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외로움은 전염병이 되었다. 다양한 설문조사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하는 사람의 비율이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정 국가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문제는 외로움이 신체와 정신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고혈압, 식이장애, 알코올 섭취, 치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과 관련이 있다. 이쯤 되면 코로나 팬데믹만큼 위험한 것이 외로움 팬데믹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책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외로움이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그저 말에 불과할 뿐, 실제로 인간은 지독히 외로운 존재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이러한 생각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저 말뿐이 아니라 생물학, 심리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과학적 관점에서 우리가 서로와, 그리고 이 우주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설명한다.
1. 우리는 별 부스러기로 이루어졌다
나에게 가장 흥미롭게 다가온 부분은 우리의 몸이 우주와 연결되었다는 점이었다. 먼저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을 살펴보자. 우리 몸은 산소, 탄소, 수소, 질소, 칼슘, 인산염 외 다양한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모든 원소들은 원래 우주가 탄생할 때 ‘빅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별이 생기면서, 별의 중심부에서 강력한 핵융합이 일어났고, 이로부터 수소와 헬륨 그리고 다양한 원소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우리 몸의 원자들은 여기에서 유래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우리는 말 그대로 별 부스러기로 이루어졌다.”라는 말을 남겼다.
2. 테세우스의 몸
우리의 몸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우리가 생존하려면 에너지와 물질이 외부에서 주기적으로 들어와야 한다. 그래서 평생 35톤의 음식을 섭취하고, 31,000리터의 수분을 마시며, 3억 리터의 산소를 들이마신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의 몸이 모든 물질이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테세우스의 배’와 흡사하다고 말한다.
테세우스의 배는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크레타섬에서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후 아테네로 귀환할 때 타고 온 배다. 아테네 사람들은 이 배를 아주 오랫동안 보존했는데, 배의 판자가 썩으면 낡은 판자를 떼어버리고 더 튼튼한 판자를 그 자리에 박아 넣었다. 커다란 배에서 판자 조각 하나를 갈아 끼운다 한들 이 배가 테세우스의 배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낡은 판자를 갈아 끼우다 보면 어느 시점에는 원래의 배 조각이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을까?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다. 주기적으로 물질이 드나들고, 죽은 세포와 새로운 세포가 계속 교체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몸을 우리 자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주를 관통하는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이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 우리 몸이 아닐까?
3. 우리의 몸이 정말 우리의 것일까?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는쟁이벌’이라는 곤충이 있다. 이 곤충은 주로 바퀴벌레를 사냥하는데, 이들의 사냥 방법이 정말 특이하다. 바퀴벌레의 뇌에 신경독을 주입하는데, 이러면 바퀴벌레는 몸을 움직일 수 있지만, 움직여야 한다는 의지가 완전히 사라진다. 그러면 바퀴벌레는 마치 목줄에 끌리는 짐승처럼 제 발로 는쟁이벌에 끌려서 둥지로 옮겨진다. 는쟁이벌이 신경독으로 바퀴벌레를 조종하는 것이다. (참고 : https://youtu.be/vJizwS3vSic)
곤충 세계에서나 벌어지는 일일까? 아니다. 인간에게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예를 들어, 광견병에 걸리면 물을 무서워하고, 공격성이 증가하는데 이는 광견병 바이러스가 더 널리 퍼지는 것을 이롭게 한다. 감기에 걸렸을 때 재채기, 콧물, 기침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바이러스 전파를 이롭게 한다. 이처럼 외부 바이러스에 의해 우리의 몸과 정신이 조종당할 수 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체형과 건강 상태는 물론 심리 상태까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몸속의 미생물이 우리의 몸, 생각. 감정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몸이 온전히 우리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4.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연결
이러한 사례에서 우리는 어떠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까? 저자는 우리가 자아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원한 ‘나’는 존재하지 않으며 ‘나’는 연결된 일련의 사건들을 편하게 부르기 위해 붙인 명칭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독립된 자아가 아니라 다른 사람, 다른 생물 나아가 자연과 우주까지 연결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책에서는 행복과 안녕을 증진하는 활동 목록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 적힌 실천 방법의 대부분이 주변 세상과의 연결성을 인식하고 소중하게 대하는 것과 관련 있다.
1) 사람들을 사귄다
2) 주위를 의식하고 관심을 갖는다
3) 활동적으로 생활한다
4) 새로운 것을 배운다
5) 친절을 베푼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나와 당신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연결성을 인식할 때 우리는 더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 이러한 깨달음은 외로움이 전염병처럼 퍼져나가는 오늘날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다. 사람들을 만나고, 자연을 만나고, 공감과 연민의 마음으로 세상을 마주하자. 그러한 태도가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우리가 연결되어 있는 이유와
그 연결에 숨은 놀라운 과학
※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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