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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쌤 윤PD

[영화토크]2014 올해의 영화를 선정해봤습니다(1)


  안녕하세요. 영화 리뷰로 찾아뵙던 충달입니다. 이제 2014년도 마무리 되어갑니다. 올 한해 좋은 영화들은 많이 챙겨보셨는지요? 지뢰는 얼마나 밟으셨나요? 2014년을 마무리 하는 의미에서 부문별로 올 한 해 최고의 영화들을 선정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날 존리, 충달, Eternity 세 남자가 모여 치킨을 뜯으며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어떤 영화들이 올해의 영화로 선정되었는지, 한 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후보에 해당하는 영화는 국내 개봉일 기준으로 2014.1.1.부터 2014.12.25. 까지 개봉한 영화 중 세 남자가 직접 관람한 영화들 입니다. (재개봉 제외)

충달 : 안녕하세요. 저는 진행을 맡은 충달입니다.

존리 : 안녕하세요. 존리입니다.

Eternity : 안녕하세요. Eternity입니다.

충달 : 반갑습니다. 오늘 녹음일이 크리스마스인데 다들 할 일들이 없으셨나 보네요. 역시 피잘러이시군요.

Eternity : 저는 어제 놀아서 ^^;;

충달 : 그렇군요. 좋으셨겠네요...

존리 : 크리스마스 날은 어디 안 나가고 집에 있는 게 이득입니다.

충달 : 네. 저도 동의합니다. 오늘 2014년 영화를 정리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올해 영화는 몇 편이나 보셨나요? 저는 2014년 개봉작만 하면 35편정도 본 것 같습니다. 구작까지 합치면 50편정도?

Eternity : 많이 보셨네요. 저는 20편정도 본 것 같아요.

존리 : 저도 20편정도 본 것 같습니다.

충달 : 역시 제가 백수다 보니깐... 제일 많이 봤네요. 보통 한 달에 두 편 정도 보시는 것 같네요.

존리 : 보고 싶었는데 못 본 영화들이 많아요. 바쁘다 보니 많이 놓치게 되네요.

충달 : 역시 백수가 제일 좋군요...





★ 미장센상 ★

충달 : 자! 그럼 본격적으로 작품 선정에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ternity : 벌써요?

충달 : 우리가 선정해야 할 부문이 많습니다. 빨리 빨리 해야 해요. 우선 첫 번째 부문은 미장센상입니다. 보통 영화제에서 미술상, 의상상, 소품상, 분장상 등으로 나뉘어 있는 것들을 미장센상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모아봤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배경상이라고나 할까요? 올 한해 보았던 영화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장센을 보여준 영화를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미장센(mise en scène) 이란?
연극과 영화 등에서 연출가가 무대 위의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배열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영화에서 미장센은 광의의 개념으로 '카메라에 찍히는 모든 장면을 사전에 계획하고 밑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해석하며, '카메라가 특정 장면을 찍기 시작해서 멈추기까지 화면 속에 담기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라고 정의한다. 즉, 화면 속에 담길 모든 조형적인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세트, 인물이나 사물, 조명, 의상, 배열, 구도, 동선, 카메라의 각도와 움직임 등이 포함된다.

존리 : 저 같은 경우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꼽고 싶네요. 아이슬란드의 광활하고 아름다운 풍경과 위트 있는 장면 전환 같은 것들이 인상 깊게 남았어요. 예를 들면 주인공 월터가 한창 아이슬란드를 헤매고 있을 때 곧 자신이 해고될 것이라는 문자를 받게 되는데, 이 문자가 저 뒤편 산에 새겨지는 형태로 나타나는 식이죠.

Eternity : 저는 이 부문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꼽지 않을 수 없네요. 이 영화는 한마디로 ‘미장센’을 보는 재미만으로 100여분의 러닝타임이 지겹지 않은 그런 영화였죠. 때로는 영화보다 연극적인 느낌에 가까운 세트나 연출이 인상적이었고 또 때로는 그림 같으면서도 만화적인 색감이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충달 : 저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꼽고 싶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화려한 색채가 인상적인 화면을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블링블링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적절한 영화였죠. 말씀하신 것 외에 하나 더 언급하자면, 영화가 상황에 따라 화면 비율이 달라집니다. 어떨 때는 와이드 비율을 보여주고, 어떨 때는 3:4 비율을 보여주고요. 프레임이 단순히 화면의 경계에 머물지 않고, 그 자체가 배경으로 작동하는 것이죠. 창의적인 색감에 이러한 표현까지 더해졌으니 최고의 미장센 영화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비주얼상 ★

충달 : 다음은 비주얼상입니다. 요즘에는 CG와 실사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도 CG를 감안하여 블루 스크린을 배경으로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고요. 어차피 관객의 입장에서는 촬영과 각종 시각효과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요소들을 한데 묶어 비주얼 상을 선정해 보려고 합니다. 올 한해 가장 훌륭한 비주얼을 보여줬던 영화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죠.

