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거짓말은 수도 없이 많다. 너만을 사랑해? 그럼 바람피우는 사람이 하나도 없겠지. 변치 않는 사랑? 원래 사랑은 변하는 거야. 하지만 가장 허황된 거짓말을 꼽으라면 단연코 이것이다. 영원히 사랑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아니 세상 자체도 영원하지 않다. 언젠가 우주는 엔트로피가 최대인 상태에 도달할 것이며, 꽁꽁 얼어붙어 죽어갈 것이다. 우주의 죽음에 비하면 인간의 죽음은 먼지 한톨조차 안 된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기에 인간의 삶은 너무 짧다. 길어야 100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무슨 배짱으로 영원한 사랑을 말하는 걸까? 무식한 건가, 아니면 뻔뻔한 건가. 어쩌면 외면하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죽음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한 (뛰어넘어도 우주가 죽어!) 이별은 피할 수 없는 결말이다. 물론 죽음이 갈라놓기 전에 알아서 이별하는 경우도 많다. 어찌 되었든 모든 사랑의 결말은 이별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 서로 부둥켜안고 죽고 못 사는 커플들 다 깨질 거다 이 말이다. (솔로부대 : 방긋) 인생에서 딱 하나 예측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죽음이다. 그렇다면 그에 이어질 이별도 당연히 예측해야 한다. 그리고 준비해야 한다.
얼마 전, 여자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남자는 여자보다 평균적으로 7년 정도 일찍 죽는데. 그리고 나는 너보다 5살이나 더 많아. 그러니까 너보다 12년은 일찍 죽을 거야. 여자친구는 무슨 그런 소릴 하냐고 했지만, 나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언젠가 네 곁을 떠날 거야. 수가 틀어지면 일찍 떠날 수도 있고, 우리가 잘살면 죽는 날까지 함께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죽고 나면 난 너를 떠날 거야. 그러니까 너는 나만 보고 살면 안 돼. 사회생활도 하고 커리어도 쌓아야 해. 여자만 만나지 말고 남자도 많이 만나야 해. 그리고 내가 죽으면 냉큼 재혼해. 혼자 살면 궁상맞아.
이런 말을 건네는 게 몹시 미안했다. 고통은 남겨진 사람의 몫이니까. <러브 팩추얼리>에 따르면 사람을 잃은 슬픔은 수십 년을 간다고 한다. 기념일 등에 죽은 사람을 떠올리며 슬픔과 외로움을 느끼는 '기념일 반응'이 완전히 사라지는 데는 평균 53년이 걸린다. 내가 죽어도 그녀는 아마 남은 평생 나를 잊지 못하고 종종 슬픔에 잠길 것이다. 먼저 죽는다는 건 그렇게 이기적인 일이다.
그렇다고 남은 평생을 슬픔과 외로움에 파묻혀 살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혼자 남겨지면, 더구나 그게 노년이라면,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녀는 절대 나만 보고 살면 안 된다. 나를 사랑하는 만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나만 챙기지 말고 친구들도 챙겨야 한다. 그래서 나라는 슬픔을 새로운 행복으로 덮어야 한다. 기억은 지울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만 더 새로운 기억으로 덮을 순 있다. 그렇게 내가 없는 세상에서 행복을 지으며 살아야 한다.
영화 <선리기연>에서는 "사랑에 기한이 있다면 만년으로 하겠소."라는 대사가 나온다. 어릴 때는 그 대사가 참 멋있게 느껴졌다. 하지만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랑을 만나자 생각이 달라졌다. 사랑에 기한이 있다면 평생으로 충분할 것 같다. 그 이후의 삶까지 사랑이란 이름으로 붙잡고 싶지는 않다. 이별하고 슬퍼하고 그다음에는 사랑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그러니까 절대 나만 보고 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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