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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휴지통

[단편] 최후의 익스퍼디션

  "동무들! 힘찬 아침!"
  사령관 유리 밀렌첸코가 요란스럽게 등장했다. 오늘도 붉은색 싸구려 비닐 망토를 둘렀다. 평소라면 슈퍼맨처럼 주먹을 뻗은 채 ISS(국제우주정거장)를 유영했으리라. 그런데 오늘은 망토로 몸을 꽁꽁 가린 것이 무언가 지랄 맞은 짓을 하려는 모양이다.
  "내가 누군지 궁금한가? 묻는다면 대답해줘야겠지?"
  아무도 말 걸지 않았건만, 신이 나서 저러고 있다. 부사령관 알렉산드라 자리야노바는 그런 유리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령관님. 지난주에 본부로부터 경고받으신 거 잊지 않으셨죠? 명백한 성희롱이에요. 또 망토만 입고 돌아다니시면 강제로 송환시킬 겁니다."
  유리가 반색했다.
  "정말? 또 그러면 지구로 보내주는 거야?"
  "그럼요. 돌아가서 감옥에서 푹 썩으시면 되죠. 덜렁거리는 것도 잔뜩 보실 수 있을걸요? 엉덩이가 화끈할 정도로!"
  "알았어. 자리야. 알았다고. 다신 성기를 내놓고 돌아다니지 않을게. 약속했으니깐. 꼭 지킨다고."
  유리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하지만!"
  돌연 목소리가 높아지더니 유리가 냅다 망토를 걷었다.
  "거대 우주 코끼리는 괜찮겠지? 와하하하."
  망토 속에서 회색 코끼리가 뿌우하고 등장했다. 거시기에 회색 양말을 씌우고 트렁크에 커다란 귀를 그려 넣었다. 사실 딱히 거대하진 않았다. 유리가 허리를 흔들자, 앙증맞은 코끼리 코가 위 아래 위 위 아래로 파닥거렸다.
  "내가 진짜 저 인간 언젠가 죽인다. 야 이 미친놈아!"
  자리야가 소리 지르며 플라스틱 컵을 집어 던졌다. 컵은 무중력 속에서 아름다울 정도로 완벽한 직선 궤도를 그리며 날아가 코끼리를 가격했다.
  "아이고. 코끼리 살려."
  유리는 깨갱거리며 도망갔다. 입으로는 죽겠다면서도 유영하는 자세는 슈퍼맨이었다.

  유리를 제외한 모든 승무원이 식당으로 모였다. 말이 식당이지 공간은 코딱지만하다. 그래도 모두 모여야 식사를 시작했다. 암묵적 룰이었다. 언제부턴가 유리가 식사시간에 불참하기 시작했다. 그즈음부터 해괴망측한 짓거리를 하고 다녔다. 다행히 정기적인 건강 검진에서 유리의 정신 상태는 정상으로 판정받았다. 그래도 우주 광증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다. 차가운 깡통 속에서 손바닥만한 창문으로 무한한 우주를 바라보노라면 때때로 정신이 아득해지기 마련이다. 유리의 기행이 시작된 이후로 공동 식사는 더욱 공고히 지켜졌다.
  "오늘 나는 E 구역 설비 점검을 합니다. 애송이는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지?"
  식사를 대충 마치면 식당은 회의실이 된다. 비좁은 ISS에 회의실을 따로 만들 수는 없었다.
  "저는 오늘 비번이라서요. 이디야 씨 가이드나 하려고요."
  이디야는 구석에서 보존식을 깨작거리고 있었다. 이디야 트럼프. 미국 45대 대통령의 손녀이자 세계적 부호다. 로스코스모스(러시아 연방 우주국)는 돈벌이를 위해 우주 관광 사업을 추진했다. 대략 2천만 달러 정도 지불하면 누구라도 ISS로 여행할 수 있었다. 체류 기간은 두 달. 그러나 2주만 지나면 대부분 흥미를 잃는다. 하긴 깡통 생활이 즐거울 리가 없었다.
  "크리스는 오늘도 똑같죠?"
  "ISS가 끝장날 때까진 똑같겠죠."
  "그럼 오늘도 무사히 보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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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송이가 커피 두 봉지를 들고 이디야 앞에 앉았다. 머리를 동여매느라 당겨진 이디야의 눈매가 사나워 보였다. 무중력 공간에서는 너풀거리는 머리카락을 주체할 수 없다. 자리야처럼 짧게 자르거나 이디야처럼 묶어야 한다.
