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피터 린치, 레이 달리오... 아마 재테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들은 금융 시장에서 '전설'로 불리는 투자자들이다. 워런 버핏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연평균 20%가 넘는 수익률을 거두었고, 피터 린치는 1977년부터 1990년 은퇴까지 연평균 29.2%라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런 전설들보다 아득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투자가가 있다. 심지어 이 사람은 전공이 금융/경제 쪽도 아니라 수학과였다. 무려 연평균 수익률 66%를 기록하고 있으며, 약 27조 원으로 현재 가장 거대한 펀드를 운영 중인 사람. 그 주인공이 바로 짐 사이먼스다.
짐 사이먼스는 본래 성공 가도를 달리던 수학자였다. 수학계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겼으며, 뉴욕주립대학교의 수학과 학과장으로 역임하며 평범한 대학을 명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돌연 학계를 떠나 투자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주변 동료 수학자들은 대부분 짐 사이먼스가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투자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펀드 매니저가 되었다.
과연 무엇이 그를 성공으로 이끌었을까? 다른 수학자, 펀드 매니저 들과 무엇이 다르길래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 막대한 부를 이뤄낼 수 있었을까? 많은 사람이 그 비결을 궁금해했지만, 이를 알아낼 방도가 없었다. 왜냐하면 짐 사이먼스가 설립한 투자 회사 르네상스 테크놀러지와 그들이 운용하는 메달리온 펀드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메달리온 펀드 투자자의 대부분은 르네상스 내부 직원들이다) 막대한 수익을 올리지만, 그 방법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짐 사이먼스는 말 그대로 신비로운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르네상스 테크놀러지와 메달리온 펀드를 집요하게 파헤친 한 권의 책이 등장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의 특별 작가이자 수많은 저널리즘 상을 받은 그레고리 주커만이 집필한 <시장을 풀어낸 수학자>이다. 그레고리 주커만은 짐 사이먼스를 비롯해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를 이끌어 간 수학자들의 모든 것을 집요하게 추적하여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수많은 금융 전문가를 뛰어넘어 시장을 정복한 수학자들의 성공 비결을 담아낸 것이다.
책에는 그들의 성공 법칙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때로는 수학과 주식 시장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도 등장하지만, 저자는 이처럼 어려운 내용조차도 술술 읽게 만드는 재주를 발휘하며, 마치 소설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근래 읽었던 최고의 논픽션이자 르포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성공 비결 3가지를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짐 사이먼스는 사고방식 자체가 남달랐다. 이 글을 통해 여러분도 남다른 부자의 마인드를 훔쳐 갈 수 있기를 바란다.
1)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주식의 움직임을 설명하고 예측하고자 한다. 저평가된 주식을 찾고,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순간을 포착하고자 한다. 물론 이를 꽤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가 그런 사람들이었고, 이들은 전설로 남았다.
하지만 짐 사이먼스는 달랐다. 그는 이유를 찾아서 논리를 만들어 예측을 끌어내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이유를 몰라도 결과를 끌어내는 방식을 찾고자 했다. (은닉 마르코프 모델에 '은닉'이라는 말이 붙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찰 가능한 결과를 야기하는 직접적인 원인을 관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복잡계에 적용할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전략이다. 책 <실험의 힘>에는 이와 비슷하게 이유가 중요하지 않은 예시가 등장한다. 예를 들어 구글에서 새로운 페이지를 만들 때, 배경색을 노랑으로 할지 파랑으로 할지 고민한다고 해보자. 어떤 색깔이 사람들의 호감을 이끌어 내는지 이유를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구글은 실험을 돌린다. 2가지 색깔의 페이지를 모두 만들고, 일정 기간 테스트를 거쳐, 사람들이 더 많이 호응하는 페이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금융 시장은 전형적인 복잡계다. 복잡계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결과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결과의 이유를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이유를 파악하기보다 이미 드러난 결과를 바로 적용하는 게 더 나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유를 파악하고자 한다. (이를 귀인 편향이라고 한다) 짐 사이먼스는 그러한 편향을 넘어서 진짜 결과를 끌어내는 것에 집중할 줄 알았던 것이다.