충달 : 저는 이 부문은 당연히 <인터스텔라>입니다. 올해 스케일이 큰 영화들 중에서 가장 입이 쩍 벌어지는 비주얼을 보여줬던 영화였습니다. 제가 이러한 스케일을 상당히 좋아하고, 이를 구현하게 한다는 점이 대자본 블록버스터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규모가 있는 영화들을 생각해보면, 마블의 경우 큰 스케일보다 아기자기한 맛이 더 장점이라고 보고요. <노아>도 꽤 스케일이 있었지만 만화 같은 느낌이 강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나마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이하 ‘엑소더스’)가 이러한 스케일에서 입이 벌어지는 감흥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인터스텔라>와 비교하자면... 일단 두 영화 모두 해일이 등장하는데, 그 규모가 차이가 나버려서 ^^;;; 더 큰 쪽인 <인터스텔라>를 꼽겠습니다. 

존리 : 저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인터스텔라>의 손을 들어 주고 싶네요. 아쉬운 점은 물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주선이 굉장한 저항력을 견뎌내며 나아갈 때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잡는 우주선 표면의 모습들이 너무 반복적으로 사용된다던가, 그 때 우주선이 너무 플라스틱 모형 느낌이 난다던가 하는 부분이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스텔라는 우리가 상상하던 것 그 너머로 한걸음 더 나아간 것들을 보여주죠.

Eternity : <엑소더스>는 우리가 한 번쯤 상상해 왔던 것을 화면에 재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렇죠. 그런데 <인터스텔라>는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었던 것들을 화면에 구현합니다. 더구나 그 구현한 모습이 굉장히 그럴듯하죠. 블랙홀이나, 미지의 행성, 5차원 공간처럼 상상을 뛰어넘는 장면들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구현했다는 점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가 비주얼상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봅니다.

충달 : 해일이나 블랙홀도 좋았지만, 저는 그 5차원 공간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전에 『스프리건』이라는 만화에서 5차원 공간을 구현한 장면이 있었는데요. 거기에선 깜깜한 박물관 같은 곳에서 한 그림으로 가면 공룡시대로 가고, 다른 그림으로 가면 중세시대로 가는 식으로 5차원 공간을 묘사했습니다. 제가 보았던 것 중에 가장 설득력 있는 5차원의 묘사였는데요. <인터스텔라>는 그보다 더 발전된 모습으로 5차원 공간을 묘사하더군요. 물론 이 공간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작동하면서 극 요소로는 마이너스가 되었지만, 그 묘사의 훌륭함만큼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존리: 『스프리건』의 5차원 공간 묘사는, 굉장히 훌륭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다소 판타지 적이잖아요. 보면서도 실제로는 저럴 리가 없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든단 말이죠. 그런데 <인터스텔라>의 그것은 실제로도 저렇게 되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 편집상 ★

충달 : 이 부문은 별다른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군요. 올해 개봉한 영화 중 가장 편집이 뛰어났던 영화를 꼽아 봅시다. 

존리 : 저는 <나를 찾아줘>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자면 역시 영화의 시작과 끝이 수미상관으로 되어있다는 점이네요. 첫 장면을 보고 나서 영화의 초반부를 보면, 어쩐지 첫 장면의 닉은 사라져 버린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자인 것만 같아요.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사랑스럽게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줄 알았던 그 손길이, 정말 엄청난 증오와 분노로 가득 차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소름이 끼치거든요. 몽타주 기법의 정석과도 같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여타 장면들의 편집 자체도 매우 훌륭합니다. 

충달 : 저도 <나를 찾아줘>입니다. 시퀀스 단위로 따져도 훌륭하지만, 영화 전체 구조에서도 플롯을 배치하고 구성하는 것이 너무나 치밀합니다. 몇몇 인상적인 장면을 언급하자면, 우선 내연녀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앞서서 억울해하는 닉을 보여주다가 느닷없이 내연녀를 등장시키죠. 이러한 배치는 닉에 대한 배신감을 가중 시킵니다. 그 배치를 영화 전체로 확장해보면, 초반에는 ‘아내를 그리워하는 닉이 불쌍하다’고 하다가, 에이미의 반전에 ‘와~ 에이미 나쁘다’고 하다가, 닉의 불륜을 보며 ‘이런 닉 나쁜 새끼!’라고 하게 되죠. 

Eternity : 관객의 심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군요. 

충달 : 맞습니다. 그리고 데시 살해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준비과정과 살해과정을 교차로 보여주며 살인을 사냥으로 승화시켜 버리더군요.