  "여기 음식은 너무 형편없어. 내가 버거킹 따위를 그리워할 줄은 몰랐는데."
  사나워 보이는 이유가 헤어스타일은 아니었다. 이디야는 음식이 반쯤 남은 플라스틱 용기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그렇게 아무렇게나 버리면 안 돼요."
  애송이가 쓰레기통을 뒤져 용기를 꺼냈다. 음식물을 분리하고 나서야 다시 쓰레기통에 넣었다.
  "이 용기들은 잘 정돈한 뒤 압착해서 운반합니다. 이물질이 끼어 있으면 고장 날 수도 있어요."
  "진짜 하나하나 귀찮아서 못 살겠네. 그냥 우주에 버리면 안 돼요?"
  "우주 쓰레기는 심각한 문제에요. 사령관님과 크리스가 해체용 폭약을 설치하는 이유도 우주 쓰레기 때문인 걸요."
  "폭약이요?"
  애송이는 뜨끔했다.
  "지금 폭약이라고 그랬어요?"
  "아... 그게. 기밀사항입니다."
  "여긴 뭐 죄다 기밀사항이야. 나도 다 알아요. 이번이 마지막이라면서요. ISS는 폐기될 거라고. 그래서 평소보다 3배의 비용을 내고 왔단 말이에요."
  "네. 그건 알려진 사실이죠."
  "그리고 로스코스모스는 폭탄이 잔뜩 실린 위험천만한 곳으로 6천만 달러나 받아먹으면서 나를 올려보냈고?"
  "그 정도는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음...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대신 이 대화는 없었던 겁니다. 어디 가서 발설하셔도 안 되고, 저한테 들었다고 하시면 더더더 안 돼요."
  꿀꺽. 이디야가 마른침을 삼키며 애송이에게 집중했다.
  "폭약을 설치하는 것은 맞지만, 폭약의 위력은 약해요. 폭죽 수준이에요."
  "그걸로 ISS가 부서지겠어요?"
  "아니요. 폭약은 각 모듈을 분해하는 용도로만 쓰일 거에요. 분해된 모듈은 지구로 추락시킬 겁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그게 도시에 떨어지면 어떡하려고요?"
  "괜찮아요. 추락하면서 공기와 마찰하며 불타 없어질 거에요. 그러려고 작은 조각으로 분해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어요? 그냥 우주에 두면 되잖아요."
  "한 때는 그런 의견도 있었죠. 하지만 우주 쓰레기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ISS를 우주에 놔두자는 의견은 폐기되었어요. 1957년 스푸트니크 1호가 우주 시대를 개척한 이래, 우주에는 수 천대의 인공위성이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그중 수명을 다하고 버려진 위성이 90%가 넘어요. 이 우주 쓰레기는 지구 주위를 공전합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말이죠. 초속 7.9km. 1초에 5마일을 날아갑니다. 총알의 속도가 초속 0.6km니깐 정말 어마어마한 속도죠. 이 속도로 다른 위성과 충돌하면 어떻게 될까요? 박살 나겠죠. 박살 난 파편은 다시 수백 조각으로 흩어져 다른 위성을 덮칠 겁니다. 그렇게 우주 쓰레기가 연쇄 충돌을 일으키며 공전 궤도를 가득 채울 거에요. 이걸 케슬러 신드롬이라고 부릅니다."
  "너무 무섭네요. 그게 다 지구로 떨어지면 어떡하죠?"
  "차라리 지구로 떨어지면 다행이에요. 어차피 추락 도중에 전부 불타 없어질 테니까요. 문제는 수많은 파편이 초속 7.9km의 속도로 지구 주변을 둘러쌀 거란 점입니다. 우주로 로켓을 발사하면 우주 쓰레기와 충돌하여 벌집이 되겠죠. 인류가 지구에 갇혀버리게 됩니다."
  "음... 그렇군요. 뭐 별로 재미는 없네요."
  이디야는 새침한 소리를 뱉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거주 모듈로 날아갔다. 애송이가 가져온 커피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커피 가져가요."
  애송이가 그녀의 뒤통수에 소리쳤다.
  "난 커피는 빨대로 먹지 않아요."
  이디야가 뒤통수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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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S에도 휴일은 존재한다. 일요일은 휴일. 비번은 한 달에 한 번. 한창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는 아무도 휴일에 쉬지 않았다. 하긴 자기가 좋아서 연구하는 과학 덕후들을 무슨 수로 말리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비번이 아닌 날도 할 일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버려질 배다. 필수 생존 장치를 제외하면 고장 난 장비도 고치지 않았다. 이미 ISS의 70%는 작동을 정지했다. 비번 날의 애송이는 거주 모듈에 처박혀 프리캠이나 포르노 사이트를 기웃거렸다.
