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터 만들면서 복붙 했을 때 돈이 없다는걸 알아봤어야 했는데...
의문의 신호를 쫓던 닉과 조니, 헤일리는 발신지에 도착한 후 의문의 사고를 당한 후 알 수 없는 연구 시설에 갇히게 된다. 닉은 연구원들로부터 헤일리를 구출하고 시설로부터 탈출하려고 한다. 여긴 어디일까? 연구소의 목적은 무엇일까? 헤일리는 괜찮을까? 조니는 무사한가? 탈출할 수 있을까? 하나의 의문에 대한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새로운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리고 탈출에 실패한 닉은 자신에게 일어난 놀라운 변화를 목격하고 충격에 빠지게 된다.
SF 블록버스터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 영화는 제작비 50억 원 규모의 초 저예산 영화이다. 제작비가 영화의 작품성에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제작비로 영화의 좋고 나쁨을 판단 할 순 없다. 그러나 예산에 따라 다른 기대는 할 수 있는 법. 사전 정보 없이 일반 규모의 장편영화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크게 실망했을 수도 있다.
50억 원이라는 값어치를 생각한다면(헐리웃 영화 제작비로는 껌 값) 포스터의 홍보문구대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기발한 상상력을 현실감 있게 구현하는 것은 SF무비에 있어 매우 중요한 평가 요소이다. 그런 면에서 마지막에 나온 액션신 만으로도 이 영화는 50억 원의 값어치는 충분하게 하고 있는 셈이다. 짧은 장면이었지만 초인 액션에 대한 탁월한 연출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장담컨대 이 영화가 먼저 개봉했다면 <맨 오브 스틸>의 감독은 잭 스나이더가 아니라 <더 시그널>의 윌리엄 유뱅크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 만화 같은 아이디어를 현실적으로 구현했다.
그러나 그 외의 부분들에 대해선 솔직하게 볼 가치가 없는 수준이다. 영화 줄거리 진행의 대부분이 J. J. 에이브람스와 비슷하다. 낚시와 떠보기의 연속이라고 보면 된다. 영화 전반부 대부분을 할애하는 주인공의 장애와 그로인한 애정전선의 불안에 관한 이야기는 맥거핀에 지나지 않는다. 후반부에 투척되는 떡밥들은 해결되지 않는다. 아무리 지독한 방구라도 계속 맡으면 냄새가 나지 않는 법. 맥거핀이 점철되다 보니 최후 반전의 카타르시스가 상당히 경감된다. 뻔하고 식상한 것도 문제지만, 낚시에 지쳐버린 기분이다.
인디 SF 감독들이 단편 혹은 저예산 장편으로 데뷔한 후 제작사의 주목을 받아 블록버스터 무비의 감독으로 지명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를 만든 닐 블롬캠프는 그 컨셉을 그대로 장편으로 가져와 <디스트릭트 9>을 만들었다. <몬스터즈>라는 거대 우주생명체가 등장하는 영화를 만든 가렛 에드워즈는 그 경험을 인정받아 <고질라(2014)>의 감독을 맡았다. 이렇게 실력 있는 감독들이 주목받는 기회로 저 예산 독립영화라는 방식을 이용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제한된 자원 안에서 뛰어난 영상을 얻기 위한 노력은 자연스럽게 영화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질 테니 말이다.
하지만 장편 영화라면 극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하지 않은가.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는 6분 정도의 단편 영화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했다. <몬스터즈>는 SF적인 요소를 최대한 절제하고 등장인물의 성장과 교감을 섬세하게 이야기했다. 장편으로서 가치를 입증한 셈이다. 허나 <더 시그널>은 극으로서 가치를 입증하지 못하다. 아니 안한다고 봐야한다. 이야기 진행이 모두 떡밥에 의존하니 흥미는 유발 될지언정 극으로서는 막장일변도의 전개라 하겠다.
이런 초저예산 SF영화를 만드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다. 이를 발판으로 대규모 자본 영화를 찍어보겠다는 야망을 품어도 속물이라 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관객에게 돈 받을 영화라면 극으로서 기본은 갖추어야 한다. 영화 개봉은 관객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지, 블록버스터로 가기 위한 연습과정이 아니다. 10분짜리 단편으로 만들었어도 될 영화를 2시간으로 늘려 놓았으니 볼 게 없는 것이 당연지사. 괘씸한 것은 감독만이 아니다. 이런 영화를 로렌스 피쉬번을 내세워 대중영화로 속인 홍보담당자들도 반성해야 한다.
▲헤헤 설랬냐? 헤헤
한줄평
어서 빨리 메이저로 꺼져버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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