Eternity : 저는 <끝까지 간다>입니다.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각본상과 편집상을 동시에 수상한 영화죠. 저 개인적으론 이 영화의 시나리오도 물론 괜찮지만 중간 중간 이야기의 흐름이나 연결고리가 성긴 부분도 있거든요. 영화를 찬찬히 보다보면 우연의 일치로 벌어지는 상황들도 꽤 있고요. 오히려 그런 의미에서 시나리오 중간 중간의 구멍을 빠른 호흡의 편집을 통해 관객들을 쉴 틈 없이 몰아붙임으로써 잘 극복해낸 케이스라고 봅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조진웅의 첫 등장신 등만 봐도 그렇고, 어쨌든 늘어짐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시킨 긴장감 넘치는 편집만 놓고 보자면 정말 훌륭했죠.

충달 : 저는 그 마지막 장면에서 돈 다발을 보여주면서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는 느낌을 전해 준 것도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존리 : <끝까지 간다>도 참 좋았는데, <나를 찾아줘>를 더 쳐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끝까지 간다>가 탈 충무로 급, 혹은 월드클래스 급이라고 한다면 <나를 찾아줘>는 탈 인간계 급이랄까요;;; 원제가 ‘Gone Girl’, 그러니까 사라진 여자라고 하는데, 사실 저는 사라진 여자가 아니라 ‘가버린 여자’가 더 맞는 번역인 것 같아요.






★ 시나리오상 ★

충달 : 이 부문에서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를 선정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보여주었거나, 톡톡 튀는 대사를 가졌던 영화가 무엇이 있는지 말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그녀>의 이야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화려한 특수효과나 거대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훌륭한 SF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죠. 인간의 인식을 뛰어넘는 초공간을 묘사하는 사만다의 대사가 SF와 어울리면서도 감성적이고 아름다워서 기억에 남습니다. 

Eternity : 저도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그녀>를 꼽고 싶습니다. SF와 멜로의 만남이라는 그 설정만으로도 상당히 참신했는데, 이런 참신한 소재의 이야기가 흘러가는 과정이나 결말지어지는 부분까지 상당히 매끄러웠던 거 같아요.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철학적 요소라든지, 주인공의 입장에서 감정이입해서 공감하게 만드는 극의 자연스러운 흐름까지 되짚어보면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고 여겨집니다.

존리 : 저는 이 부분에 있어서도 <나를 찾아줘>를 꼽고 싶어요. <그녀>도 너무 좋았던 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그녀>는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혹은 겪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할 지도 모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나를 찾아줘>는 지금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여서 여러모로 다가오는 바가 컸습니다. 나쁜 놈과 나쁜 놈의 대결인 것 같지만, 사실 저 상황에 제가 처했더라도 별반 다를 게 없을 것 같거든요.

충달 : 다음 부문으로 넘어가기 전에 시나리오 부문에서 올해의 명대사를 꼽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최고의 명대사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존리 : 올해의 명대사는 고민 할 것 없이 명량에서 나온 것 같아요.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광고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드립계에서도 활용되고. 이만한 대사가 없었죠. 크크크.

Eternity : 저는 좀 엉뚱하지만 킬링타임용 팝콘무비였던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에서 명대사를 꼽아보고 싶어요. 김남길과 손예진이 중간에 헤어지는 신에서 손예진을 향해 김남길이 던지는 대사, 그러니까 극 중 캐릭터인 장사정의 한마디인데요. “있어 달라 애원하면 머물 것이오, 따라 온다 사정하면 거둬주겠다.” 이 대사가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장사정이란 캐릭터의 본질과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줄의 짠한 대사였죠.

충달 : 시나리오상을 준 <그녀>의 대사들도 참 좋았죠. 싸우고 화해하던 장면이나, 헤어질 때 나눴던 대사들은 정말 좋았어요. 그래도 전 이 대사를 꼽고 싶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에서 그루트가 한 대사입니다. “We are Groot!” 정말... 이런 만화 같은 영화에서 울컥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크흡!






★ 음향상 ★

충달 : 음향은 영화에 쓰인 모든 사운드를 총괄하는 의미입니다. 가장 훌륭한 사운드를 보여줬던 작품을 뽑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존리 : 저는 이건...<그녀>를 꼽아야겠네요. 뭐 사실 이 분야에 대한 이해나 조예도 없어서 조심스럽기는 합니다만, 그 중간 부분의 암전한 채로 진행된 폰섹스 장면의 음향은 아주 뛰어났죠. 진짜로 하는 것 같았으니까요. Two Thumbs UP!

