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휴지통

열역학으로 바라본 다이어트

  다이어트를 하다보면 섭취 칼로리와 소비 칼로리를 기록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섭취 칼로리보다 소비 칼로리가 더 많으면 살이 빠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이어터’ 같은 어플에선 일일 잉여 칼로리를 계산해 줍니다. 잉여 칼로리가 (+)면 살이 찌고 (-)면 살이 빠진다는 거죠. 그렇다면 이러한 논리는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요? 섭취 칼로리는 어떻게 계산하는 것일까요? 나아가 소비된 칼로리에 따라 얼마만큼의 살이 빠지게 되는 걸까요? 오늘 공부를 하던 중에 열역학 관점에서 다이어트를 바라본 글을 읽게 되었는데요. 재밌기도 하고 절망스럽기도 해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소비 칼로리가 많으면 정말 살이 빠지는가?

  대학시절 열역학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는 살빼기 힘들다는 게 이해가 안가. 열역학 제 1법칙 배웠지? 그럼 간단하잖아? 먹는 에너지보다 쓰는 에너지가 많으면 무조건 살이 빠지는 거 아냐. 그냥 더하기 빼기 문제잖아.” (저를 보시며) “안그런가, 자네?” 
  네. 그렇습니다. 다만 마르신 교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실 땐 참 얄미웠습니... 잉여 칼로리가 (-)면 살이 빠지는 것은 오늘날에는 아주 당연한 이치인 열역학 제 1법칙을 따른 것입니다.

  “에너지는 형태가 변할 수 있을 뿐 새로 만들어지거나 없어질 수 없다.”

  열역학 제 1법칙은 에너지 보존 법칙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 법칙을 발견한 것은 영국의 물리학자 줄(James Joule: 1818~1889)입니다. 그는 1J의 역학적 에너지가 0.24cal의 열에너지로 전환된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1cal=4.2J) 이를 통해 에너지는 일이나 열로 그 형태가 바뀔 뿐 생성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는 에너지 보존 법칙이 나오게 됩니다. 훗날 아인슈타인이 특수 상대성 이론을 통해 질량과 에너지의 관계를 알아낸 뒤에 에너지-질량 보존법칙이 됩니다.(이 분은 안 끼는 곳이 없음 -_-)

▲ 줄과 그의 실험장치


  에너지는 생성되지 않으니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말은 당연히 그짓말입니다. 또한 우리가 음식으로 섭취한 에너지는 체온을 유지하며 열로 전환되고, 각종 활동을 하며 일로 전환됩니다. 섭취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열을 내고, 더 많은 일을 하면 에너지는 체내에 쌓이지 않고, 이미 체내에 쌓인 에너지도 소비됩니다. 그러니 적게 먹고 많이 활동하면 살은 당연히 빠지는 것이죠. 그러니깐 배고플 때 치킨을 먹지 말고 물을 마시면 살이 빠지는 겁니다. 

▲ 그러니깐 그만 먹으라고...






  섭취 에너지의 계산

  식품의 에너지 함량은 탄수화물, 단백질 및 지방에 근거를 두어 산출합니다. 이들이 체내에서 에너지로 전환되는 비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탄수화물 : 그램당 4kcal(17kJ)
단백질 : 그램당 4kcal(17kJ)
지방 : 그램당 9kcal(38kJ)
알코올 : 그램당 7kcal(29kJ)

  위의 값들을 이용하여 각기 다른 식품들의 평균량에 대한 대략적인 에너지 값을 구하게 됩니다.

250g 탈지유 : 90kcal
250g 전지유 : 150kcal
250g 맥주 100kcal
1인분의 채소 : 25kcal
1인분의 과일 : 60kcal
1인분의 빵 또는 녹말채소 : 80kcal
1인분(150g)의 살코기 : 275kcal
1인분(150g)의 저지방 고기 : 375kcal
1인분(150g)의 고지방 고기 : 500kcal
5g의 기름 : 45kcal
5g의 설탕 : 20kcal

  에너지 보존 법칙은 여전히 성립하니 (합친다고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래줬으면 좋겠는데...) 한 끼에 샐러드와 빵 1인분에 300g의 스테이크와 맥주 한잔(250g)까지 곁들이면 섭취한 칼로리는 25+80+1000+100=1250kcal 입니다

  어... 그런데 1250kcal를 섭취했다면 많이 먹은 걸까요? 적게 먹은 걸까요?

