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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패배자 vs 패배한 사람

마음을 단단하게 할 때는 언제일까? 그런 순간을 자주 마주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심리학》의 저자 피파 그레인지 박사는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을 비롯해 유명 스포츠 스타와 정상급 연주자의 심리 코치로 활동했다. 그들은 마음을 단단하게 먹어야 하는 순간을 자주 마주하는 사람들이었고, 피파 그레인지는 그들을 코치하며 얻은 경험과 깨달음을 한 권의 책에 담아 냈다. 사탕발림 힐링이 아니라 진짜 마음 수련이 필요한 요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서는 우리 사회에 승리에 관한 잘못된 믿음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승리에 관한 잘못된 믿음이 남을 짓밟고 빼앗아야 한다는 잘못된 승리를 조장하고, 그로 인해 스스로 부족한 사람이라 느끼는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한 잘못된 믿음 중 하나가 '패배하면 패배자가 된다.'라는 생각이다. 실패하거나 패배하면 별 볼 일 없는 인간이 되거나, 자신의 가치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패배한다고 패배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아가 승리하려면 패배는 필수라고 말한다. 어째서 저자는 이처럼 일견 모순적인 말을 하는 것일까?

 

'패배자'와 '패배한 사람'은 다르다

 

〈백엔의 사랑〉이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은 32살 된 이치코라는 여성이다. 그녀의 직업은 백수다. 부모님 집에 얹혀 살면서 조카와 게임이나 하는 게 하루 일과다. 이치코는 스스로 패배자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자기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그러다 여동생과 대판 싸우고 난 뒤, 쫓겨나듯 독립하게 된다. 먹고 살아야 하기에 근처 '백엔샵'이라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이곳에서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역시 영화야...) 안타깝게도 이치코는 나중에 이 남자에게 바람을 맞는다.

 

남자의 직업은 복서였다. 이치코는 남자가 다니던 체육관을 기웃거리다 복싱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이별의 아픔을 잊고자 미친 듯이 복싱에 매달린다. 그녀는 프로 시험을 통과했고, 마침내 프로 데뷔전까지 갖게 된다. 그런 이치코를 보며 가족도, 주변사람도 어딘가 변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데뷔전에서 무참히 패배한다. 얼굴이 말그대로 피떡이 된다. 그리고 경기 후에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이렇게 말한다. "꼭 이기고 싶었어요." 나는 그런 이치코가 패배자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승리를 갈구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과거의 이치코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보였다.

 

패배자와 패배한 사람은 다르다. 패배자는 오히려 패배와 거리가 멀다.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남 탓, 세상 탓만 하면서 더 부정적인 사람이 되기도 한다.

 

반면, 제대로 패배해 본 사람은 패배자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졌지만, 이기고 싶다고 생각하고, 다음에는 꼭 이기겠다고 다짐한다. 그래서 패배한 경험을 곱씹고, 그걸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설령 다른 일을 하더라도 패배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승리하려면 패배는 필수다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심리학》에서는 승리하려면 패배가 필수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첫째,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순간에 패배의 경험을 반드시 견뎌내야 한다. 한 번도 져본적 없이 승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지어 세계 최정상에 오른 고수라 할지라도 어느 순간에는 패배나 한계를 맞이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둘째, 성공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위험을 감수할 때 맛볼 수 있다. 오늘도 숨쉬기에 성공했다고 말하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 힘들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냈을 때 우리는 성공했다고 말한다. 당연히 이때 실패는 피할 수 없다.

 

패배를 받아들이는 올바른 자세

 

그럼 패배를 받아들이는 올바른 자세는 무엇일까?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심리학》에서는 패배를 기꺼이 자신의 삶으로 초대하라고 말한다.

 

패배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패배와 실패를 들춰내 다시 평가하고 고민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새로운 방향으로 말이다.

이렇게 한다면, 실패가 당신의 삶에서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실패를 통해 아직 준비가 안 되었거나 실력이 충분하지 않은 부분이 어디인지 파악할 수도 있다. 물론 실패하고 그 경험을 곱씹는 일이 쉽거나 유쾌하진 않겠지만, 이를 통해서 실패를 유용한 경험으로 바꿀 수 있다.

실패를 대하는 가장 좋은 자세는 실패를 기꺼이 자신의 삶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스포츠팀이 경기 영상을 분석할 때, 좋은 코치는 ‘바로 여기에서 네가 망친 거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좋은 코치는 ‘여기 뭐가 보여? 여기서 네가 어떻게 경기를 했는지 설명해 봐. 왜 실수가 나왔다고 생각해? 이런 상황을 다음 경기에서 마주하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말한다.

시도와 실패를 직접 경험하는 것은 미래에 경험할 문제를 미리 해결하고 장애를 극복하는 열쇠다. 멍하게 있으면서 문제나 장애가 생기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일찍 실패할수록, 자주 실패하고 용감하게 맞설수록, 삶에 중요한 순간이 왔을 때 마주하게 될 불확실한 상황으로부터 자신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다.

-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심리학》 51~52p

 

패배를 자신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말자. 그러면 스스로 패배자라고 여기게 된다. 대신 '패배는 퍼즐을 풀 열쇠'라고 생각하자. 그러면 패배를 통해 성장하게 된다.

 

세계 1위 음악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의 CEO 다니엘 에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목표는 빠르게 실패하는 것이다. 빨리 실패하면 빨리 배우게 되고, 빨리 개선할 수 있다. 우리는 실패를 회피할 방법을 찾을 것이 아니라, 실패를 경험하고 빠르게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실패하고, 실패하자. 승리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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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