충달 : 전 <인터스텔라>입니다. 한스 짐머의 음악과 각종 청각효과들이 커다란 스케일과 긴장감을 제대로 전달해 주었거든요. 특히 도킹신의 음악은 음악자체로도 훌륭했지만 그 장면을 가장 잘 살려준 음향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Eternity : 저도 충달님과 같은 의견입니다. 별로 덧붙일 게 없네요. 올해의 음향상은 <인터스텔라>의 몫이라고 봅니다.






★ 음악상 ★

충달 : 아카데미는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따로 줍니다. 굳이 나누자면 나누는 게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그냥 합쳐서 생각해보기로 하죠. 올해 가장 좋았던 영화 음악을 꼽아보도록 합시다.

존리 : 제가 올해 <비긴 어게인>도 보고 <겨울왕국>도 봐서 고민은 많이 했습니다. <비긴 어게인>은 극으로선 별로지만 노래가 다 좋아요. 노래만 따로 듣더라도 싱글로서의 가치가 있죠. 그에 반해 <겨울왕국>은 그 장면과 상황이 빠지면 조금 아쉽더라고요. 근데 정작 음악이 가장 좋았던 영화는 따로 있더라고요. 바로 <가오갤>입니다. 올드팝에 대한 재발견이랄까요. 상황 상황에 너무 적절하게 녹아드는 올드팝의 매력에 흠뻑 젖게 되더라고요. 영화의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도 큰 몫을 했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지막에 작아진 그루트 가 ‘Jackson 5 - I want you back’에 맞춰서 춤을 추는 장면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너무 즐거웠습니다.

Eternity : 이 부분은 유일하게 떠오르는 작품이 <겨울왕국>이네요. <겨울왕국>은 작품의 스토리가 아닌 영화음악만으로도 영화를 재관람 혹은 재재관람하고 싶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지녔죠. 주제가인 ‘Let it go’도 좋았지만 저 개인적으론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나 ‘Love is an open door’ 같은 다른 곡들도 정말 좋았어요, 출퇴근하면서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충달 : <인터스텔라>의 도킹신 음악도 좋았고, <그녀>에서 우쿨렐레로 반주하는 사만다의 자작곡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Let it go’의 파괴력이 너무 강력했어요. 그 광풍이 너무 오래가서 바로 얼마 전까지 들었던 것 같은 기분입니다.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바로 얼마 전까지 계속 들었던 것 같아요.






★ 남우조연상 ★

충달 : 자! 이제 배우들 차례로 넘어가보죠. 우선 남우조연상입니다.

존리 : 크리스 프랫을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가오갤>에서 주인공 스타로드였고, <그녀>에서 조연으로 직장동료 폴을 연기했죠. 근데 주연에서 연기가 더 좋아서, 이 부문에서 뽑으면 안 될 것 같고요. 그래서 남우조연상은, 이제야 한국 영화에서 뽑게 되네요. <끝까지 간다>의 조진웅입니다.

Eternity : 청룡영화상에서도 남우조연상을 받았죠.

충달 : 청룡영화상 수상소감에서 이런 말을 했다죠. 주연인 줄 알고 캐스팅 됐는데, 왜 조연상을 주냐고...

Eternity : 대결구도라서 나름 더블 캐스팅이죠. 크크

존리 : <끝까지 간다>가 작품이 워낙 좋죠. 그런데 연출의 힘도 무시할 순 없지만, 좋은 연출을 소화할 수 있는 것도 연기의 힘이거든요.

충달 : 화장실에서 맞으면서 아픈 척하는 연기도 좋았고. “내 전화를 안 받아?” 하면서 등장하는 장면도 카리스마 넘쳤죠.

Eternity : 전 조진웅이 처음 눈에 들어온 게 <국가대표>에서 해설자로 나왔을 때였어요. 원래 <국가대표>같은 영화에서 해설 역은 묻혀야 정상인데, 눈길이 가더라고요. 가만히 앉아서 하는 역할인데도 존재감을 보여주더라고요.

존리 : 저는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때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근데 <끝까지 간다>에서 그 카리스마를 뛰어 넘은 것 같아요.

충달 : 전 <뿌리 깊은 나무>에서 “무사~ 무휼!” 할 때, 이 배우 뭔가 있구나 싶더라고요.

존리 : 조진웅은 마스크가 선악이 뚜렷하지 않다는 게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선한 역할을 맡아도 어울리고, 악한 역할을 맡아도 어울리거든요.

Eternity : 훌륭한 남자 조연들, 조진웅을 비롯해서 곽도원, 조성하, 마동석, 김성균. 이런 배우들이 있다는 게 충무로의 축복인 것 같아요.

존리 : 여배우 쪽에서도 라미란 같은 조연들이 풍성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이미도가 눈에 띄기도 하고요.

Eternity : 그럼 충달님으로 넘어가 보죠.

충달 : 저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매튜 맥커너히입니다.

