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1. <인사이드 아웃>은 개봉 전부터 화제였죠. 지난 5월 칸에서 공개되었을 때 평단은 엄청난 반응을 보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은 비경쟁부문이었지만 '만약 경쟁으로 갔으면 분명 황금종려상 수상감'이란 말이 나왔을 정도였죠. (출처 : 外) 이런 호평이 없었더라도 이 작품에 관심을 가졌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픽사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업>의 피트 닥터 감독 작품이니까요. 게다가 인간의 마음을 다룬다니! 심리학에 관심이 있던 저로서는 정말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인사이드 아웃>을 봤습니다. 너무 기대해서 정작 실제로 보면 실망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인사이드 아웃>은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2. <인사이드 아웃>의 최대 장점은 상상력입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사실 이런 생각은 예고편만 봤을 때부터 해왔습니다. 세상에 감정을 모에화 의인화 하다니요! 이 얼마나 기발하고 사랑스러운 발상입니까! 이런 상상력은 캐릭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꿈 제작소’, ‘상상의 나라’, 등 사람의 머릿속을 모험의 세계로 탈바꿈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가 있을까요? 픽사는 천재들만 모인 곳인가요?
3. 게다가 이 머릿속 세계가 돌아가는 메커니즘이 허무맹랑하지 않습니다. 심리학이나 신경과학의 이론을 잘 녹여놨습니다. Long term memory 같은 심리학적 용어가 등장하기도 하고, 추상화 과정을 그려내며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지배적인 감정이 다른 데(엄마는 슬픔, 아빠는 버럭, 라일리는 기쁨), 이것은 자주 느끼는 감정의 신경회로가 발달한다는 신경심리학의 이론을 적용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3-1. 심리학을 잘 녹여낸 점도 너무 좋은데, 그 심리학에 프로이트나 융이 없다는 점도 너무 좋더군요. 영화 속에 구현된 잠재의식의 위상이 너무나 적절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정신분석학의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해석이라면 <인사이드 아웃>도 정신분석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4. 기발한 캐릭터와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다소 평범합니다. 주제도 보편적 가치로 귀결되는 등 도발적인 메시지는 없더라고요. 이야기의 큰 줄기는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줄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발한 이야기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서사적 재미보다는 아기자기한 재미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4-1. 아기자기한 재미에 유머가 큰 역할을 합니다. 패러디, 연예인 디스 등 양키 센스가 돋보이는 유머부터, 감정들이 펼치는 콩트까지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빵 터지는 장면도 있고, 작게 미소 짓는 장면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유쾌한 영화입니다.
4-2. 평범한 전개와 보편적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영화의 내러티브가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인생의 가치를 이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건 아마 픽사밖에 없을 겁니다. 픽사=애니계의 톨스토이
5. <카2>, <메리다와 마법의 숲>, <몬스터 대학교>로 3연벙 3연속으로 타격을 받은 픽사가 정신 차리고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디즈니가 <주먹왕 랄프>나 <겨울왕국>을 통해 픽사의 장점을 흡수한 것처럼, <인사이드 아웃>은 픽사 특유의 재기발랄함에 디즈니의 안정성을 흡수한 기분입니다. 픽사의 전성기였던 <월E>, <업>, <토이스토리3>에 비해 이야기도 단순해지고, 주제도 평범해졌습니다. 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을 더욱 극대화해서 돌아왔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은 우리가 픽사에 기대하던 '상상 그 이상의 상상'을 선사해주는 작품입니다.
6. 꼭 보세요.
한줄평
픽사가 그려낸 알록달록한 소우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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