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상대적이다. 물리적으로도 그렇지만, 심리적으로도 그렇다. 똑같은 1시간도 무척 길게 느껴질 때가 있고, 순식간에 지나갈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간을 알차게 쓰고 싶어 한다. 심각한 무기력에 빠진 게 아니라면, 그저 무료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을까? 많은 심리학과 자기계발 도서가 이에 관한 답을 제시한다. 몰입하는 법, 집중하는 법,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법 등 우리의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런 방법을 의외의 방향에서 접근하는 책이 있다. 시간을 알차게 쓰는 법이 아니라, 시간을 무료하게 흘려보내는 문제로부터 접근한다. 그 책이 바로 《지루함의 심리학》이다.
이 책의 저자인 제임스 댄커트와 존 D. 이스트우드는 무려 15년 동안 지루함을 연구하고 그에 관한 논문을 발표해왔다고 한다. 지루함에 관해서는 세계 최고의 전문가인 셈이다. 기나긴 연구 끝에 그들은 지루함이 단순한 느낌이 아니며, 지루함 자체가 인생에 던지는 심오한 질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루함은 행동하라는 요구이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신호다. 이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삶을 더 알차게 사는 방법을 깨달을 수 있다. 이것이 지루함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인생 교훈이다.
1) 지루함에 관한 오해
지루함이 선사하는 교훈을 얻고 싶다면, 먼저 지루함이란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한번 생각해보자. 지루함이란 과연 무엇일까? 나 역시 책을 보기 전까지는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 그저 따분하고 싫증 나는 기분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들은 지루함의 전문가답게 쾌락 불감증이나 무관심 등의 여타 무료한 감정과 다른 지루함의 핵심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그 핵심은 바로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다. 예를 들어, 무기력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다. 반면 지루함은 무언가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상태다. 예를 들어, 아주 재미없는 강의를 듣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좀이 쑤시고, 몸이 절로 배배 꼬인다. 이때 우리는 강의를 들어야 하기 때문에 무언가 흥미롭고 자극적인 걸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때 느끼는 감정이 바로 지루함이다.
그래서 책에서는 지루함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뭔가를 원하지만, 만족스러운 활동에 참여할 수 없어서 아쉽고 불편한 마음’. 달리 말하면, 우리가 정신 능력을 발휘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서 무엇에도 몰입하지 못할 때 느끼는 감정이 바로 지루함이다.
그래서 지루함은 행동하고 참여하라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만약 내가 지금 지루함을 느끼고 있다면, 나의 정신이 “야! 멍 때리지 말고 머리 좀 써봐! 심심하단 말이야!”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2) 지루함에 대응하는 안 좋은 방법
그래서 저자들은 지루함이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지루할 때의 느낌은 불편하고 부정적이지만, 지루함 자체는 신호일 뿐이다. 그것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무조건 부정적이진 않다. 그렇다고 마냥 긍정적인 것도 아니다. 지루함을 느꼈을 때 꼭 긍정적인 행동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루함에 부정적인 방식으로 대응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지루함을 느낄 때 스마트폰을 꺼내는 식이다. 많은 사람이 습관적으로 지루함에 이렇게 대응한다.
물론 스마트폰을 보면 당장의 지루함을 물리칠 순 있다. 하지만 그 활동을 통해 만족하기는 어렵다. 유튜브 영상을 본다고 우리가 영상에 나오는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몰입해서 참여하는 게 아니라 껍질만 핥는 수준에 머문다. 그래서 당장의 지루함을 떨쳐냈다가도, 영상이 멈추면 다시 지루함이 몰려온다. 그럼 우리는 또 다른 흥밋거리를 찾아 나선다. 그렇게 해소되지 않는 욕망의 구렁텅이에 빠져든다.
3) 지루함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아라
그럼 지루함을 삶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 책에서는 18세기 초 밸브 관리사로 일했던 11살 소년 험프리 포터의 이야기를 예시로 들었다.
포터는 지루함을 발명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아니, 반대일지도 모른다. 지루함이 포터로 하여금 무언가 행동하라고 독려한 걸 수도 있다. 책 《초집중》에서는 ‘불편을 해소하고 싶은 욕구가 모든 행동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한다. 포터도 마찬가지였다. 끔찍한 지루함은 그가 발명이라는 행동에 나서게 한 근본 원인이 되었다.
4) 인생을 알차게 사는 법
따라서 지루함이 전하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은 인생을 알차게 사는 의외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지루함에서 벗어나려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스마트폰에 손을 뻗으면 안 된다. 지루함을 변화와 행동을 위한 신호라고 생각하고, 지루함을 느낄 때 그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럼 우리는 똑같이 지루한 상황을 맞이하지 않도록 우리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
내 경우 일상 중 가장 지루한 순간은 ‘출퇴근’ 시간이었다. 이 시간에 책을 읽는 등 자기계발의 기회로 활용하는 사람도 많지만, 솔직히 책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혼잡할 때도 많고, 내 경우 버스나 지하철에서 책을 보면 멀미가 오더라.
이때, 당연한 듯이 스마트폰을 꺼내서 웹 서핑을 하면 당장의 지루함을 물리칠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만족감을 얻을 순 없다. 그러면 나에게 출퇴근 시간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끔찍한 시간으로 남는다. 기분만 나빠지는 게 아니라 진력이 빠지는 것처럼 육체적으로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래서 이 시간을 고민하는 시간으로 삼기로 했다.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서 (주로 막스 리히터의 음악을 듣는다) 깊이 생각해야 할 것들을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효율을 높일 수 있을까? 성과를 높이려면 어떤 시도를 해야 하나? 난감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까? 이런 목록을 스마트폰 메모장에 적어 두고, 찬찬히 문제를 곱씹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이어서 메모한다. 그러면 1시간이 훌쩍 넘는 출퇴근 시간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다.
“지루함은 간단하지만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무엇을 하겠는가? 지루함은 답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보다 중요한 질문은 거의 없다.”
저자들은 책의 마무리에 이렇게 적었다. 어쩌면 지루함이란 그 자체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정신과 마음이 우리의 의식에 질문을 던지는 셈이다. “지금 넌 지루해. 그럼 이제 어떻게 행동할 거지?”
그때 신호를 놓치지 않고 어떻게 살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면 인생을 더욱더 알차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그러한 고민의 기회를 『지루함의 심리학』을 통해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정보에 관심이 많으신 분
- 흔히 말하는 ‘교양’을 쌓기 좋은 책이다.
2) 자기 자신에 관하여 더 깊이 알고 싶으신 분
- 인간 전반에 관한 이해가 높아지면, 나에 관한 이해도 높아진다. 심리학 도서는 이를 위해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3) 인생을 알차게 사는 방법을 알고 싶으신 분
- 지루함을 이해한다면, 인생을 알차게 사는 신호를 이해하게 된다.
4) 니르 이얄의 책 《초집중》을 흥미롭게 보신 분
- 《지루함의 심리학》과 《초집중》에는 비슷한 개념이 정말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식상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접근 방향이 달라서 이전에 알았던 개념을 더 깊이 제대로 이해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전에 《초집중》을 흥미롭게 읽었다면, 《지루함의 심리학》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지루함이 선사하는
놀라운 삶의 변화
이미지 출처 : Pexels
※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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