  "애송이 씨."
  "우와아아악"
  이디야가 애송이의 침실로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애송이는 깜짝 놀라 노트북을 닫았다. 그러다 이어폰이 빠지면서 끈적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일단 그 소리나 꺼 봐요."
  이디야가 눈을 감은 채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애송이는 덜덜거리는 손으로 동영상을 껐다.
  "껐어요."
  "오늘 비번이라 나 가이드 해준다면서요?"
  "평소에는 교육 스케줄 하나도 안 나왔잖요."
  "원래 계획되었던 교육 프로그램은 재미없었거든요. 내가 애도 아니고 무중력 실험 따위가 재밌을 리가 없잖아요."
  "그런데 아까 이야기는 재밌었군요?"
  애송이가 신나서 말했다.
  "재미없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ISS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졌어요."
  "그럼 어떤 것부터 알려드릴까요?"
  "일단 애송이 씨. 당신이 하는 일부터 알려주세요."
  "애송이라니요. 저도 이름이 있다고요."
  "그런데 다들 애송이라고 부르잖아요?"
  "그거야 저는 군인이고 사령관님이나 부사령관님은 제 상관이니까요."
  "크리스도 애송이라고 부르잖아요."
  "아니에요. 크리스는 그렇게 안 불러요."
  "내기할까요?"
  "잠시만요. 크리스와 통신해보죠."
  "앗! 안 돼요. 당신들 통신할 때는 이상한 말투로 하잖아요."
  "그럼 어떡해요. 크리스는 외부작업 중인데."
  "이따가 들어오면 물어봐요."
  이디야가 애송이의 위팔을 붙들었다.
  "지금은 당신이 하는 일부터 알려줘요."
  애송이는 살짝 야릇한 감성에 휩싸였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콧김을 훅 뱉고는 열변을 토했다.
  "제 직책은 보급 장교입니다. 계급은 대위고요. 하는 일은 보급품 관리입니다. ISS의 식사, 의류, 심지어 화장지까지. 모두 제가 관리합니다. 제가 없으면 밥도 못 먹고, 똥도 못 싸죠. 이곳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이랄까요?"
  "식모네요."
  이디야의 묵직한 팩트 공격에 부풀어 올랐던 애송이의 어깨가 축 처졌다. 애송이는 한 마디도 항변하지 못했다.

  "삐익. 삐익"
  해치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금일 작업을 마치고 크리스와 유리가 돌아왔다. 그들이 우주복을 벗고 문을 열자 이디야가 애송이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크리스."
  "여. 애송이."
  "크크크크크크."
  이디야는 손으로 틀어막았지만,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 없었다.
  "애송이라니요. 저도 이름이 있잖아요."
  "그래도 애송이 맞잖아. 서른 살 넘으면 어른 취급해줄게."
  "저 이미 서른둘입니다."
  "그럼 마흔 살."
  크리스는 입구에 걸어놓은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주머니에서 씹는 담배를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 전형적인 텍사스 마초였다.
  "아. 맞다. 애송이 기저귀 좀 챙겨줘. 오늘 결국 싸버렸어."
  "기저귀도 챙겨줘요? 식모가 아니라 보모였네?"
  이디야가 관심을 보였다.
  "아가씨. 한 번 출입하려면 30분씩 걸리는데 오줌 싸자고 들어올 순 없잖아. 가뜩이나 유리는 빨리 작업하자고 난리인데. 그래서 외부 작업을 나갈 때는 기저귀를 차. 솔직히 큰 거는 참겠는데 작은 거는 몇 시간씩 참기 힘드니깐."
  "아아. 싸느냐 죽느냐. 유서 깊은 문제지."
  유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애송이는 불안했다. 유리가 또 무슨 짓을 벌일 것만 같았다.
  "NASA에서 옛날에 배설물 처리 방법을 공모하지 않았나? 상금이 3만 달러였던가?"
  "나중에는 10만 달러까지 올랐다고."
  "크크. 그때 정말 변태 같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지."
  "똥을 가공해서 음식으로 만든다는 일본 학자가 생각나는구만. NASA까지 직접 똥으로 음식 만드는 기계를 가져왔었어. 농담인 줄 알았는데, 엄청 진지하더라고."
  "먹어봤어?"
  "미쳤어?"
