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MBC 다큐 스페셜
위는 한때 '45세 아주머니의 깊은 빡침.jpg'라는 제목으로 각종 커뮤니티를 휩쓸었던 게시물이다. 47세의 나이에 젊음을 유지하는 분의 미모도 놀랍고, 그에 반응하는 45세 아주머니의 노골적인 표정이 공감과 웃음을 자아내며 큰 화제가 되었다. 처음 이 게시물을 봤을 때는 나도 그저 웃기 바빴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요즘 연예인들을 보면 나이를 어디로 먹는지 도통 모르겠다. 20년 전에도 미남 미녀였던 스타들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미남 미녀다. 50대가 다 되어가지만, 늙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하긴 돈도 많이 벌고, 그 돈으로 자기관리도 철저히 할 터이니 세월이 비껴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톱스타들은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전성기를 늘려가고 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30대 중반의 나는 깊은 빡침에 시달리게 된다. 시간이라는 저주가 나에게만 내려진 것 같고... 하지만 자기관리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에는 월급쟁이라는 현실의 벽이 높기만 하고...
출처 : 경향신문
그렇다고 손 놓고 되는대로 늙어갈 수는 없다. 3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체력과 건강이 곧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욱 가혹하게 작동할 예정이다. 2017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82.7세라고 한다. 50세에 노인이 되면 30년을 더 노인으로 살아야 한다. 이 말은 50대에도 30대처럼 살 수 있어야 인생의 1/3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기대수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제 자기관리는 연예인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에게도 꼭 필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사실 정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잠 푹 자고, 좋은 것 먹고, 운동하면 된다. 간단해 보이는가? 하지만 실상은 전혀 간단하지 않다. 일단 답을 알아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다. 좋은 것 먹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정크푸드를 먹고, 운동해야 한다면서 귀찮다고 소파에 드러눕는다. 또 막상 하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게 현실이다. 무엇이 우리 몸에 좋은 음식일까?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막상 이야기하라고 하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몸에 관한 공부다. 내 몸이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이 몸에 좋은지 알아야 동기도 생기고 제대로 실천할 수 있다.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은 이러한 필요성에 딱 맞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제목부터가 원하는 바를 제대로 저격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중요하다. 100살을 사는데 50살부터 온몸이 아파 골골댄다면 인생이 너무 불행하지 않을까? 이 책은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우리가 알고 실천해야 할 지식을 한데 모아놓았다. 100세 시대라는 슬로건에 가장 부합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내 몸과 건강에 관하여 상식이라고 알고 있던 많은 지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건강해지는 비결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지키며 살고 있던 상식이 틀렸다는 걸 깨닫는 순간 또다시 깊은 빡침이 끓어 올랐다.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을 전부 돌려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이 나처럼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책에서 말하는 '건강에 관한 오해 3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효과가 있다?
LCHF, 혹은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작년부터 큰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흔히 지방이 몸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지방이 몸에 나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 몸에 해악을 끼치는 주범은 바로 중성지방이고, 이 중성지방을 만드는 것은 과다하게 흡입한 당분과 탄수화물이다. 그래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대신 지방 섭취를 늘려서 몸에 저장된 지방을 활용하는 케토시스 과정을 활성화하면 체내에 있는 지방을 태울 수 있다. 이것이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핵심이다.
나는 실제로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실행에 옮긴 적도 있고, 적지 않은 효과를 보기도 했다. 체중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몸이 이전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지는 등 당장 눈에 띄는 효과를 체감할 수 있었다. 다만, 그 실행 방법이 까다롭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저탄고지 식단을 실천하기에는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간다) 잠정 중단한 상태였지만,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책에서는 저탄고지 식단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단백질도 먹으면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간다. 필요 이상 과도한 단백질은 모두 당분으로 전환된다. 몸속에 당분이 너무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 빙고! 바로 지방 혹은 중성지방으로 바뀐다. 실제로 케토시스 과정이 이뤄지려면 인슐린 수치가 낮아야 하는데, 인슐린 수치가 낮을 때가 바로 당분이나 단백질을 먹지 않을 때다. 따라서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정답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실을 책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그만큼 빡침도 충격도 컸다. 뭐든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를 뼈저리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146p
2. 우유는 몸에 좋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우유를 배급받았다. 먹고 싶은 사람만 먹는 게 아니라 강제로 먹어야 했지만, 내가 유당 불내증(소장에서 우유에 함유된 유당을 제대로 분해하여 흡수하지 못하는 증상)을 겪는 것도 아니고, 우유에 제티나 네스퀵을 타 먹으면 그 맛이 또 기가 막힌지라 나는 우유 배식이 몹시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뼈에 좋은 칼슘도 많다고 알려졌으니 먹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몸에 좋은 우유'라는 신화에 점점 금이 가고 있다. 우선 우유가 칼슘 섭취에 그다지 도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유에 칼슘이 많다고 알려졌지만, 녹황색 채소로 분류되는 깻잎이나 상추가 칼슘 비율이 훨씬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다가 우유에는 레티놀이라는 물질이 들어있는데, 이것이 칼슘 흡수율을 높이는 비타민 D 흡수를 막는다고 알려졌다. 우유와 칼슘의 신화는 그렇게 일찍부터 깨졌다.
