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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2)
다시 광장으로 불면증과의 친분은 올해로 7년째를 맞는다. 규칙적인 식습관, 꾸준한 운동, 열정을 쏟은 공부. 하루가 고단하면 불면증은 물러간다. 그러나 잊을 만하면 불면증은 불쑥 내 우뇌를 방문한다. 지난 밤에도 오랜만에 찾아온 불면증과 씨름해야 했다. 졸려라. 졸려라. 제발 졸려라. 아무리 애원해도 불면증 님은 우뇌 깊숙한 곳에 앉아서는 연거푸 잡생각을 들이키셨다. 불면증이 잡생각에 취해갈수록 내 정신은 말똥말똥해졌다. 새벽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야속하게도 창문 밖 하늘이 어슴푸레 밝아왔다. 그제서야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불면증은 볼 장 다 봤다며 약 올리듯 사라져버렸다. 시계는 다섯 시 삼십 분을 가리켰다. 무거운 눈꺼풀이 무너지듯 닫혔다. 지금 자면 못 일어날 텐데. 딱 5분만 눈을..
함께 나갑시다 제가 싫어하는 말이 있습니다. '취업준비생'입니다. 저는 취업을 못 하고 아르바이트나 전전하고 있지만, 어디서도 자신을 취업준비생이라 소개하지 않습니다. 그저 백수라고 말합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는 백수를 취업준비생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백수 입장에서야 놈팽이 취급당하는 말보다는 학생처럼 들리는 단어가 듣기 좋겠죠. 그러나 본질은 백수입니다. 취업준비생은 말장난일 뿐이죠. 흔한 말로 포장이고, 유식한 소리로 프레이밍(framing)이라고 합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뉴스 미디어는 선택과 강조, 무시를 통해 사실을 변형합니다. 심각한 일도 별것 아닌 일로 만들고, 잘못한 일도 잘한 일로 만들죠. 끝내 본질마저 왜곡합니다. 언론이 권력에 장악당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