  "로스코스모스에도 미친놈이 있었지. 배변용 우주복을 만들었는데 이게 진짜 물건이었어. 바지에 관이 달려 있어가지고, 우주복을 입으면 항문으로 5cm 정도 삽관되는 거야. 버튼을 누르면 청소기 빨아들이듯이 대장에서 똥을 빨아들이는 방식이었지."
  "자네는 그거 입어봤나?"
  "내가 테스트했지. 기분이 엿 같다고 보고했더니 바로 취소됐어."
  "자네가 구세주구먼."
  "그래. 그러니깐 다들 감사하라고. 나 아니었으면 우주복 입을 때마다 똥꼬에 빨대를 꼽고 있었을 거야."
  "그런데 꼭 흡입장치가 필요하나요? 그냥 관을 우주로 연결하면 안 돼요? 우주도 진공이잖아요. 너무 세게 빨려서 안 되나?"
  이디야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크하하하하하. 이 아가씨도 만만찮은 변태인데?"
  "변태는 우주까지 올라와서 포르노나 보는 사람이겠죠."
  갑자기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유리, 크리스, 애송이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바닥만 내려다봤다.
  "뭐야. 다들 방에서 포르노나 보는 건 아니죠?"
  "아가씨. ISS에서 즐길 거리라고는 마이프리캠하고 X Video밖에 없어. 자네가 이해해주지 않겠나?"
  크리스의 말에 모두가 숙연해졌다.
  "그런데 우주에서 항문을 노출해도 괜찮은 걸까?"
  "사실 기압은 별로 문제가 안 돼. 우주와 지구의 기압 차이는 고작 1기압이야. 1기압 차이로 사람이 터져나가진 않으니깐."
  "숨만 잘 참으면 2~3분은 버틸 수 있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산소를 공급한다 해도 더 오래 있지는 못해요. 기압이 낮아 끓는 점도 낮아져 몸 안의 수분이 전부 기화하거든요. 침이나 피가 증발해버립니다."
  "그럼 똥은 쌀 수 있나?"
  "뭐 괄약근이 잘 조이고 있을 테니 별일 없지 않을까? 내장이 노출되지만 않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그래? 그럼 한 번 실험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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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가 다시 해치로 들어갔다. 내부 문을 잠그고 일회용 호흡기를 장착했다.
  "저... 크리스.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 왠지 관심 가질 때부터 불안하더라니..."
  "놔둬. 유리는 베테랑이야. 다 할만하니깐 하는 거지. 위험한 일은 절대 하지 않아."
  "그래도 요즘 사령관님 정신 상태가..."
  "그거 다 장난이지. 크크. 나는 매일 같이 작업해서 알아. 유리는 멀쩡해."
  "그럼 도대체 왜 맨날 그 지랄이죠?"
  유리는 안에서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알 길이 없었다. 조그만 유리창으로 연신 엄지를 세워 보였다.
  "원래 유리는 저저번 익스퍼디션을 끝으로 지상 근무로 돌아갈 예정이었어. 로스코스모스 차기 국장이 될 거라는 얘기가 있었지. 그런데 믿었던 친구가 배신을 때린 거야. 스캔들을 터뜨려서 유리를 좌천시키고 자기가 국장에 올랐지. 유리는 다시 ISS로 돌아왔고. 표면적으로는 폭발물을 다룰 수 있는 우주비행사가 별로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뭐 그냥 쫓겨난 거지. 폭발물 교육이야 3개월이면 끝나는걸."
  크리스가 얘기하는 동안 유리가 외부 문을 열었다. 내복만 입고 우주 한복판으로 나갔다. 다행히 귀환용 벨트는 차고 있었다.
  "봐봐. 줄은 묶고 나갔잖아. 정신 멀쩡하다고."
  "별로 안 멀쩡해요. 부사령관님이 보시면 난리 나겠는데요."
  "사실 라스트 익스퍼디션으로 자리야가 온다고 그랬을 때 유리가 정말 좋아했어. 둘이 친했으니까."
  "정말요?"
  "대학 시절에 사귀었던 사이라더군. 나는 오히려 떨떠름할 것 같은데. 유리 성격이 원체 그늘이 없잖아."
  "몰랐어요."
  "유리가 바람 피우다 걸려서 깨졌다고 하던데, 뭐 20대 초반의 남자라면 그래야지."
  크리스다운 발언이다. 유리는 우주에서 바지를 내리고 쭈그려 앉은 자세를 취했다.
  "정말 똥 쌀 건가 본데요."