책에서는 여기에 또 하나의 이유를 더한다. 그 정체는 우유에 함유된 카세인 A1이라는 단백질이다. 카세인 A1은 소화 과정 중 췌장에서 인슐린을 생성하는 세포에 붙어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염증을 초래하며 1형 당뇨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한다. 특히 면역반응과 염증이 문제인데, 이것이 불러오는 패악은 알츠하이머에서 암까지 매우 넓고 심각하다. 카세인 A1이 함유된 우유는 오히려 몸에 나쁜 셈이다. 게다가 젖소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첨가된 IGF-1이라는 물질이 우유를 거쳐 체내로 흘러들어올 경우 성조숙증 등 빠른 성장으로 인한 각종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한다.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먹기 싫어도 억지로 먹어야 했던 친구들도 있었는데, 그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빡이 칠까?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116p
3. 건강은 유전자빨이다?
닥터 페퍼 할머니를 아는가? 텍사스에 사는 엘리자베스 설리번 씨는 2015년 104번째 생일을 맞이하셨다. 그런데 그녀는 무려 40년 동안 하루 3번 닥터 페퍼를 꾸준히 마셨다고 한다. 물론 의사들은 탄산이 몸에 나쁘다고 그녀에게 충고했다. 그 의사들을 향해 날린 할머니의 일침이 대박이다.
"충고하던 의사들이 먼저 다 죽었다."
이 게시물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역시 장수는 타고 나야지.", "유전자 이길 수 있는 건 없죠."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당시에는 나도 이 말에 동의했다. 실제로 암이나 치매 같은 노화성 질병에 유전자가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고, 장수하는 집안이 따로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의 저자 건드리 박사는 이 말이 틀렸다고 지적한다. 그럼 왜 장수가 유전되는 걸까? 장수하는 부모의 자식이 장수하는 이유는 훌륭한 DNA를 물려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비슷한 생활 습관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건드리 박사는 그 결정적 근거로 '미생물군유전체'를 가져온다.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의 90%는 인간이 아니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90%는 우리 몸 안팎에 사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의 세포이고 이것을 '미생물군유전체'라고 부른다. 특히 장내 박테리아가 결정적 역할을 하는데, 장내 박테리아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혈당 수치와 비만을 포함해 한 사람의 건강 문제를 모두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100세 이상 장수를 누리는 사람들은 30세의 건강한 삶과 비슷한 장내 유익균을 보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즉, 인간의 유전자는 인간의 운명과 거의 관련이 없다.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장내 유익균이며, 이것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로 습관과 환경이었다.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26p
이것은 단지 지식적 측면을 넘어서 정체성과 이어지는 깨달음까지 가져왔다. 사람의 몸을 하나의 우주라고 바라보는 관점이 있다. 이전에는 이 말을 단지 우리 몸이 경이로울 정도로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미생물이 내 몸의 90%를 차지하고, 그들의 구성에 따라 건강과 수명이 좌우된다는 말을 들으니 내 몸이 우주라는 생각이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심지어 미생물은 우리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몸속에는 인간 유전자의 360배나 되는 박테리아 유전자가 존재하며 그것이 방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고 한다. 마치 지구에 수많은 생물이 살아가는 것처럼 내 몸에도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었다. 실로 내 몸이 우주라는 거대한 깨달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출처 : unsplash.com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는 앞으로 더 오래 살 게 될 예정이다. 하지만 각종 질병에 시달리면서 고통스럽게 산다면, 그것은 사는 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원하는 것을 얻고, 무엇보다도 활기차게 살아야 한다. 이를 해내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우리 몸을 제대로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잘못된 상식을 정답이라 생각하고 돈과 시간을 버리지 말고, 제대로 알고 제대로 실천해야 진짜 건강을 찾을 수 있다.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은 그 사실을 가장 명쾌하게 설명하는 책이다. 단순히 이거 하면 좋다, 저거 하면 좋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고, 왜 좋은지 어떻게 좋아지는지 구체적인 이론과 방법을 제시한다. 읽고 있으면 절로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의욕이 샘솟는 책이다. 100세 시대를 앞둔 우리가 꼭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닐까 한다.
※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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