▲ 이게 1250kcal, 솔직히 이것도 적게 쳐준 겁니다...






  소비 에너지의 계산

  에너지 소모는 편의상 두 범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신진대사에 의한 소모와 근육운동에 의한 소모입니다.



  1. 신진대사 에너지 (또는 기초대사량)

  이 에너지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인체의 에너지 소모에 있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신진대사에 의한 에너지 소모는 성별, 체중, 신장, 체형, 연령 등에 의하여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 비율은 일반적인 체형의 젊은 성인의 경우 하루에 체중 킬로그램당 약 100kJ(=24kcal)입니다. 체중이 55kg인 20세 여성의 하루 신진대사 소모량은 55*24=1320kcal 입니다. 같은 무게의 남자는 여자보다 15% 정도 더 소모한다고 합니다. 제가 20살이라고 가정하고 계산한다면 90*24*1.15=2484kcal이 됩니다. 저는 나이가 좀 더 먹었으니 대략 90% 효율이라 가정한다면 하루에 2236kcal를 신진대사로 소비합니다.
(물론 이것은 매우 대략적인 계산입니다.)



  2. 근육 운동 (또는 활동대사량)

  글을 쓰고, 산보하고, 똥을 싸고, 심지어 밥을 먹고 소화시키는 일에도 우리의 근육은 끊임없이 수축과 이완의 운동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근육 운동의 에너지 소비는 신진대사 에너지의 50~100%에 해당하며 그 정도는 생활 방식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납니다. 만약에 위의 여학생이 걷기 외에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에 앉아 컴퓨터 작업을 한다면 근육 운동에 의해 소모되는 에너지는 0.5*1320=660kcal입니다. 저의 경우도 비슷하니 0.5*2236=1118kcal가 됩니다. 따라서 하루에 소모하는 칼로리는 신진대사 에너지와 근육 운동을 합하여, 여학생의 경우 1980kcal, 저의 경우 3354kcal가 됩니다. 여기에 생체 조직의 생성이나 분비액(이상한 거 생각하지 않습니다.) 등을 유지하는 데에 소비되는 에너지를 고려하면(대략 200kcal) 여학생은 2100kcal, 저는3500kcal 정도를 소비합니다. 따라서 이보다 많이 섭취하면 살이 찔 것이고, 적게 섭취하면 살은 빠질 것입니다. 하루에 세끼를 먹는다 치면 저는 한 끼에 1167kcal를 섭취해야만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딱 위 사진의 스테이크를 세 끼 내내 먹어야 하는 군요. 예로 든 여학생은 매 끼니 저렇게 먹으면 잉여 열량이 차곡차곡 몸에 쌓일 것이고, 저와 같은 체중이 되어서야 평형, 즉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안정된 체중을 이룰 겁니다.

  물론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이는 매우 대략적인 계산입니다. 더불어 요즘에는 어플이나 웹을 통해 이러한 계산을 해주는 기초대사량 계산기가 있으니 자신의 소비칼로리가 궁금하다면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 저는 소비칼로리가 이보다 적을 겁니다. 근육이 없고 지방만 많으니깐...






  그럼 살은 얼마나 빠지는 거지?

  우리가 초과 섭취하는 에너지, 즉 잉여칼로리는 그 식품의 탄수화물, 단백질, 또는 지방질에 상관없이 지방으로 바뀌어 몸 속에 축적됩니다. 왜냐면 지방이 질량당 칼로리도 높고, 보존하기 위해 소비하는 칼로리도 적은데다, 이를 다시 에너지로 전환하는데 사용하는 에너지도 적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최고의 효율을 내는 저장형태입니다. 당신의 뱃살은 이렇게 지금도 당신만을 생각합니다.

  지방 조직은 약 85%의 지방과 15%의 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1kg의 지방 조직이 체내에서 전환되는 에너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0.85*1000*9=7650kcal

  이것은 지방 조직 1kg을 줄이기 위해서는 약 7650kcal의 에너지를 초과 소비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네. 저는 뱃살 1kg을 빼려면 2일을 쫄쫄 굶어야 합니다. 심지어 일상적인 활동을 계속 수행하면서 말이죠. 그렇다면 운동을 해서 빼는 것은 어떨까요? 조깅(어플은 가벼운 조깅이라 하지만 시속 8km가 가벼운 조깅이라니...) 한 시간을 하면 제 체중이라면 600kcal 정도 소비합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다이나믹한 조깅 한 시간에 고작 600kcal... 제가 뱃살 1kg을 빼려면 무려 12시간을 뛰어야 합니다... 제 키의 표준 체중이 되려면 무려 318시간을 뛰어야 합니다...