  "아무튼, 유리는 반가워했지만, 자리야는 냉랭했지. 그다음부터 유리가 돌발행동을 시작했어. 내가 보기에 유리가 저러는 건 꼬마애들이 좋아하는 여자애 괴롭히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 어떻게든 관심받고 싶은 거지."
  자세를 취하고 몇 초 후 갑자기 유리의 몸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
  "쌌구만. 아가씨 저게 뉴턴의 3 법칙이라오. 작용-반작용 법칙이지. 똥을 싸니깐 몸이 반대로 튕겨 나간 거야."
  유리는 바지를 추켜올리고 부리나케 해치로 돌아왔다. 외부 문을 닫고, 내부 문을 열며 환호성을 질렀다.
  "봤어? 내가 우주에서 똥을 쌌어!"
  "그래 봤어. 크크. 이거 보고할 건가?"
  "해야지. 실험 결과. 아주 개운함. 숙변까지 말끔히 빨려나간 기분이야."
  "오. 그럼 앞으로 그냥 우주에서 똥 싸라고 해야겠는데."
  "아. 근데 이거 추천할만한 방법은 못 돼. 너무 추워서 불알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어. 난 따뜻한 물에 샤워라도 해야겠어."
  "크크크크. 나도 씻어야겠어. 기저귀에 두 번이나 지렸거든."

  ISS의 승무원들은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우주에는 이제껏 없었던 변수 한 덩어리가 추가되었다. 관성의 법칙에 따라 유리가 싼 똥은 초속 7.9km로 ISS 근처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나 유리의 괄약근은 지나치게 건강했다. 항문에서 발사된 똥 덩어리는 공전 속도를 초과하여 서서히 외 우주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영하 270도의 우주배경복사는 똥 덩어리를 꽁꽁 얼려버렸다. 단단히 굳어진 황금색 탄환은 고 궤도에 자리 잡은 위성과 그대로 충돌했다. 위성과 똥 덩어리는 누가 더 찬란한지 겨루듯 화려한 조각조각으로 부서지기 시작했다. 태양 복사를 받아 보석처럼 빛나는 파편들은 공전 속도를 잃고 지구로 추락하며 다른 위성과 연쇄 충돌을 일으켰다. 케슬러 신드롬의 시작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애송이는 애송이답게 비번 날에 당직을 맡았다.
  "어... 부사령관님? 로스코스모스와 연결이 끊겼는데요?"
  "애송이. 또 뭘 건드린 거야? 너는 건드리는 것마다 고장 내고 그러냐?"
  "아무것도 고장 안 냈어요. 우리쪽 데이터는 송신되는데, 수신하는 데이터가 없어요."
  "중요한 정보야?"
  "그냥 더미 데이터요. 그런데 마치 로스코스모스가 사라진 것처럼 데이터 통신이 끊겼어요."
  "위치 정보는?"
  "그건 NASA 쪽 데이터로 확인했어요. 우리 궤도에는 이상 없어요."
  "그럼 뭐야? 로스코스모스가 정말 사라진 거야?"
  "핵전쟁이라도 터졌냐? 로스코스모스가 사라지게. 중계 위성에 이상이 생겼겠지. 무선 통신도 안 돼?"
  유리가 통제실로 들어서며 물었다. 역시나 붉은색 비닐 망토를 걸치고.
  "아직 안 해봤는데요?"
  유리와 자리야가 동시에 애송이의 뒤통수를 갈겼다. 그 순간 지구로부터 무선 통신이 들어왔다.
  "ISS. 여기는 로스코스모스. 긴급상황이다. 지금 당장 탈출하라. 반복한다. 지금 당장 탈출하라."
  "여기는 ISS. 나는 라스트 익스퍼디션 사령관 유리 밀렌첸코 준장이다. 얼토당토않은 소리하기 전에 신원부터 밝혀라."
  "나는 시발 로스코스모스 국장이다. 토 달지 말고 빨리 탈출하라."
  "오호. 안드레였어? 날 밀어내고 국장 되시더니 아주 막 나가시네?"
  "유리 이 미친놈아. 지금 그런 거 따질 시간 없어. 당장 탈출하라고."
  "왜 그래? 이번에는 또 무슨 함정에 나를 빠뜨리려고?"
  "민간 위성 하나가 궤도를 이탈해서 주변 위성과 연쇄 충돌을 일으켰다. 케슬러 신드롬이야. 지금 ISS를 향해 파편 더미가 접근하고 있다."
  건들거리던 유리의 표정이 새까맣게 굳어버렸다.
  "노... 농담하지 마. 국장이란 놈이 이런 장난쳐도..."
