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 하드>를 대표하는 곡은 아무래도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겠죠. 하지만 워낙 다양한 작품에 쓰여서 <다이 하드>를 특정한다는 생각은 안 들더군요. 대신 저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들으면 <다이 하드>가 생각납니다. 비록 영화 초반에 잠시 흘러가는 BGM으로 나올 뿐이지만, <다이 하드>를 워낙 많이 돌려봐서 ^^;; 이젠 이 곡을 들으면 바로 <다이 하드>가 연상됩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1721년 브란덴부르크 백작 크리스티안 루트비히에게 바쳐졌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잘 나가는 회사의 초고층 빌딩에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느낌의 곡입니다. 그런데 <다이 하드> 때문인지 이 곡을 들으면 왠지 불안하고, 비상구를 찾아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드네요. 엘리베이터에서는 듣고 싶지 않은 곡입니다;;;
'1812년 서곡'은 차이콥스키가 1812년의 전쟁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곡입니다. 피날레에서 특이한 악기를 사용하는 것이 유명합니다. 그 악기는 바로 대포와 종입니다. 야외 공연을 염두에 두었기에 가능한 발상입니다. 하지만 초연 때는 실내에서 얌전히 공연되었다고 합니다. (참조 : 外) 지금도 많은 공연에서는 현실적인 이유로 대포 소리를 생략하거나 녹음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아쉬워서인지 유튜브에서도 '진짜 대포 소리'를 강조하는 영상 제목들이 보이더군요. 그런데 <브이 포 벤데타>는 '1812년 서곡'의 특수 효과를 아주 폼나게 구현합니다. 영화에서 대포 소리는 폭발로, 종소리는 빅 벤의 폭파로 그려내고 있지요. 다소 허세스럽게 보이긴 하지만 워쇼스키답다는 기분도 듭니다. 그냥 봐도 멋있는 장면이지만, '1812년 서곡'을 영화 속에서 어떻게 구현했는가를 생각하면 정말 간지 폭발하는 장면입니다.
올해 가장 통쾌한 장면이었던 <킹스맨>의 폭발신. 이 장면을 장식한 것은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입니다. 이제는 이 곡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킹스맨>이 떠오르네요. 약 냄새가 진동하는 장면에 쓰였지만, 곡 자체는 영국인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곡으로 유명합니다. '위풍당당 행진곡'에 벤슨(A.C. Benson)의 시를 붙인 'Land of Hope and Glory'라는 노래는 영국에서 제2의 국가로 불린다고 하네요. 매년 7~9월에 열리는 BBC 프롬나드 콘서트의 마지막에 이 노래를 부르는 이벤트가 있습니다. (참조 : 外) 동영상을 보니 영국인의 나라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지더군요. 이 곡을 가지고 저런 장면을 찍다니... 매튜 본은 확실히 똘끼가 충만합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1968년에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70년대도 아니고 무려 60년대! 그런데 이 영화만큼 우주의 광막함을 잘 표현한 영화는 2013년이 되어서야 나온 기분이네요. 시대를 뛰어넘은 명작이며, SF의 영원한 갓티어입니다. 영화는 광막한 우주의 모습을 그려내며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들려줍니다. 마치 이 장면을 위해 작곡한 곡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영상과 잘 어울립니다. 덕분에 영화사(史)에서 손꼽히는 완벽한 장면이 완성되었습니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1867년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작곡했습니다. 본래는 합창곡이었는데, 초연에서는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는군요. 대신 같은 해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관현악곡으로 편곡한 것을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직접 공연한 것이 호평을 받아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참조 :外) 이게 합창곡으로 남았다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위대한 장면은 만들어지지 못했겠죠?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가장 강렬한 음악은 바로 이 곡일 겁니다. 제목에서 보시다시피 슈트라우스가 니체의 철학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감명을 받아 만들었습니다. 이 곡은 처음에 찬사만큼이나 비난도 많이 받았습니다. 당시까지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철학의 음악화'를 시도했다는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 꼰대는 시대를 가리지 않고 존재하는군요. 이에 대해 슈트라우스는 "나는 철학적인 음악을 쓰려 한 것이 아니며, 인류가 그 기원에서부터 여러 단계를 거쳐 발전해가는 모습을 음악이라는 수단으로 표현하려 했던 것이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참조 : 外) 작곡가의 의도가<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너무나 잘 어울리지 않나요? 스탠리 큐브릭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처음 생각한 순간부터 그의 머릿속에 이 곡이 함께 했을 것 같습니다.