존리 : 매튜 맥커너히를 조연상을 주나요?

충달 : 일단 제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안 봐서 ^^;;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 거의 엑스트라 수준의 분량이었긴 한데, 그 짧은 분량으로 영화 전체를 지배했습니다. 배역이 무게감이 있긴 했지만, 그 정도의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배우 빨이거든요.

존리 : 매튜 맥커너히가 어느 순간부터 매번 인생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아카데미에서 주연상 탄 작품도 있고, 올해 주연 작만 2개였는데, 조연상을 주는 건 좀 너무한데요.

충달 : 근데, 전 주연상은 꼭 줘야 하는 배우가 있어서 흐흐.

Eternity : 저는 <해적>에서 소마 역을 맡았던 이경영입니다. 물론 이경영이 연기를 잘하는 거야 이미 정평이 나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다작을 하면서도 이미지 소모가 없다는 점, 아니 그렇다기보다 소모를 적절하게 잘 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루하다는 인상은 없거든요.

존리 : 그런데 너무 많이 죽는 것 같아요. 예전 김갑수 같은 느낌? 크크.

Eternity : 이경영이 올해 출연한 작품이 정말 많아요. <군도 :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 <타짜 : 신의 손>(이하 ‘타짜’), <용의자>, <제보자> 등등. 그런데 그 많은 영화중에 <해적>을 꼽는 이유가 있습니다. <해적>의 장르가 코믹 어드벤처인데, 거기에서 기대되는 악당의 이미지는 난폭하지만 어수룩한 코믹 캐릭터에 가깝거든요. 안길강 같은 배우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그러니까 카리스마 있지만 어설픈 악당이랄까요? 근데 이경영이 연기한 소마라는 캐릭터는 정말 묵직하고 무서웠어요. 작품이나 감독이 기대했던 수준 이상으로 배우가 캐릭터를 끌어올린 거죠. 무게감이 달라졌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이렇게 공무원처럼 다작하는 이경영에게는 뭔가 하나 줘야 할 것 같아서...

충달 : 하긴 그렇게 작품에 많이 나왔는데 크크.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하나는 줘야겠네요.

Eternity : 게다가 그 모든 작품들에서의 연기가 하나하나 다 좋았거든요.






★ 여우조연상 ★

충달 : 자! 다음은 여우조연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영화들 중에 여배우의 가치를 높여주는 작품이 적었던 것 같아요. 아니 뭐 일단 분량이 있어야 연기력이든, 뭐든 보여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Eternity : 저도 처음에는 ‘여우조연상 없음’ 하려다가, 봤던 작품들을 꼼꼼히 살펴봤는데, 한 명 있더라고요. <타짜>의 이하늬에요.

존리 : 아~~~놔~~~ 선수 뺏겼어!!! 내가 먼저 할걸!!

Eternity : 배우의 매력이 캐릭터를 끌어올리는 느낌이었어요. 섹시함과 백치미와 신비로움과 단순함을 잘 조화했던 것 같아요.

존리 : 사실 우사장이란 캐릭터는 망하기 쉬운 캐릭터였어요. 일관성이 없거든요. 자존심 따위 버리는 듯하다, 마지막에는 자존심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도대체 정체가 뭐야 싶을 수도 있거든요.

충달 : 나는 그런 충돌을 하나로 아우르는 것이 ‘멍청함’이라고 봤어요.

존리 : 그렇게 보는 건 이하늬라는 배우를 과소평가한 거라고 생각해요. 백치미 이전에 이하늬의 매력으로 그것들을 하나로 묶었다고 보거든요.

Eternity : 첨언하자면 설득될 수 없는 캐릭터에 관객들이 설득 당해버렸어요. 그것이 이하늬의 매력이라는 거죠. 마치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류승룡의 캐릭터가 일관성이 없었음에도, 자연인 류승룡의 매력 때문에 캐릭터가 살아났듯이, 이하늬에게도 자연인의 매력, 이하늬라는 사람 그 자체의 매력이 스크린을 통해 발산된 거라고 봐요. 언급하신 멍청함이 백치미라는 미(美)로 승화될 수 있는 것도 이하늬의 매력인거죠.

존리 : 저는 이하늬를 뺏겨서 다른 배우로 가야겠네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마고 로비입니다.

Eternity : 마고 로비가 누구죠?

충달 : 사진을 보시면 선정하게 된 저급한 이유를 알게 되실 겁니다.

존리 : 저급하다니!!


Eternity : 오~~~+_+, 이 분 일관성 있네. 이하늬, 마고로비.

충달 : 에이~ 근데 이렇게 따지면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남우주연상 받아야겠네요? 섹시하다고 연기상을 주면 되나요.

