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흔한 일
통계가 항상 진실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짓말이 난무하는 상황이라면 통계만큼 믿을 만한 게 없는 것도 사실이다. 불륜이 그렇다. 모두가 인정하기 싫고, 숨기고 싶고, 외면하고 싶다. 그래서 불륜을 잘 모른다.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불륜을 저지른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을까? 불륜을 알고 싶으면 우선 통계부터 봐야 한다.
통계 출처 : <러브 팩추얼리>
1. 미국 성인 남녀 2,052명을 상대로 한 연구에서 무려 88%가 결혼한 사람의 불륜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믿었다.
2. 2015년 온라인 불륜 사이트가 해킹을 당해 3,600만 명이 넘는 사용자의 데이터가 유출되었다. 이는 캐나다 전체 인구의 6%, 미국 전체 인구의 0.05%에 해당한다.
3. 7,239명의 남성을 상대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결혼한 남성의 66%가 배우자 외의 다른 여성과 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는 걸 인정했다.
4. 불륜을 인정한 기혼 남성의 3%는 배우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거나 서로의 사생활을 인정하고 있었다.
보다시피 불륜은 생각보다 흔한 일이다. 사실상 남자 둘 중 한 명은 혼외정사 경험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륜을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 글의 시작부터 내로남불 작렬이다.
놀랍게도 불륜을 오픈하는 커플이 3%나 된다. 아무래도 서구권의 통계다 보니 우리보다는 훨씬 개방적인 것 같다. 그래도 나머지 97%에 비하면 주류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냥 이렇게나 사람 사는 모습이 가지가지라고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누가 바람을 피우는가?
바람은 단지 신념의 문제일까? 혹시 바람을 피우기 쉬운 사람이 있을까? 우선 성격적인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낮은 자존감은 불륜을 시작할 가능성을 더 높인다. 일단 불륜을 시작하면 새로운 관심 덕에 자존감이 올라가기도 하며, 이처럼 자존감이 올라가면서 불륜 관계를 계속 유지할 가능성 또한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남성이 여성에 비해 바람피울 가능성이 높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바람을 피우려는 욕구가 더 강하고 바람피울 상대를 찾는 일에도 더 적극적이다. 당연히 실제로 바람피울 가능성도 더 높다.
감각 추구자라면 바람피울 가능성이 높다. 감각 추구자는 새로운 경험을 즐기고 끊임없는 자극을 필요로 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인데, 이들은 술, 담배, 약물을 할 가능성이 더 높고 스트레스가 심한 일에 더 끌린다. 이들이 이런 성격을 가지는 이유는 새로운 감각에 대한 뇌의 처리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놀랄 일도 아니지만, 각종 연구에 따르면 감각 추구자들이 불륜을 저지를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다.
이 외에도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 자기도취증에 빠진 사람,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 성욕이 강한 사람도 바람피울 가능성이 더 높다. 반대로 성실한 사람(늘 꾸준하고 규율을 따르는 사람) 또는 원만한 사람(남들과의 충돌을 피하고 조화로운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바람피울 가능성이 작다.
하지만 성격적 특성이 불륜의 전부는 아니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성격적 특성이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보다는 환경 또는 환경과 성격적 특성의 조합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감각 추구자라고 꼭 바람을 피우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사실 심리학 연구의 대부분은 경향을 말한다. 수학과 달리 심리학에서 절대라는 건 존재하기 어렵다. 사람이 모두 다르고, 그 사람이 처한 환경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단지 '그럴 경향이 높다/낮다' 정도를 이야기할 뿐이다. 결국 바람을 피우는 것은 피우는 주체, 즉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고 봐야 한다. 내 성격이 불륜에 적합하다고 해서 그에 따르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택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도대체 왜?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의 70%는 불륜을 결혼 생활이 원만하지 않은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불륜을 저지르지 않은 쪽은 보통 불륜을 결혼 생활이 삐걱대기 시작하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한쪽은 불륜을 결과라 말하고 한쪽은 불륜을 원인이라 말한다. 대표적인 인지부조화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은 역시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또 불륜을 저지른 사람을 조사했더니 36%만 바람피우기 전에 이미 관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고, 64%는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관계에 대한 만족감이 불륜에 영향을 주거나 주지 않는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인터넷에는 불륜을 저지르는 이유를 말하는 갖가지 자료가 존재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 바람을 피울 수도 있다. 정말 관계가 나빠져서 다른 상대를 찾는 경우도 있다. 별 이유 없이 재미로 바람 피우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심심한 이유만 있는 것도 아니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날 수도 있다. 쳐다보는 순간 불꽃이 타오르고, 도저히 거부할 수 없고,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빠져드는 불륜도 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인기를 끈 것은 분명 그 내용이 현실에서 보기 힘든 판타지였기 때문이지만, 동시에 있을 법한 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불륜에 빠지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그래서 나는 불륜에 관해서는 왜냐고 묻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부정하고 싶은 사람도 많겠지만, 어쨌든 불륜도 사랑이다. 사랑에 빠지는 데 이유가 있을까? 우리가 아는 것은 그저 사랑에 빠졌다는 결과뿐이다. 불륜도 마찬가지다. 왜 불륜에 빠지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단지 불륜에 빠졌다는 결과만 남을 뿐이다. 어쩔 수 없었다, 한순간의 실수였다, 별의별 이유를 갖다 붙여 봤자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이 말을 뒤집으면, 이유야 갖다 붙이기 마련이라는 소리도 된다. 인지부조화는 인간의 특징이다. 사람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이유는? 되고 나서 갖다 붙이면 된다.
불륜은 남 일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 너무도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설령 불륜의 주인공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을 잊지 말자. 별의별 이유를 갖다 붙여봤자, 그것이 당신의 선택이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그리고 선택에는 항상 책임이 따른다.
※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설득과 유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은 잡은 물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는다? (1) | 2020.03.15 |
---|---|
사랑에 기한이 있다면... (0) | 2020.03.07 |
사랑을 포기하게 만드는 5가지 오해 (0) | 2020.02.16 |
언제 고백할 것인가? (0) | 2020.02.14 |
사랑은 운명일까? 아니면 우연일까? (0) | 2020.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