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트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돗대를 피우고, 칵테일을 마시고, 반지를 뺐다. 마지막으로 일회용 라이터를 돈 주고 산 적이 언제던가? 흡연자의 방에는 일회용 라이터가 굴러다닌다. 책상 서랍, 옷장, 책꽂이, 냉장고? 처치 곤란이다. 그래서 일회용 라이터를 사는 일은 없다. 하지만 그런 날도 있는 법이다. 주머니를 뒤져봐도 라이터가 없다. 백팩을 내려놓고 뒤져봐도 라이터가 없다. 혹시나 담배 피우는 사람이 있을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불 정도 빌려주는데 인색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사람이 없다. 점심시간을 갓 넘긴 오후의 도로에는 행인조차 보이지 않았다. 새까만 아스팔트 위로 어지러이 아지랑이가 일렁였다. 담배가 땡기는 풍경이었다. 걸어온 길을 돌아갔다. 편의점에 들어서자 상쾌한 공기가 귀밑부터 뒷목을 감싸 안았다. 역시 에어컨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미사토 당신은 언제나 옳았어..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