존리 : 섹시하다는 이유만으로 준 건 아닙니다만, 사내놈의 흑심이 담겨있는 점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Eternity : 이 분 여우조연상 기준이 참 한결 같네요. 이 정도면 진정성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충달 : 그럼 넘어가서, 저는 <보이후드>에서 엄마 역을 맡았던, 패트리샤 아퀘트를 선정하겠습니다. 좀 개인적인 감상이라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보면서 마치 우리 엄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애잔한 느낌도 들었고요. 개인적으로 많은 감정의 동요를 불러일으켜준 배우였어요.

존리 : 근데 투표하면 마고 로비가 이길 것 같아요.

Eternity : 이하늬도 꿇리진 않을 것 같은데요.

충달 : 시상식의 신성함이란 찾아볼 수도 없군요.

Eternity : 오프 더 레코드로 한 마디 하자면 패트리샤 아퀘트, 이 분도 글래머더라고요.

충달 : 아니 Eternity님은 <보이후드>를 보면서 그런 점에 주목하나요? 엄마뻘 되시는 분 아닌가요?

Eternity : 아... 아니 저 배우는 그냥 글래머였다 이거죠.

충달 : 무슨 정신 분석하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런 거 나오는 거 아닙니까? 이런 배역에서 섹시함을 찾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Eternity : 섹시하다는 게 아니라, 그냥 팩트가 그렇다는 거죠.

충달 : 지금 <보이후드>라는 작품에서 중요한 팩트가 엄마의 가슴 크기라는 말씀인데... 네... 알겠습니다...

Eternity : 어... 이건 그냥 편집해주세요.

(안 해. 편집 안 해줘. 돌아가.)


충달 : 넘어가기 전에, 한 명만 더 언급하자면 <아메리칸 허슬>의 제니퍼 로렌스도 참 좋았어요. 영화 자체는 참 재미가 없었는데, 제니퍼 로렌스만 나오면 영화가 확확 살아나더라고요. 근데 영화가 너무 노잼이어서 그냥 관뒀습니다. 

존리 : 아예 장르가 달라지는 듯한 기분이었죠. 아카데미에서 조연상을 타기도 했고요.






★ 남우주연상 ★

충달 : 이제 남우주연상으로 넘어가봅시다. 저부터 얘기해 볼게요. 저는 디카프리오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입니다.

존리 : 아까 이경영에게 상 줘야 한다는 말하고 비슷한 것 같은데요?

충달 : 약간 그런 느낌도 있어요. 뭐 제가 매튜 맥커너히가 오스카 받은 작품을 안보기도 했고, 올해 본 영화들을 찬찬히 따져 봤는데 연기에 압도당했다는 느낌을 받은 영화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밖에 없더라고요. 약 먹고 헤롱헤롱 거리면서 추태 부렸던 장면을 생각하면, 정말 인간 말종을 이 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존리 : 디카프리오 정도면 이미 연기도 스타성도 인정받은 배우인데, 이렇게까지 자기를 내려놔야 되나 싶더라고요.

충달 : 다른 영화들에 비해 열연이 돋보이기도 했고, 솔직히 우리라도 디카프리오 1등 시켜 줍시다.

존리 : 진짜 뭐 하나 줘야겠다는 그 맘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Eternity : 이제 제가 가볼까요? 만약에 <변호인>이 올해 개봉했으면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워낙 한국영화를 좋아해서 최민식을 줄까도 고민했는데 왠지 <명량>에는 마음이 안가더라고요. <명량>에서의 최민식은, 물론 훌륭하긴 했지만 최민식 연기인생의 최고 수준의 연기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외국으로 눈을 돌려서 <보이후드>의 에단 호크를 꼽겠습니다. 아빠 역할로 나왔죠. 뭐 12년의 기간이라던가, 이런 점을 떠나서 한 아이의 성장과정과 한 가정의 부침을 다룬 영화에서 숨결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했다고 봐요.

충달 : 마치 산소호흡기 같은 그런 느낌이었죠. 현실이 시궁창이라 너무 답답한데, 에단 호크가 등장할 때마다 여유를 주거든요.

Eternity : 에단 호크가 등장하면 마음이 편해져요. 그렇게 극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작용도 하고, 더불어서 그의 행동이나 대사들이 참 감동적이더라고요. 대표적인 장면이 중간에 운전하다 멈춰서 진솔한 대화를 하자는 이야기를 하는데, ‘저게 아버지와 아이들의 모습이구나.’ 하는 느낌이 와 닿더라고요. 성교육을 하던 장면도 그렇고요. 잔잔한 영화의 활력소 같은 역할을 했다고 봐요.

존리 : 아... 저는 진짜 고르기 어려운 것 같아요. 굉장히 고민을 해서 꼽자면 <그녀>의 호아킨 피닉스를 꼽겠습니다.

