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 플립3 인기가 대단하다. 국내외에서 200만 대가 넘게 팔렸다고 하며, 각종 커뮤니티에서 입소문과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는 등 굉장히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인기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인기를 견인하는 세력이 2030 여성이라는 점이다. 사실 이 세대는 아이폰이 꽉 잡고 있었다. 갤럭시는 아저씨들 폰이라는 느낌이 있었고, 아이폰은 젊은 층의 폰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Z 플립3는 이 고정관념을 뛰어넘었다. 이러한 인식적 변화는 판매량이라는 물리적 결과보다 훨씬 더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인식의 변화까지 끌어낸 인기의 비결이 뭘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이유가 그저 '폴더블'이라는 기술적 변화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삼성은 2020년에 Z 플립을 출시했으나 이에 대한 반응은 지금만큼 요란스럽지 않았다. 폴더블은 충분히 신기한 기능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인기를 끌어낼 수 없었다.
반면 이번 Z 플립3에는 신기함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다. 바로 '감성'이다. 삼성은 지난 실패를 제대로 만회하려는 듯 이전 모델에서 얻은 유저 경험을 새 모델에 쏟아부었다. 다양한 액세서리, 바탕화면 커스터마이징 등 Z 플립3에 감성을 더했다. 그렇게 폴더블이라는 '과학적 기술'은 '예술적 감성'을 만나 진정한 혁신으로 거듭나게 된다.
책 <혁신의 뿌리>는 Z 플립3의 사례처럼 예술과 과학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아온 역사적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18세기 산업혁명부터 21세기 인공지능까지 과학과 예술이 얼마나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과학과 예술 모두 그 근간에 '상상력'이라는 뿌리를 두고 있다는 통찰을 선사한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상상력의 위대한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빛의 상대적 속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변하는 것은 시공간이 아닐까?' 아인슈타인은 철저한 사고 실험을 통해 우주를 지배하는 물리 법칙을 상상해 냈고, 그의 상상은 에딩턴이 일식 때 별빛이 휘어지는 걸 관측하면서 증명되었다.
이는 실증적인 필요에 의해 개발된 것이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창의적인 사고로부터 떠오른 것이었다. 그 과정은 예술만큼이나 과학에서도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아인슈타인이 강조한 상상력에 한 가지 요소를 더 추가하고 싶다. 바로 '낭만'이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다. 결과적으로 콩코드는 실패작이다. 막대한 비용, 끔찍한 소음 등의 문제로 난항을 겪었으며, 인기가 없어서 20여 대만 생산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콩코드는 속도를 향한 인간의 프로메테우스적 욕망을 제대로 저격했고, 디자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아이콘으로 남아있다. 실용적인 면에서는 실패였지만, 미래와 진보를 향한 희망을 담고 있었기에 여전히 초음속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Z 플립3의 인기에서도 '낭만'을 읽을 수 있다. 유저들은 최신 폴더블 폰에 20년 전에 쓰이던 디자인을 가져와 바탕화면으로 넣는다고 한다. 전혀 실용적이지 않은 이 화면을 적용하는 이유는 옛 것에 대한 향수, 즉 낭만을 자극하기 때문이리라.
상상력이 혁신의 뿌리라면, 낭만은 상상력을 끌어내는 동기부여의 원천이다. 하늘을 나는 것은 필요 이전에 낭만이었다. 그렇게 열기구가 탄생하고, 비행선이 나오고, 비행기를 넘어, 초고속 여객기까지 등장한다. 그 위대한 혁신을 위해 기꺼이 창조의 고생길로 뛰어들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낭만'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다.
예술과 과학이 일으킨
혁신의 역사
※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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