2) 데이터에 집착하라
르네상스 테크놀러지에는 짐 사이먼스 외에도 시장을 정복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영웅들이 많다. 그중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람이 바로 스트라우스였다. 그는 아직 데이터 사이언스가 주목받기 훨씬 전에 데이터의 가치를 제대로 꿰뚫어 본 사람이다.
물론 당시에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하는 트레이더도 있었지만, 스트라우스만큼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사람은 없었다. 당시에는 그런 그의 집착이 부적절하거나 어리석어 보였을 것이다. 심지어 수집한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성능의 컴퓨터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스트라우스는 데이터에 집착했고, 그 집착이 훗날 르네상스가 시장을 정복하는 데 가장 큰 무기를 선사하게 된다. (당시 스트라우스와 동료들이 수집한 데이터 일부는 무려 1800년대까지 거슬로 올라갔으며, 아무도 접근하지 못했던 매우 신뢰할 만한 데이터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데이터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하는 데 필요한 요소가 많이 갖추어졌다. (뛰어난 성능의 컴퓨터, 그리고 사용이 편리한 도구까지) 그럼에도 몇몇 혁신적인 기업을 제외하면, 데이터 수집에 열을 올리는 기업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데이터 수집에 열을 올렸던 구글, 우버, 에어비앤비 등은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이제 금융 분야를 비롯해 어떤 사업을 벌이든 데이터는 사업 전략과 중요한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핵심 중의 핵심이 되었다. 르네상스 테크놀러지는 스트라우스라는 수학자의 집착 덕분에 누구보다 빠르게 데이터 수집에서 선두를 차지할 수 있었다. 성공하고 싶다면 당신도 데이터에 집착하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혹은 그런 사람을 고용할 수 있어야 한다)
3) 안주하지 않는다
르네상스 테크놀러지가 처음부터 주식 투자에 나선 것은 아니다. 그들은 초기에 선물 거래와 통화, 채권을 거래했다. 그리고 매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솔직히 사이먼스는 주식에 나서지 않았어도 평생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재산을 이미 마련한 상태였다.
하지만 사이먼스는 그러한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리고 과감히 주식도 수학으로 정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은 르네상스 내부에서도 반박을 받았다. 왜냐하면 주식은 고려해야 할 변수가 기존 분야보다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초창기 주식 투자는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심지어 손해를 본 경우도 있었다.
아마 보통 사람이었다면 여기서 도전을 멈추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에 집중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이먼스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브라운, 머서, 매거맨 등의 활약을 통해 주식 시장에서도 수학이 통하는 비법을 알아내게 된다.
성공의 가장 위험한 측면 중 하나는 안주하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1등의 자리를 차지해 더는 올라갈 곳이 없어 현 상황에 안주하게 되고, 그러다 도전자들에게 1등 자리를 내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짐 사이먼스의 야망은 남달랐다. 그는 최고의 자리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여 더 큰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욕망이 있었다. 그 결과 세계 최고를 넘어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펀드를 이룰 수 있었다.
사이먼스와 르네상스 테크놀러지의 행보를 보면 절로 이런 말이 떠오른다. "그들은 사고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그들은 금융에 문외한인 수학자였고, 어리석어 보이는 일에 집착했으며, 성공의 끝에서 욕망을 불태웠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엄청난 성공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결과를 알고 나서 보면, "저렇게까지 하니까 성공하는구나."라는 식으로 해석이 바뀐다. 우리는 그들의 왜 그렇게 남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게 됐는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대신 그 남다른 사고방식의 결과만 취하면 된다. 사이먼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방식 그대로 말이다.
세계 최고 투자자의
남다른 마인드를 훔치다
참고 : 책 <시장을 풀어낸 수학자>
※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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