Eternity : 연기가 참 좋긴 했는데, 실제 시상식에서 상 받기는 좀 어려운 배역 아닐까요?

충달 : 영화제에서 좋아하는 배역은 아니긴 했죠.

존리 : 제가 꼽게 된 이유가, <그녀>에서는 목소리만 등장하는 상대 배역의 존재감 까지 관객에게 전달해야 했거든요. 그걸 호아킨 피닉스가 해냈다는 거죠. 옆에 있는 것 같은 표정들, 특히 데이트 할 때 연기는 정말 놀라웠어요. 솔직히 옆에서 보면 미친놈이긴 한데, 너무 사랑스럽고, 응원해주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상실감의 표현이라던가, 사랑에 대해 성찰하던 모습도 좋았죠. <그녀>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겪을 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힘든 이야기에요. 그 이야기를 이해가 될 것 같고, 그의 행동이 당연하다고 느끼게 해 줬거든요.

Eternity : 호아킨 피닉스는 쓸쓸함의 정서를 정말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충달 : 눈 사이 주름 때문에 너무 우울해 보이죠.

존리 : 그냥 생긴 거 자체가 외로워요.

Eternity : 쓸쓸함과 외로움에 대해선 호아킨 피닉스가 최고인 것 같아요.






★ 여우주연상 ★

충달 : 자 이제 여우주연상입니다. 저부터 가볼게요. 저는 <나를 찾아줘>의 로저먼드 파이크입니다. 

존리 & Eternity : 아... 내가 꼽을라고 했는데....

충달 : 근데 솔직히 올해 여자 주연이라고 할 만한 영화들이 없어요. <명량>에 여자주인공이 있나요?

Eternity : 해봤자 <해적>하고 <한공주>인데, 외국 시장까지 생각하면 손을 들어주기가 어렵죠.

존리 : <수상한 그녀>도 있잖아요.

충달 : 그것도 마찬가지고요. 여자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들은 뭔가 좀 아쉽고, 대부분의 영화들은 여자주인공이 하는 일이 없어요. <인터스텔라>에서 앤 해서웨이가 뭘 했냐는 거죠. 그런 식으로 여배우를 끌어올려주는 작품이 없었는데, 그나마 그런 영화가 <나를 찾아줘>이었고, 여기서 로저먼드 파이크가 호응이라도 하듯 정말 엄청난 연기를 보여줬어요.

존리 : <나를 찾아줘>에 나온 배우들이 벤 애플렉을 빼면 그렇게 유명한 배우가 없죠. 그래서 제가 들었던 생각은 감독인 핀처가 자기가 다루기 쉬운 배우들을 불렀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완전히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려 한다고 느꼈죠. 배우가 가진 매력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거죠.

Eternity : 저는 여우주연상은 ‘없음’이었어요. 아까도 말씀하셨다시피 여배우가 주목받을 만한 작품이 없는걸요. 그래서 그냥 ‘없음’으로 하려 했는데, 오늘 아침 <나를 찾아줘>를 보고나선 이거 밖에 없다 싶더라고요.

충달 : 근데 사람들이 오해할 수도 있는데, 줄만한 사람이 없는 와중에 그나마 줄만 해서 로저먼드 파이크를 주는 느낌이 아니에요. 그냥 자체로도 너무 잘했어요. 이런 게 독보적인 거죠.

Eternity : 또 한 가지 이 영화의 배역하고 잘 어울리는 점이, 이런 배역은 너무 예뻐도 안 되고, 그렇다고 또 못 생기면 집중력이 떨어져요. 로저먼드 파이크가 딱 그 경계에 있는 것 같아요. 좀 예쁜 일반인 같은 느낌?

충달 : 로저먼드 파이크가 딱 그 경계인 게, 화장하면 예쁜 데 화장 안 하면 안 예쁘더라고요.

존리 : 도대체 어디서 이런 배우를 데려왔는지, 참 놀랍습니다.

충달 : 대부분 사람들이 에이미가 데시를 살해하는 장면을 명연기로 꼽던데, 그 장면도 좋지만, 저는 제일 좋았던 연기가 요양시설에서 미니 골프 치면서 어린아이처럼 폴짝 거리면서 좋아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연기가 너무 좋았어요. 좀 과장되다 보니깐 이상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데, 영화를 끝까지 보니깐 그 장면이 너무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 장면만큼 에이미라는 캐릭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은 없었어요.

존리 : 그 방심으로 인해 강도를 당하고 다시 악랄함을 갖춘다는 점 때문에 내용상으로도 의미가 있는 장면이죠.

Eternity : 에이미가 천진난만한 면이 있어요. 원래 천진난만함과 잔인함은 통하는 부분이 있어요.

