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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쌤 윤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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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평은 어떻게 써야 하나 (입문) 비평이라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비평은 평(評)해야 한다. 좋다. 나쁘다. 잘했다. 못했다. 옳다. 그르다.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는 주관적 판단이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여기까지 본다면 비평이 뭐 어려울 게 있나 싶다. 작품을 보고나니 좋았더라. 나빴더라. 신선했더라. 식상했더라. 꿀잼. 노잼. 주관적 판단은 누구나 내릴 수 있다. 문제는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비평이란 객관적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주관적 판단을 주장하는 것이다. 객관적 근거는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대부분은 전통에서 가져온다. 과거의 명작과 비교하여 비평할 작품의 가치를 가늠한다. 어떤 작품은 전통을 잘 따랐을 수도 있고, 어떤 작품은 전통을 뛰어넘어 혁명을 일으키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
<컨택트> - 이 영화는 SF인가? ※ 이 글은 영화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는 외계인이 중심인 영화처럼 보인다. 예고편과 포스터는 물론이고, 심지어 개봉명마저 를 따라 라 지었으니 말 다했다. (의 원제목은 ) 그러나 영화를 끝까지 보면 이 영화에서 외계인이 별로 중요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신 엄마와 딸의 운명을 중요하게 다룬다. 딸의 죽음을 알면서도 딸을 낳을 수밖에 없는 엄마의 심정을 서정적인 화면과 애달픈 연기로 전달한다. 이런 점은 와 비슷하다. 우주와 밀접한 사건으로 시작하지만, 결말에서는 가족애를 내세운다. 묘하게 그 대상도 둘 다 딸이다. 하긴 칙칙한 아들보다는 귀여운 딸이 낫다. 딸 바보는 들어봤어도 아들 바보는 못 들어봤다. 딸을 향한 부모의 절절한 모습을 보노라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에 공감한다면 ..
<너의 이름은.> - 심장을 덜컥이게 하는 감성 직격탄 ※ 이 글은 영화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형식적 개연성 혼동하는 경우가 잦으나 개연성은 현실성*과 무관하다.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도 그 세계관이 전제하는 설정 안에서 납득이 가는 묘사라면 개연성 있다고 볼 수 있다. 비현실적인 상황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사이에 인과 관계가 성립한다면 개연성은 확보된다. 즉, 개연성이란 필연성을 확보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같은 판타지에서도 개연성을 찾을 수 있다. *개연성과 대비되는 현실성은 핍진성의 한 요소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판타지는 개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디테일한 규약을 만든다. 비현실적인 설정을 제시하되, 제한을 두며, 이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판을 벌이기 전에 세계관이라는 이름의 룰 북을 만드는 셈이다. 관객은 이러한..
[영화 토크] 2016 PGR 아재 무비 어워즈 (PAMA) ※ 이 글은 올 한해 개봉한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충달 : 2016 병신년을 마무리하며 오랜만에 영화 토크로 돌아왔습니다. 농염한 아재들이 모여 올 한해 최고의 영화를 선정하는 시간. PGR 아재 무비 어워즈, 줄여서 PAMA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사회, 기록, 업로드를 맡은 충달입니다. ??? : 근데 나는 Eternity로 소개해? 영원으로 소개해? 충달 : 니 맘대로 하세요. Eternity : 안녕하세요. Eternity입니다. Renton : 안녕하세요. Renton입니다. 1. 사운드상 (음향, 음악 통합) 충달 : 가타부타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첫 시상 부문은 사운드입니다. 사운드는 음향과 음악을 통합한 부문입니다. 통합한 이유는 시간입니다. 재작년에는..
<설리> - America is Already Great. ※ 이 글은 영화 (이하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는 국뽕 영화인가? 2009년 1월 15일. 뉴욕에서 출발해 샬럿으로 향하던 US 에어웨이즈 1549편 에어버스 A320, N106US기가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해 양쪽 엔진을 모두 잃었다. 국뽕 영화를 아는가? 이들은 영웅주의와 애국심에 기대어 흥행을 거둔다. 아무리 완성도가 형편없어도 관객 수 500만을 거뜬히 넘기더라. 조금이라도 영화로서 미덕을 갖추면 천만도 넘긴다. 좌우를 따지지 않고 엄격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 , , , , , , 등 역대 흥행작의 절반가량이 국뽕을 품고 있다. 오오. 국뽕이여. 그대는 얼마나 강력한가. 요리로 치면 미원이요. 게임으로 치면 치트키다. 흥행을 노린다면 국뽕은 현명한 선택이다. 내가 투자자라면..
[리뷰] <서울역> - 적나라한 메시지, 무너진 이야기. ※ 이 글은 영화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은 어떤 영화보다도 헬조선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보편적 복지를 역설하면서, 정작 복지가 필요한, 노숙자를 외면하는 청년. 도움의 손길을 빨아먹는 양아치들. 약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공무원들. 살려달라는 아우성과 폭동을 구분하지 못하는 공권력. 'Be the Reds'티를 입고 빨갱이를 욕하는 자칭 애국 보수. 주인공은 그 지옥도에서 돌아갈 집을 부르짖어 보지만, 돌아갈 곳은 없었다. 어쩌면 돌아갈 곳이 없다는 사실 그 자체가 지옥의 실체일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헬조선을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능력도, 달아날 장소도 없지 않은가. 결국, 모델하우스처럼 잘 꾸며진 거짓 평화 속에서 그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게 우리의 현실인 셈이다. ..
삶의 정수(quintessence)를 찾아서 ※ 이 글은 영화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제목 드럽게 기네. 사실 나는 를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제목부터 별로였다. 주연과 감독을 맡은 벤 스틸러도 기대감을 낮추는 데 한몫했다. 벤 스틸러는 , 등 주로 코미디 영화의 주연을 맡았었다. 나는 가 뻔한 애덤 샌들러 류의 영화라고 생각했다. 적당히 재밌고, 적당히 감동적인 영화라고 생각했다. 평단의 평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봉 시기가 지나자 는 내 관심 밖으로 조용히 밀려났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케이블을 통해 를 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심심하면 나오는 듯. 첫인상은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예상과 다른 점이 있다면 노골적인 저질 개그가 없어 생각했던 것 보다 덜 재밌다는 정도였다. 편집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방식이라 인상을 주지 못..
<아가씨>는 반전 영화도 아니고 페미니즘 영화도 아니다. ※ 이 글은 영화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반전의 사용법 반전은 그저 시나리오의 전개 방식 중 하나임에도 '반전 영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장르화 되었다. '반전 영화'에는 정형화된 쾌감이 존재한다. 바로 전복의 카타르시스다. 차근차근 쌓아온 이야기를 한 방에 무너뜨리고는 순식간에 새로운 이야기를 세운다. 반전 영화는 이 한 방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반전이 드러나는 순간에 감정선을 집중시키며 관객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기 위해 노력한다. 반전 영화의 최고봉이라 여겨지는 는 이러한 연출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순간 추락하는 머그잔이 산산조각 난다. 그동안 쌓아온 이야기가 무너지는 것을 훌륭하게 시각화한다. 이를 클로즈업하고 반복 재생하며 반전의 충격을 노골적으로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