장한다. 내 새끼 박종철은..
<V.I.P.> - 누아르 판타지 ※ 이 글은 영화 , , , (이하 ''), , , 게임 ,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독 : 박훈정대표작 : , , 리얼리즘과 판타지 과 는 비슷하다. 개봉도 1년 차이고, 주요 소재도 둘 다 조직폭력배다. 심지어 장르마저 갱스터 누아르로서 같다. 그러나 두 영화는 다르다. 껍질은 비슷할지 모르나 그 속에 담긴 본질이 다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은 리얼리즘*이고 는 판타지다.* 여기서 다루는 리얼리즘은 핍진성(Verisimilitude)의 요소인 현실감이나 생생함과는 다르다. 핍진성은 '얼마나 현실적으로 그럴듯하게 보이는가?'를 가늠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본문의 리얼리즘은 '얼마나 현실의 진실에 가까운가?'로 받아들이면 편하다. 이 차이를 수잔 헤이워드는 '이데올로기적 리얼리즘'과 '미학..
<덩케르크> - 세 가지 시간, 하나의 승리 ※ 이 글은 영화 , , ,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 시간의 예술 사진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 세상은 미술의 종말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사진은 미술을 대체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진의 발명은 미술을 해방시켰다. 화가는 현실을 완벽히 재현하도록 강요당하지 않게 되었다. 현실을 똑같이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 존재하는 진실을 추구한다. 그렇게 미술은 여전히 예술로서 숨 쉬고 있다. 사진은 태생부터 모방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웠다. 왜냐하면, 사진은 현실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셔터가 열리면 그 순간에 피사체로부터 반사한 빛이 감광판에 새겨진다. 여기에는 어떠한 왜곡도 존재할 수 없다. 필터랑 포토샵 무시함? 사진에 형태를 새기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옥자> - 옥자의 세계는 양면적이다. ※ 이 글은 영화 , , , ,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봉준호의 세계는 이질적이었다 봉준호의 세계는 이질적이었다. 이에 관하여 봉 감독은 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손석희 : 봉 감독의 영화에는 이질적인 요소가 섞여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에서 모성과 범죄가 합쳐져 있고, 은 가족과 괴수, 는 소녀와 거대 동물이 그러합니다. 모두 의도한 겁니까? 봉준호 : 의도도 의도지만, 저의 취향이 그런 쪽으로 흘러갑니다. 안 어울리는 것들, 어색한 것들을 억지로 한 화면에 욱여넣으면 저는 쾌감을 느낍니다. 같은 경우는 '옥자'라는 이름부터 이질적 결합이었습니다. 옥자라는 생명체는 거대회사 첨단기술로 탄생하였는데, 이름은 무척 촌스럽죠. 이것이 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이질적 결합을 선호하는 봉준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