존리 : 순수하다고 그것이 순수한 선(善)만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순수한 악(惡)이 될 수도 있죠.

Eternity : 박찬욱이 그런 면들을 잘 짚어내요. 그러니까 <복수는 나의 것> 같은 작품에서 표현되는 것처럼 천진난만한 순수성에 스며든 악마성을 잘 그려내죠. 특히나 저는 에이미가 ‘미주리에는 사형 제도가 있습니다.’ 라는 아나운서의 설명을 TV에서 듣고 집을 나와 걷다가 폴짝 뛰면서 발을 마주 차며 좋아하는 장면을 보면서 천진난만함과 잔인함이 공존하는 그런 모습을 봤어요.

충달 : 서사만 따지면 에이미는 단면적인 캐릭터였죠. 근데 편집의 힘으로 피해자에서 어린아이로, 그리고 악마로 변화하며 입체적 면모가 드러납니다. 편집의 힘이기도 하지만 이걸 연기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뒤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니까요. 더구나 그 변화를 전혀 이질감이 없게 표현하기도 했고요. 로저먼드 파이크의 연기를 칭찬할 수밖에 없죠.

Eternity : 저는 <나를 찾아줘>의 로저먼드 파이크를 보면서 <화차>의 김민희가 떠오르더라고요. 그 때 김민희도 상을 많이 받았는데, 로저먼드 파이크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존리 : 저도 로저먼드 파이크를 꼽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다만 <피 끓는 청춘>의 박보영에 대한 언급을 하고 싶어요. 

Eternity : 생각해보니 <피 끓는 청춘>에서 어설프긴 했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반짝하는 모습은 있었어요. 이 작품에서의 연기만 놓고 보면 절반의 실패였을지도 모르지만, 다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다만 로저먼드 파이크와 함께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하기엔 한참 부족하지 않나 싶어요. 사실 여기에 낄 레벨은 아니죠. 

존리 : 제가 보기에도 집중력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물론 박보영에게 영화에서 캐릭터를 완전하게 만들어내는 능력은 아직 없어요. 그런데 여태처럼 안전한 선택을 하지 않고 색다른 배역에 도전했다는 점이 좋기도 하고, 그리고 말씀하셨다시피 전체적으로는 아쉬워도 순간의 집중력에서 가능성이 보이긴 했어요. 

충달 : 하지만 순간의 집중력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캐릭터를 완전하게 구축해낼 수 있어야만 진정한 프로 배우라고 봐야할 겁니다. 박보영은 가능성만 보여준 셈이에요.

존리 : 사실 남자배우에 비해 여자배우는 안타까운 점이 있어요. 남자배우는 연극이나 다른 곳에서 연기력을 다듬을 기회를 잡는데 반해 여자배우는 그러기가 힘듭니다. 한 번 대중의 눈 밖으로 나가면 다시 영화계로 돌아오기가 힘들어요.

충달 : TV나 영화에는 안 나오지만 연극에서 전설이 되어가는 여배우들 얘기를 몇몇 듣긴 합니다.

존리 : 그러니 한정된 영역 안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한다는 노력이 가상하다는 거죠.

충달 : 그런 이유로 박보영을 언급하는 것은 좀 편애 적인데...

존리 : 편애 맞습니다. 크크. 그리고 또 하나 생각해 볼 영화가 <헝거 게임 : 모킹제이>(이하 ‘헝거 게임’)이에요. 올해 대표적인 여배우 원톱 영화였거든요.

Eternity : <헝거 게임>은 판타지라는 장르적 한계가 있어요. <반지의 제왕>이 기술상, 감독상 이러 것들은 받을 수 있어도, 프로도에게 남우주연상을 주기는 애매하잖아요. 왜냐면 캐릭터의 깊이가 깊거나 복잡하지 않거든요. <헝거 게임>도 자신과 주변인의 생존을 위해 싸우는 배역인데, 목표가 분명한 만큼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되거든요. 물론 안정적으로 연기는 잘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제니퍼 로렌스가 연기한 캣니스란 캐릭터에 압도되는 느낌은 안 들더라고요.


충달 : 남자 세 명이 모였으니깐, 그냥 넘어가기 전에, 올해 가장 섹시한 여배우는 누구인지 한 번 짚고 넘어가보도록 하죠. 

Eternity : 저는 이하늬요.

존리 : 마고 로비요. 뭘 고민해?

충달 : 여우조연상 선정기준이 섹시함이었다는 것이 이렇게 드러났습니다. 저는 <그녀>의 스칼렛 요한슨을 고르겠습니다.

존리 : 와... 자기만 뭔가 있는 척 하시네 자꾸.

충달 : 그런 거 아니고, 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더 자극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Eternity : 이분 청각에 약하시네. 뭐 그런 취향이신 걸로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