  물론 이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게다가 굶거나 운동을 한다고 100% 지방만 빠지는 법도 없죠. 지방이 빠지는 만큼 근육도 빠집니다. 더구나 식후 2시간 이내에 하는 운동은 섭취한 탄수화물을 먼저 소비합니다. 결국 이런저런 요소들을 생각하면 7650+@kcal를 소비해야면 지방 1kg이 빠진다고 해야겠죠. 1kg을 빼겠다고 운동을 빡시게 한다거나 무조건 굶는다고 해결될 수 없습니다. 하루종일 쫄쫄 굶어봤자 –3500kcal이고 5시간 달리기를 해봤자 –3000kcal입니다.





  하... 그냥 살 안 뺄란다.

  그래서 트레이너들이 기초대사량, 기초대사량 하나 봅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우리가 가장 높은 비율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기초대사량이고, 이를 소비하기 위해 별도의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됩니다. 가만히 앉아서 살을 빼는 것이죠. 하지만 이 기초대사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근력운동을 해야 합니다. 또한 근육을 늘리려면 잘 먹어줘야 하고, 잘 먹으면 당연히 살이 찝니다. 그러니 그냥 돼지에서 근육돼지가 될 뿐 여전히 돼지입니다. 설령 우락부락한 근육돼지가 되어서 ‘이제 기초대사량이 늘었으니, 살이 빠지겠지?’ 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운동을 멈추면 근육량도 줄어들게 되죠. 그래서 살은 조금 빠질지언정 근육돼지에서 그냥 돼지로 돌아올 뿐입니다...

  그러니 결국 강도 높은 운동과 함께, 고단백 저칼로리 식단으로 근육은 키워주면서 칼로리 섭취는 줄여야 합니다. 허영만 화백은 『식객』에서 이렇게 훈련하는 보디빌더들을 도시의 수도승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인간의 기본 욕구인 식욕을 절제하고, 근육이 찢어지는 고통을 감내하여 완벽한 몸매를 만드는 것이죠. 네... 수도승 같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차라리 성욕을 참으면 참았지 식욕은... 치킨은 어쩐단 말입니까... 연예인처럼 살 빼면 입금되는 직업이라면 개인 트레이너 붙이고 24시간 매진하며 단기간에 살 빼는 것이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일을 해야 하고, 트레이너도 없이 스스로 욕망과 싸워야 하죠. 그러니 살을 빼겠다는 각오는 포기하는 것이 옳습니다. 다만 건강하기 위해 꾸준히 운동하고 절식한다면 언젠가는... 한 몇 년 걸려서 언젠가는 좋은 체형을 가질 수도 있겠죠.

  단순히 섭취와 소비로 계산했지만, 실제 살이 빠지는 과정은 이 보다 복잡합니다. 올바른 방법과 타이밍을 모른다면 열심히 노력해도 헛수고가 되거나 심지어 몸을 망치기도 하죠. 그렇기에 말머리를 뻘글이라 넣었습니다. 이글은 열역학으로 바라본 다이어터의 푸념같은 겁니다.

  열역학 제1법칙은 다이어터들에게는 저주이자 희망입니다. 쳐먹을 때는 몰랐는데 그걸 빼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들어간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으니 우리는 그 고난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유일한 희망이 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소비칼로리가 섭취칼로리 보다 많으면 0.1g이 빠지더라도 살은 빠지니까요. 교수님은 더하기 빼기처럼 쉬운 거라고 하셨지만, 그 과정이 쉽지 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살을 빼기 위해 오늘도 현미밥을 먹고, 먹은 음식을 체크하고, 운동을 합니다. 이 노력이 지금 당장은 빛을 못 보겠지만 –1이라도 100일이 쌓이면 –100이 될 테니까요. 

  그런데 나는 –191250kcal를 해야 하잖아? 

  나는 아마 안될 거야...





※ 이 글은 Chemistry Principles and Reactions 5th edition 한글판 교재에 쓰인 글 「인체의 에너지 균형」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