  "야 이 미친놈아. 내가 너냐. 예상 충돌 시간은 30분도 안 남았어. 당장 탈출..."

  그 순간 공중에 떠 있던 모든 사람과 물건이 통제실 한쪽 벽에 처박혔다. 충돌은 예상보다 빨랐다. 그들에게는 준비할 시간조차 없었다. 두두두두두두. 파편이 우박 처럼 외벽에 쏟아졌다. 세 사람은 벽에 찰싹 달라붙어 소리가 멎기를 기다렸다. 소리가 멈추자 유리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운이 좋았어. 다음 충돌까지 8시간 정도 걸릴 거야. 당장 탈출 준비해. 소유스는 두 기인가?"
  "사령관님 저기..."
  애송이가 아직도 벽에 달라붙어 손바닥만한 창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뭐야. 똑바로 말해."
  "소유스 2호기의 낙하산이 펴졌어요."
  유리는 애송이를 거칠게 밀쳐냈다. 창문 밖에는 커다란 천이 너울대고 있었다. 유리는 가는 한숨으로 말을 뱉었다.
  "전 승무원 식당으로 모이라고 해. 젠장. 이런 건 절대 하고 싶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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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에 사람들이 모였다. 유리, 자리야, 애송이, 이디야... 크리스가 없다.
  "크리스는요? 크리스가 안 왔어요."
  이디야의 목소리가 촉촉이 젖어있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크리스는요?"
  "아. 쫌. 눈치가 있어 봐!"
  유리가 소리쳤다. 목소리가 가뭄처럼 갈라졌다.
  "크리스는 개인 시간을 주로 F 구역에서 보냈어요. 이번 충격으로 F 구역 전체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애송이가 대답했다. 사무적인 어투가 되레 배려있게 들렸다.
  "차라리 잘 됐어."
  "뭐라고요? 잘 됐어요? 이 미친놈이 뭐라고 하는지 들었죠? 잘 됐다고요?"
  유리가 망발을 뱉자 이디야가 화를 냈다. 하지만 자리야와 애송이는 묵묵히 있었다. 자리야가 이디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봐 양키 아가씨. 소유스 한 기가 귀환 불능 상태가 되었어. 나머지 한 기가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은 세 명이야. 우리는 네 명이고."
  이디야의 동공이 커졌다. 이윽고 눈망울만한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나... 날 버릴 거지? 너희들 다 한 편이잖아. 러시아 놈들끼리 날 버릴 거지? 날 버리기만 해봐. 내가 다 죽일 거야. 너희들 다 죽이고 나 혼자 살아갈 거야."
  자리야가 어깨에 올린 손을 토닥거렸다.
  "이봐 진정해.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질 거야."
  이디야는 허공에 주저앉아 버렸다. 얼굴을 감싸고 흐느꼈다.
  "제발 절 버리지 마세요. 저는 민간인이잖아요. 다시는 우주 관광하겠다고 까불지 않을게요."
  이디야가 유리의 소매를 붙잡고 늘어졌다.
  "제가! 제가 얼마를 드리면 될까요? 저 부자예요. 원하는 게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 제가 다 들어드릴게요. 그러니깐 절 버리지 마세요."
  유리는 이디야를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오른손을 번쩍 들더니 그대로 이디야의 뒷목을 내리쳤다. 정신을 잃은 이디야의 몸이 붕 떠올랐다.
  "사령관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그녀에게도 살 권리는 있습니다. 우리는 그 기회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고요."
  "그런 거 아니야. 깨어있어 봤자 방해만 되니깐 기절시킨 것뿐이야."
  "그럼 기절시키기 전에 보낼 사람부터 정해야죠."
  "자리야. 우리는 군인이잖아. 민간인을 보호해야지."
  "그녀는 우리 국민이 아닙니다."
  "우리도 그냥 군인이 아니야. 우주비행사잖아. 말하자면 우리는 지구군(軍)이지."
  그 말에 이디야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애송이는 자신의 상관이 처음으로 존경스러웠다.
  "... 멋있는 남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변하지 않았구나. 유리."
  자리야가 ISS 탑승 후 처음으로 유리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유리는 자리야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럼 이제 우리 셋 중에서 둘을 뽑는 건가요? 제비뽑기로 할까요?"
  애송이가 둘 사이에 훅 들어왔다. 유리와 자리야가 그를 째려보았다. 유리가 애송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애송아. 왜 그리 눈치가 없냐. 넌 말이야. 돌아가면 엄마 젖 좀 더 먹어라."
