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단편] [기담] 정전 버스 막차는 전혀 한산하지 않았다. 다들 뭐가 그리 다망한지 빈자리 하나 없었다. 오늘은 일찍 들어갔어야 했다. 하지만 박 차장이 물고 늘어졌다. 이 대리 한 잔만 하고 가자. 딱 맥주 한 잔만. 외면하기 어려웠다. 정 과장은 아내가 만삭이고, 나머지 사원은 전부 여자다. 그렇다고 박 차장이 부장님께 엉겨 붙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만한 게 나다. 그래도 오늘은 일찍 들어갔어야 했다. 왜 일찍 가야 하는데? 박 차장이 다그쳤을 때 나는 이유를 기억하지 못했다. 뺑기 부리지 말고 가자. 그렇게 딱 한 잔만 하자던 술자리는 3,000cc 세 피처를 채우고야 말았다. 더 주문하려는 박 차장을 겨우 말려낸 구실이 바로 이 버스 막차였다.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있다 보니 어느새 동네에 버스가 당도했다. 씹던 껌..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