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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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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위로 한잔 《이 과장의 퇴근주》 죽자사자 노력하라는 말이 통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그러다 진짜 죽는다는 걸 부모 세대를 보며 깨달았으니까. 그렇다고 노력이 무용지물인 양 말하는 건 더 싫다. 특히 힐링 타령은 최악이다. "여러분은 잘못 없어요. 잘못된 건 세상입니다." 틀린 말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렇게 말해봤자 바뀌는 건 없다. 하나 둘 그 사실을 깨달으면서 힐링 유맹도 한물갔다. 힐링이 별로긴 하지만, 그렇다고 위로가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사는 건 언제나 빡빡했고, 그럴 때 마음을 보듬어 주는 위로만큼 고마운 게 없다. 나는 이런 위로를 바란다. 노오오오력도 힐링도 말고, 하루를 마칠 때 '수고했어요.'라고 건네는 한마디. 딱 그 정도를 지키는 담백한 위로가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나의 아주 사적인 ..
패배자 vs 패배한 사람 마음을 단단하게 할 때는 언제일까? 그런 순간을 자주 마주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심리학》의 저자 피파 그레인지 박사는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을 비롯해 유명 스포츠 스타와 정상급 연주자의 심리 코치로 활동했다. 그들은 마음을 단단하게 먹어야 하는 순간을 자주 마주하는 사람들이었고, 피파 그레인지는 그들을 코치하며 얻은 경험과 깨달음을 한 권의 책에 담아 냈다. 사탕발림 힐링이 아니라 진짜 마음 수련이 필요한 요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서는 우리 사회에 승리에 관한 잘못된 믿음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승리에 관한 잘못된 믿음이 남을 짓밟고 빼앗아야 한다는 잘못된 승리를 조장하고, 그로 인해 스스로 부족한 사람이라 느끼는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한 잘못된 ..
혹시 지금 감시당하고 있진 않습니까? 2007년에 개봉한 〈천공의 눈〉이라는 영화가 있다. 홍콩 경찰에 오로지 ‘감시’만 하는 특별 수사팀이 있고, 이들의 활약으로 비밀 범죄 조직을 추적해 그들을 일망타진한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감시자들〉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홍콩이나 우리나 마찬가지로, 특별 감시 수사팀은 영웅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들이 진짜 영웅일까? 영화에서 특별 감시 수사팀은 비밀리에 운영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하는 일이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감시’만 할 뿐, 검거에 나서지 못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그들의 활약을 긍정적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해서 이들의 업무는 국정원 불법 사찰과 별 차이가 없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이라면, 내가 이러한 ..
모른다고 말할 용기가 있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말을 한 사람이 무능해 보이는가? 혹시 무능해 보일까 봐 저 말을 속으로 삼킨 적이 있는가? 그랬다면 이제 생각을 바꾸자. 더 나은 미래를 원한다면 당신은 모른다고 말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하트 오브 비즈니스》의 저자 위베르 졸리는 과거에 모른다고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 매켄지 앤드 컴퍼니의 잘나가는 컨설턴트였고, 엘리트만 모인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모른다는 말은 뱉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달라졌다. 이제는 완벽함이 아니라 약점을 드러내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그는 2012년 미국의 망해가던 전자제품 유통 회사 베스트 바이의 CEO로 임..
2022년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이야기 2022년 대한민국은 분열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에 관하여 놀라운 통찰을 제시하는 자료가 있다. 2021년 영국의 설문조사 기관 입소스(IPSOS)에서는 28개 국가의 갈등 상황을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는 종류에 따라 갈등의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물었는데, 정말 많은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참고 링크) 진보와 보수 사이의 이념 갈등 1위 엘리트와 노동자 사이의 갈등 3위 남녀 갈등 1위* 학력 갈등 1위 정당 지지자 사이의 정치적 갈등 1위 빈부 갈등 칠레와 함께 공동 1위 계층 갈등 2위 세대 갈등 1위* 종교 갈등 1위 도시와 비도시 사이의 갈등 1위 *이 중에서 남녀 갈등과 세대 갈등은 2등과 압도적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통과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30대 후반이 되어서 처음 만나는 자유 나는 잉여인간이었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는 30대 고학력 백수가 딱 나였다. 취업은 못 하는 데, 하루하루 나이만 먹었다. 나중에는 나이가 많아서 취업이 안 됐다. 알바도 못 구했다. 30살이 넘으셨네요? 그 말을 내뱉던 사람들이 눈으로 묻던 말이 아직도 선하다. 너는 어쩌다 그 나이 먹도록 먼지 먹는 벌레처럼 그러고 살고 있냐? 그러면서 그들은 먼지 먹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모든 기회를 다 놓치고, 그 흔한 알바 자리도 못 구해서, 나는 인력사무소를 알아보려고 했다. 유튜브라도 찾아볼 걸 그랬다. 작업화 한 짝도 없이 그냥 무작정 찾아가려고 했다. 신발이 없어서 인력사무소에서도 쫓겨났다면, 아마 상심이 정말 컸을 것 같다. 그러다 운이 좋게 고영성 작가님의 연락을 받았고, 그 덕에 지..
팀이 폴리매스다 “우리는 이제 신의 언어를 읽기 시작했다.”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가 성공한 뒤 나온 말이다. 이 말에는 희망과 두려움이 모두 섞여있다. 대중은 두려움에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가타카〉 같은 영화는 유전자 과학 발전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한 사람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건 분명한 비극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책 《게놈 오디세이》는 반대로 희망을 선사하는 책이다. 우리가 우리의 유전자를 완전히 파악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까? 우선 의학 분야가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많은 연구가 예방 의학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질병 때문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천문학적인 수준에서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삶이..
인생을 '알차게 사는 사람'과 '그냥 사는 사람'의 결정적 차이 시간은 상대적이다. 물리적으로도 그렇지만, 심리적으로도 그렇다. 똑같은 1시간도 무척 길게 느껴질 때가 있고, 순식간에 지나갈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간을 알차게 쓰고 싶어 한다. 심각한 무기력에 빠진 게 아니라면, 그저 무료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을까? 많은 심리학과 자기계발 도서가 이에 관한 답을 제시한다. 몰입하는 법, 집중하는 법,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법 등 우리의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런 방법을 의외의 방향에서 접근하는 책이 있다. 시간을 알차게 쓰는 법이 아니라, 시간을 무료하게 흘려보내는 문제로부터 접근한다. 그 책이 바로 《지루함의 심리학》이다. 이 책의 저자인 제임스 댄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