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늦은 밤, 볼거리를 찾아 넷플릭스를 뒤적이기 시작한다. 스크롤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제목도 훑어보고, 예고편도 몇 개 보고, 후기까지 찾아서 읽어보지만, 영화 한 편을 딱 골라서 진득하게 보기가 쉽지 않다. 순식간에 30분이 흘렀으나 아직도 탐색 모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하염없이 스크롤만 내리다가 결국 TV를 끈다. 인제 와서 뭔가를 보기엔 너무 피곤했기에 더 늦기 전에 이만 잠자리에 든다. 여러 선택지를 열어두는 것, 나는 이것이 지금 세대를 정의하는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 전념 18~19p
위 내용은 2018년 하버드대학교 졸업 연설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이 졸업 연설은 골캐스트에서 편집된 영상으로 무려 3천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만큼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내용에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나 또한 마찬가지다. 이 연설에 영감을 얻은 출판사에서는 연사에게 연설 내용을 주제로 책을 출간하자고 제안하게 되었고, 그 결과 나오게 된 책이 바로 이 책, 피트 데이비스의 『전념』이다.
『전념』에 쏟아진 찬사는, 왜 이 책이 오늘날의 필독서인지를 잘 알려준다.
“이 책은 되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 다른 선택지를 배제하고 무언가에 몰두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현시대를 위한 도발적인 반문화적 논지를 제시하는 피트 데이비스는 왜 결의와 끈기를 그처럼 찾아보기 힘든지, 무한 탐색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어떻게 전념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인지 설명하고 있다.”
- 앤절라 더크워스, 『그릿』의 저자, 캐릭터 랩(Character Lab)의 설립자이자 대표
”이 시대를 특징 지울 만한 문제점 중 하나인 ‘선택의 여지에 대한 유혹’에 대해 다룬 빼어난 책이다. 피트 데이비스는 우리의 문화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신선한 지혜의 목소리다. 『전념』은 21세기 행복과 성공을 추구하는 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 애덤 그랜트,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싱크 어게인』과 『오리지널스』의 저자, TED 팟캐스트 “WorkLife”의 진행자
“이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다. 첫발을 떼지 않으면 제대로 전진할 수 없고, 제대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전념이 필요하다. 피트 데이비스는 제대로 된 인생을 산다는 것이 우리 각자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 세스 고딘, 『This is Marketing』의 저자
즉, 『전념』은 '무한 탐색 모드'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무언가에 몰두하고, 헌신하고, 이를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의 미덕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는 책이다.
1) 액체 근대
철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선택지를 열어두는 문화를 두고 '액체 근대'라는 멋진 표현을 떠올렸다. 현대인들은 어느 한 가지 정체성, 장소, 공동체에 스스로 묶어두기를 원치 않으며, 그래서 마치 액체처럼 어떠한 형태에도 맞춰서 적응할 수 있는 유동적 상태에 머무른다.
이는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방이 딸린 기다린 복도에 들어서는 것과 비슷하다. 성인이 되어 아늑한 집을 떠나 사회에 들어섰을 때 우리 모두가 겪는 일이다. 여러 방을 탐색하며 나에게 잘 맞는 방을 찾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잘못된 방에 들어섰을 때 언제라도 방에서 나올 수 있고, 여전히 새로운 방이 가득한 복도가 있다는 것은 든든하게 느껴지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열린 문이 너무 많아서 생기는 단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누구도 잠긴 문 뒤에서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며 살기를 원치 않지만, 그렇다고 영원히 방을 기웃거리기만 하며 복도에 머무르기를 원하는 사람도 없다. 사실 우리가 열광하는 것은 무언가에 헌신하고 몰입하는 사람들이다. 김연아나 손흥민처럼 자기 분야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유명 스포츠 스타부터 수십 년간 하나만 파고든 우리 주변의 장인들까지, 우리는 전념하는 사람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경외감을 느낀다.