  말이 끝나는 순간 강력한 펀치가 자리야의 복부를 강타했다. 어깨에 올린 손은 시야를 가리기 위한 페이크였다. 자리야는 잘 훈련된 군인이었지만, 불의의 습격을 피할 수는 없었다.
  "어읔... 유리... 안... 돼..."
  자리야가 기절했다. 유리는 두 여성을 소유스 1호기에 던져 넣었다.
  "하아... 이거 내가 꼭 크리스가 된 것 같은데. 나는 사실 마초가 아니란 말이지."
  "확실히 부사령관님이 깨어나시면 여자라서 깔봤냐고 화내시겠는데요."
  "그래도 별수 있나. 먼 옛날이긴 하지만, 사랑했던 여자인걸."

  두 남자는 기절한 두 여성을 시트에 앉혔다. 우주복을 입히고 안전벨트를 채웠다. 벨트를 채우는 애송이의 심정은 착잡했다. 이제 남은 자리는 하나였다. 사람들이 기절할 때마다 생존 확률은 줄어들었다. 유리가 자신을 버릴 거라고 생각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리에게 희생을 강요할 정도로 치사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애송이는 살고 싶었다.
  "자. 그럼 이제 우리 둘만 남았구만."
  "가위바위보로 정할까요?"
  애송이는 내심 "그럴 필요 없다."는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 유리가 스스로 희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넌 젊은 놈이 창의력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냐?"
  "그... 그럼 가위바위보도마뱀스팍으로 할까요?"
  "... 그럴 필요 없다."
  애송이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애송아 너는 ISS에 대해 얼마나 아니?"
  "ISS는... 우주정거장이죠."
  "그건 이디야도 알아. 이 똥 멍청이야."
  솔직히 똥 멍청이는 유리가 아닌가...
  "10년 전에 CRV(Crew Return Vehicle)라는 걸 개발했어. NASA가 우주왕복선을 퇴역시키기로 하면서 시작한 프로젝트야. 소유스처럼 재사용이 불가능한 귀환 전용 우주선이지. 문제는 새로 개발하는 비용이나 우주왕복선을 유지하는 비용보다 소유스를 빌려 타는 비용이 훨씬 저렴했다는 점이야. 그래서 프로토타입을 ISS에 도킹시킨 후 프로젝트는 중단되었어."
  "그 말씀은..."
  "애송이. 너가 결정해. 가위바위보로 둘 중에 한 명이 살아가든지. 아니면 CRV로 모험을 하든지."
  "..."
  "..."
  "한 번 해보죠. CRV."
  "그래. 고맙다. 너 근데 솔직히 고민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 그게 고민할 일이야?"
  "아니요. 왜 부사령관이 아니라 저에게 제안하셨을까 궁금해서요."
  "뭐. 어쩌라고.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라 사랑했던 여자야. 옛날 애인하고 단둘이서 ISS에 남았다는 사실을 알면 마누라가 날 죽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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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유스 1호기는 원격 발사되었다. 프로그래밍에 따라 안전하게 착륙할 것이다. 유리와 애송이는 쉴 틈도 없이 CRV 발사 작업에 들어갔다. 애송이는 소유스 2호기에 남은 연료를 CRV로 옮겼다. 유리는 외부로 나가 CRV를 모듈로부터 떼어내기 위해 폭약을 설치하기로 했다. 애송이는 처음 하는 작업이었지만, 평소와 달리 덤벙거리지 않았다. 마음이 차분했다.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령관님은 돌아가시면 뭐부터 하고 싶으세요?"
  "재수 없게 그런 거 묻지 마. 사망 플래그 모르냐? 연료 작업은 다 끝났어?"
  "네. 연료, 배터리, 운영체제 모두 정상입니다. 출발 준비 완료했습니다."
  "나도 거의 다 했어. 이제 3개만 더 설치하면 돼."
  유리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우주복 선캡은 뿌옇게 김이 서려 있다. 유리는 뿌연 시야 너머로 지구를 바라보았다. 저 멀리 떠오르는 태양이 지상 반구의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그 순간 태양을 가리는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파편 무리였다.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왔다기엔 너무 빨랐다.
  "애송이. 아무래도 내가 순진했나 보다."
  "무슨 말씀이세요?"
  "궤도를 도는 파편이 시야에 들어왔어."
  "벌써 지구를 돌아왔다고요? 그럴 리가 없어요."
  "그래. 아마 아까와는 다른 파편인 것 같다. 충돌까지 30분도 안 남은 것 같아."
