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원짜리 갈비에 분개하던 시인은
자기가 모래알보다 작다고 한탄인데
나는 뭐가 그리 잘났길래
모니터 뒤에서 키보드를 부여잡고
세상이 어떠네, 예술이 어떠네
좆문가 식견을 걸레 짜듯 토하고
충달님 글 너무너무 좋아요
이 말에 헤벌쭉 흘러나온 웃음이
셋 평짜리 원룸에 메아리친다
오십 원이라도 벌어봤다면
그 돈 버느라 쎄빠지게 고생했다면
나라도 기름 덩어리 갈비를 두고 화를 내겠지
그런데 내 글은
십 원짜리 한 장 벌어보지도 못하고
책을 내야 작가가 될 터인데
딱 오백만 원 내면 글 한 편 실어준다고
그러니깐 내 글의 고료는 마이너스 오백만 원
오십 원짜리 갈비에 분개하던 시인은
자기가 모래알보다 작다고 한탄인데
나는 마이너스 오백만 원 주제에
그 돈조차 없어서
나를 뭘로 보냐고 화도 못 내고
셋 평짜리 원룸에 돌아와
모니터 뒤에서 키보드를 부여잡고
여기 또 한 무더기 싸지른다
뿌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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