2) 전념하기 반문화
『전념』의 저자 피트 데이비스는 '무한 탐색 모드'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자발적 전념하기'를 제시한다. 자기 스스로 특정한 신념과 기술, 장소와 공동체, 직업과 사람들에게 전념하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추구하는 문화를 액체 근대와 대비해 '전념하기 반문화'라고 칭했다. 오늘날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문화적 분위기와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전념함으로써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념하기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이다. 왜냐하면 변화에는 꾸준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변화는 느리게, 서서히 일어난다. 의미 있는 일에는 시간이 걸린다. 지름길은 없다. 꾸준함이 답이다.
변화를 만드는 일은 전략을 짜고 시행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관계를 일구고 유지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책에서는 그러한 예시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이야기를 가져온다. 사람들은 킹 목사의 극적인 순간(연설 그리고 죽음)은 알고 있지만, 그 순간에 이르기까지 그가 견뎌온 시간과 노고를 기억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는 공동체의 신뢰를 얻고, 지역 단체에 합류하고, 끝없는 회의를 통해 연합하고, 공공 집회를 계획하는 등 너무나도 지루하고 평범하고 반복적인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했다.
"발전의 길은 절대 일직선이 아니다. 일정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듯싶다가도 어느샌가 장애물에 부닥치고 길은 굽어진다. 마치 산세를 따라 구불거리는 산길을 걷는 것과 같다. 나는 계속 앞을 향해 걷고 있는데 목적지는 오히려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아예 목적지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도 있다. 그리고 곧 아까보다 훨씬 더 가까운 거리에서 목적지가 다시 등장할 것이다."
- 전념 37p
마틴 루서 킹뿐만이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훌륭한 업적이 탄생한 곳에는 언제는 그 비전과 가치에 꾸준하게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즉,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똑똑한 엔지니어가 아니라 끈기 있게 마음을 다하는 정원사다. 책에서는 그들을 '전념하기의 영웅'이라고 부른다.
3) 나와 세상을 바꾸는 힘 : 꾸준함
이전에 체인지그라운드 유튜브에서 애니메이션 〈나무를 심은 사람〉을 소개한 적이 있다. 황량한 산악지대에 살던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는 나무가 없어서 땅이 척박해지고 그에 따라 사람들이 삭막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 철로 된 막대기를 들고 황량한 땅으로 나가 구멍을 내고 도토리를 심기 시작했다.
그는 매일 같이 그 일을 반복했고, 3년이 흐르는 동안 10만 개의 도토리를 심었다. 그중 2만 개가 싹을 틔웠고, 1만 그루의 떡갈나무가 사람 키보다 크게 자랐다. 숲이 생기자 한때 말라붙었던 개울에 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새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숲이 저절로 생겼다며 신의 기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기적은, 이제는 노인이 되어버린 어느 양치기의 꾸준함이 일으킨 일이었다.
이 작품은 캐나다의 애니메이터 프레데릭 백이 만들었다. 그는 불투명 셀 위에 색연필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렸는데, 대부분의 작업을 혼자서 했다고 한다. 작업 기간만 5년 6개월이 걸렸다. 그렇게 태어난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세계적인 거장들마저 극찬을 보내는 걸작이 되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인 엘제아르 부피에, 그리고 이야기 밖 애니메이터 프레데릭 백. 두 사람 모두 세상을 바꾼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한 사람은 기적을 이루었고, 다른 한 사람은 전설을 만들었다. 이 기적과 전설을 만든 원동력이 바로 꾸준함이고, 이것이 책 『전념』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인생철학이다.
오늘날 문화의 특징을 가리키는 말 중에 '스낵 컬처'라고 한다. 과자를 먹듯 짧은 시간에 문화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뜻이다. 책에서 말하는 '무한 브라우징 모드'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우리 시대는 무언가에 몰입하고, 전념하고,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우리는 전념할 줄 알아야 한다. 그 방법을 21세기에 맞춰 다시 정립하여 알려주는 책이 바로 『전념』이다. 세스 고딘의 추천사처럼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다."
나와 세상을 바꾸는
전념의 놀라운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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