  "빨리 들어오세요. 어서 출발하죠."
  "이 바보야. 폭약을 터뜨려야 도망가지."
  "그럼 어떡해요?"
  "넌 지금부터 폭파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간단해. 암호를 입력하고 타이머만 설정하면 돼. 내가 설치한 폭약은 200번부터 222번까지다. 한꺼번에 터뜨리면 CRV가 튕겨 나가니깐 200번부터 5초 간격으로 차례대로 기폭 시켜. 나머지는 설치하면서 폭파한다."
  "암호는 뭐죠?"
  "크리스가 씹던 담배 이름이다. RED MAN."

  유리가 설치한 폭약이 차례대로 터지기 시작했다. 정말 폭죽 같았다. 폭약이 터질 때마다 불꽃과 파편이 꽃처럼 피어올랐다. 이후에도 설치와 폭파는 착착 이루어졌다.
  "223번 설치 완료. 폭파."
  "폭파."
  "224번 설치 완료. 폭파."
  "폭파."
  이제 하나만 설치하면 됐다. 그 순간 유리의 옆구리가 화끈거렸다. 유리가 살펴보려 했으나 헬멧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손으로 옆구리를 만져봐도 두꺼운 우주복 때문에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옆구리를 매만진 하얀 장갑이 빨갛게 물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 손톱보다도 작은 파편이었으리라. 그러나 초속 7.9km가 갖는 위력은 엄청났다. 인간의 나약한 육체와 얇은 우주복으로는 막을 수 없었다. 이윽고 압력 차이로 인해 붉은 피가 분무기처럼 뿜어 나오기 시작했다. 유리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우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리의 혈액을 쭉쭉 빨아댔다. 마지막 화약을 장착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애송이. 225번 설치 완료. 폭파."
  "폭파."
  유리는 폭약을 장착하지 못했다. 대신 폭약을 손에 쥔 채로 해체 부위를 움켜잡았다. 우주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폭약이 터졌지만, 유리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연기와 파편이 흩어지고 나서야 새빨갛게 벗겨진 오른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손에서는 피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유리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여기가 끝인가보다. 유리는 눈을 감았다.
  "애송이. 들리나? 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어서 너라도 탈출해. 아니 명령이다. 당장 탈출해."
  "사령관님? 무슨 말씀이세요? 어디 계세요? 제가 구하러 갈게요."
  "이 멍청아. 나오지 마. 난 파편에 당했어. 아주 작은 놈이었나 봐. 보지도 못했거든. 너도 나왔다간 당할 거야. 저 멀리서 커다란 놈들도 오고 있어. 그러니깐 어서 가. 너라도 살아. 지금 당장..."
  그 순간 파편의 무리가 유리를 덮쳤다. 작고 날카로운 악마들이 유리의 몸을 관통했다.
  "소피한테 전해줘. 내가 사랑하는 건 너뿐이라고. 정말 자리야 하고는 아무 일도 없었..."
  두두두두두두. 사신의 노크가 외벽을 두들겼다. 애송이는 화들짝 놀라 그대로 엔진을 점화했다. CRV가 ISS의 잔해를 해치며 지구를 향해 출발했다.


  곧 마찰열이 작은 깡통을 데우기 시작할 것이다. CRV가 그 열기를 견딜 수 있을까? 비행은 가능할까? 그대로 땅에 처박히지 않을까? 애송이 일생일대의 모험이었다. 아직 대기권에 진입하기 전, 애송이는 마지막 교신을 보냈다.
  "2023년 10월 17일. ISS 라스트 익스퍼디션 전원은 ISS를 탈출합니다. 부사령관 알렉산드라 자리야노프와 관광객 이디야 트럼프는 소유스 1호기를 타고 탈출했습니다. 사령관 유리 밀렌첸코와 스페셜리스트 크리스 햇필드는 임무 중 사망하였습니다. 내 이름은 블라디미르 비소츠키. ISS의 보급 장교이자 최후의 생존자. 소속은 지구. 교신 끝."





 http://www.pgr21.com/?b=8&n=69373&c=2779956 이 댓글로부터 시작된 글이네요.

※ 영화 <그래비티>를 보면 ISS의 소유스 한 기가 낙하산이 펴진 채로 연료가 바닥나 있었죠. 왜 그런지 상상하며 써봤습니다.

※ ISS는 모든 승무원을 "익스퍼디션 00"으로 구분합니다. 현재는 "익스퍼디션 50" 멤버들이 2017년 3월까지 거주한다고 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Expedition_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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