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좋은 작품을 보면 ‘힐링’된다고 한다. 나도 그런 경험을 겪은 적이 많다. 그런데 궁금하지 않은가? 좋은 작품들은 어떻게 우리 마음을 치유하는 걸까? 많은 지식인과 평론가들이 그 이유를 말하며 작품을 비평하지만, 그 치유 과정이 우리 뇌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한 책에서 그에 대한 대답을 찾았다. 우리가 힐링되는 이유, 즉 작품에 담긴 신경-문학적 심리 효과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이 바로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이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감사가 우리 마음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관하여 이렇게 설명한다.
이러한 감사 효과를 더욱 강력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감사의 대상을 인간으로 돌리는 것이다. 감사의 치유력은 의존성이나 열등감에 의해 약화하는데, 신이나 자연에 대한 감사는 이러한 부정적 걱정 회로를 자극해 감사의 효과를 약화할 수 있다. 그래서 감사의 대상이 인간을 향할 때 우리는 약화 없이 감사가 주는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이러한 효과를 가져오는 문학적 발명품이 바로 《미들마치》에 등장하는 “당신과 나”라는 표현이다.
이 챕터를 읽자마자, 바로 떠오른 작품이 《나의 아저씨》였다. 왜냐면 《나의 아저씨》에는 ‘남의 눈에 띄지 않는 데서 충실하게 살다간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박동훈(이선균)은 솔직히 별 볼 일 없는 남자다. 무능하지도 않지만, 출중하지도 않다. 밉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사랑스러운 것도 아니다. 형제애는 좋아 보이는데, 남편으로서는 별로다. 무엇보다 참 심심한 사람이다. 게다가 맨날 툴툴대기만 하고...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가 스스로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자기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그 사실 때문에 위축되지 않는다. 다 그렇게 사는 거라며 묵묵히 살아간다.
사실 인간은 다 고만고만하다. 뭐 사람 사이에는 우열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자연이라든가 신이라든가 하는 경이로운 존재 앞에 서면 모든 인간은 다 고만고만하다. 그렇다면 그 고만고만한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야 할까? 어떻게 해야 이 험한 세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의 아저씨》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꼭 사랑이 남녀 간의 로맨틱한 사랑을 뜻하는 건 아니다. 아끼고, 보살피고, 도와주는 마음이 사랑이다. 그런 마음이 있기에 인간은 고만고만해도 서로 힘을 합쳐 살아갈 수 있다.
이지안(이지은)은 그런 마음을 배운 적이 없는 아이였다. 그래서 자기비하와 인간혐오에 빠졌다. 하지만 박동훈이 그런 이지안을 도와준다. 그렇게 도울 줄 모르는 아이를 도움받고 도와주는 사람으로 이끈다. 《나의 아저씨》는 이지안이 서로 돕고 사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도준영(김영민)은 자기가 잘난 줄 아는 놈이다. 고만고만한 사람들 머리 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랑을 모른다. 자기애만 남았다. 하지만 자기애는 오히려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마음 상태다. 자신의 초라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는 모두 박동훈이다. 인간이다. 다 고만고만하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하고 살아야 한다. 서로 아끼고 보살피고 돕고 살아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고만고만한 내가 이 치사한 세상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이유는 고만고만한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오늘도 사랑을 베풀고 있기 때문이다.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고만고만한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 그들 모두에게 감사하라. 그것이 범사에 감사하는 길이고, 우리 마음을 사랑으로 풍요롭게 하는 길이다. 이것이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치유의 힘이다.
《미들마치》에서 “당신과 나”를 언급하는 것처럼, 《나의 아저씨》는 “나와 아저씨”를 언급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을 연결한다. 《나의 아저씨》에도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이라는 문학적 테크놀러지가 들어있는 셈이다. 그 결과 우리는 작품을 볼 때마다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면서, 과거를 곱씹는 반추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는 작품이 우리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해준다. 작품을 해석하고 의미를 따지는 게 아니라, 그 작품이 우리에게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려준다. 그 결과 작품에서 전하는 심리적 효과를 온전히 즐기게 한다. 우리가 문학을 제대로 즐기게 도와주는 신경-문학적 가이드인 셈이다.
좋은 작품을 보며 마음의 치유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 치유의 힘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당신의 삶이 이전보다 풍요롭고 즐거우며 따뜻해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라는 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이미지 출처 : 드라마 《나의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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