'니벨룽의 반지'는 고대 노르웨이의 전설집인 사가(saga)와 중세 독일의 영웅 서사시 '니벨룽의 노래'에 기초하여 바그너가 모든 각본을 쓰고 작곡한 바그너 필생의 역작입니다. 집필 기간만 해도 28년인 데다 연주도 나흘에 걸쳐 4시간씩 전부 16시간이 걸리는 초대작입니다. (참조 : 外) 이 중에서 특히 '발키리의 기행'이 대중적으로 유명합니다. 다양한 장르에서 활용되고 있고, 특히 스타 팬들에게는 '라이드 오브 발키리'라는 맵 이름으로도 유명하지요. 하지만 '발키리의 기행'을 들었을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은 <지옥의 묵시록>일 겁니다. 영화 속에서 킬고어 중령(로버트 듀발)의 헬리콥터 부대가 베트남 마을을 습격하는 장면에서 등장합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헬리콥터 부대의 위용이 발할라의 여전사 발키리를 연상케 합니다. 모습뿐만 아니라 그들의 잔인한 행동도 발키리와 흡사하죠. 킬고어 중령은 적에게 공포를 주기 위해 '발키리의 기행'을 틀어놓고 강습을 벌입니다. 살육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동입니다. 게다가 진짜로 공포를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공포를 주고 있다고 스스로가 만족할 뿐이죠. 진짜 공포를 다룰 줄 알았던 커츠 대령(말론 브란도)의 열화 버전이라고나 할까요?
모니카 : 딴따다 딴딴~
<아마데우스>를 생각하면 특정한 곡이 아니라 모차르트 그 자체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중에서 파파게노와 파파게나의 듀엣을 먼저 떠올리는 것은 저의 개인적인 취향이겠죠. 영화 속에 많은 곡이 나오지만 저는 이 노래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재밌고 사랑스러운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곡 자체도 좋았지만 역시 그 앞 장면에 나온 모차르트의 '잠자면서 연주하기' 때문에 더 인상 깊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빌헬름 텔'은 프리드리히 실러의 동명의 희곡을 바탕으로 로시니가 작곡한 오페라입니다. 석궁으로 머리 위의 사과를 맞추는 장면이 유명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 덕분에 석궁으로 사과 맞추기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이 속출했다고 합니다... 참조 : 外) 서곡의 피날레가 특히 유명합니다. 빠르고 경쾌한 리듬이 매우 흥겨운 곡입니다. 스탠리 큐브릭은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장면에 이 곡을 사용합니다. 배드신, 그것도 무려 2:1 배드신에 사용합니다. 대개 영화에서 2:1 배드신이 무겁고 침울하게 묘사되는 것과 비교하면 정말 놀라운 선곡입니다. <시계태엽 오렌지>의 2:1 배드신은 어떤 도덕적 망설임도 느낄 수 없이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이를 통해 알렉스(말콤 맥도웰)의 선정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음탕하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드신이며, 스탠리 큐브릭의 천재성을 느낄 수 있는 장면입니다.
이 곡은 문희준 바흐의 '관현학 모음곡 3번 BWV 1068 2악장 Air'를 아우구스트 빌헬르미가 바이올린의 G현만 사용하여 연주하도록 편곡한 곡입니다. (참조 : 外) 다양한 작품에 쓰인 곡이지만, 에반게리온의 장면보다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작품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요... 저에게는 에바 최고의 장면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덕후는 아니지만, 누구나 가슴에 에바 명장면 하나쯤은 갖고 있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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