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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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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기담] 귀(鬼) 감나무 베던 날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다음 날. 엄마는 매일 화장했다. 손님 받지 않거나 밖에 나가지 않아도 화장했다. 그런데 감나무 베던 날에는 화장도 안 하고 머리도 안 빗었다. 한 번도 입지 않은 새하얀 속적삼에 속곳을 입고 종일 벽만 쳐다봤다. 배고파 엄마한테 밥 달라 했는데 엄마는 암말도 안 했다. 심심하고 배도 고파 광수네 놀러 갔다. 광수 애미가 광수 없다 그랬다. 댓돌에 광수가 자랑하는 고무신 있는데 집에 없다 그랬다. 그래서 돌아 나오는데 배가 너무 고팠다. 그래서 철쭉 따 먹고 있었는데 영감님이 지팡이로 때렸다. 나는 영감님 싫다. 영감님 맨날 나만 보면 혼냈다. 다른 애들은 안 혼냈다. 정가리가 무슨 말인지 모르는데 정가리 하라 그랬다. 나는 엄마 말도 잘 듣고, 이도 꼬박꼬박..
[짤평] <손님> - 이걸 가지고 이거 밖에 못하나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1. 예고편에서 보시다시피 독일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外) 여기에 내전이라는 민족의 비극과 무당이라는 토속신앙을 섞어 넣었습니다. 원체 호러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서양 판타지와 토종 호러를 어떻게 접목하였는지 궁금하다 보니, 관람 전에는 꽤 기대하던 작품이었습니다. 영화 홍보 중에 특히 '손님'의 어원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손'은 방위와 날을 따라다니면서 인간생활에 영향을 주는 귀신이라고 합니다.(外) 먹을 것이 없던 시절 접대에 대한 두려움이 이방인을 손님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피리부는 사나이'와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