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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울역> - 적나라한 메시지, 무너진 이야기. ※ 이 글은 영화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은 어떤 영화보다도 헬조선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보편적 복지를 역설하면서, 정작 복지가 필요한, 노숙자를 외면하는 청년. 도움의 손길을 빨아먹는 양아치들. 약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공무원들. 살려달라는 아우성과 폭동을 구분하지 못하는 공권력. 'Be the Reds'티를 입고 빨갱이를 욕하는 자칭 애국 보수. 주인공은 그 지옥도에서 돌아갈 집을 부르짖어 보지만, 돌아갈 곳은 없었다. 어쩌면 돌아갈 곳이 없다는 사실 그 자체가 지옥의 실체일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헬조선을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능력도, 달아날 장소도 없지 않은가. 결국, 모델하우스처럼 잘 꾸며진 거짓 평화 속에서 그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게 우리의 현실인 셈이다. ..
[짤평] <스타 트렉 비욘드> - 시리즈 궤도가 안정권에 올랐다.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시리즈는 꾸준하게 잘 나갈 것 같습니다. 저는 보다 가 나은 것 같아요. ※ 안톤 옐친의 명복을 빕니다. 이 영화가 유작이 되었네요.
[짤평] <터널> - 위트와 긴장을 오가는 생생한 재난 현장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김성훈 감독은 에 이어 까지 2연타석 안타를 기록합니다. 언젠가 홈런칠 기세네요. ※ 세 배우 모두 좋았지만, 저는 배두나의 연기가 가장 좋았습니다.
[짤평] <수어사이드 스쿼드> - DC야 고만 좀 닦아라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마고 로비는 할리퀸으로 화보 내주세요. ※ 카라 델레바인이 의외로 매력적이더군요. 차기작이 기대됩니다. 구글링해보니 똘끼도 있어 보이는 게 매력 터지네요. ※ 다음 주에는 와 도 있습니다. 하지만 을 워낙 기대했던 바라 이번 주도 후보작은 하나네요.
차단의 비통함 일베가 극성이던 시절, 나는 전투 의지가 불타올랐다. 일베의 주장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키배도 뜨고, 얼굴 맞대고 설전도 벌였다. 그런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럴까? SNS에서 메갈을 옹호하는 지인을 봐도 그저 심드렁하다. 아마 그 시절에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아무리 열변을 토해봤자 일베 유저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긴 이렇게 증거자료가 많이 돌아다녀도 못 알아먹는 사람이 나 따위가 떠드는 소리에 생각을 바꿀 리가 없다. 애당초 개방적이고 말랑말랑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뭐라 하기 전에 사태를 올바르게 볼 것이다. 내가 용쓰며 부르짖어봤자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니, 다른 사람과 설전을 벌이기가 꺼려진다. 전투 의지가 샘솟지 않는다. 싸우면 이길 수는 있나? 논리에..
[짤평] <인천상륙작전> - 예비군 교육자료가 또 생겼습니다.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진세연씨는 예쁘더라고요. ※ 의 성공 덕에 이 나올 수 있었겠죠? 제발 이번엔...
[단편][기담] 로드킬 그날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던 7월 한창이었습니다. 이런 날에는 주간보다는 야간에 일하는 게 훨씬 쏠쏠합니다. 야밤에 더위를 피해 한강 둔치를 찾는 손님이 많거든요. 목동이나 연희동을 어슬렁거리다 보면 한강 가는 손님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한강에 가면 집으로 돌아가는 손님은 널렸고요. 네. 저는 택시기사입니다. 이제 막 야간 영업이 피크를 찍는 11시 무렵이었습니다. 느닷없이 휴대전화가 의외의 이름을 얼굴에 띄우고는 "빼애애액" 신경질을 냈습니다. 이경필. 고향에 사는 불알친구입니다. 경필이와 연락 안 한 지 몇 년은 되었습니다. 마지막 연락은 고등학교 은사께서 돌아가셨을 때였습니다.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친구란 경조사 때나 연락하는 존재가 됩니다. 그래도 경조사라도 불러주는 친구가 있어서..
[짤평] <데몰리션> - 눈물이 마른 후에...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제이크 질렌할은 치트키입니다. 이야기가 어떻건, 재미가 있건 말건 제이크가 나오면 그냥 웰메이드가 됩니다. ※ 나오미 누나 주름살이 점점 늘어가네요. 누나 늙지마 ㅠ.ㅠ ※ 아역을 맡은 유다 르위스의 연기도 좋습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더군요. ※ 다음 주는 닥치고 . 현재 언론시사회 반응이 좋습니다. 급이라는 말도 있네요. 죄송하지만 다음 주도 선택권은 없는 걸로...
[짤평] <사냥> - 배후에 그가 있었다...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2주 연속 똥을 밟았습니다. 힘듭니다. 저 좀 살려주세요. 하아... 한예리 보느니 마고 로비 보는 게 훨 나았는데 ㅠ.ㅠ ※ 윤제균 사단에 이어 김한민 사단이 충무로를 습격했습니다. 천만 영화로 돈 벌더니 이런 짓을...(부들부들) ※ 어르신 고생한 걸 생각해서 연기는 +0.5했습니다. 안성기 옹 그 나이에 몸매가... 우와...
이유는 없어, 그냥 좋아! 여자친구가 카톡으로 보여줄 게 있다고 야단이다. 뭣이 그리 중허길래 이리 호들갑이냐고 물으니 사진을 한 장 보낸다. 초등학교 2학년 사촌 동생 희소가 쓴 그림일기였다. 그림은 괴발개발, 글씨도 삐뚤빼뚤, 별거 없는 초등학생의 그림일기다. 이걸 잘 썼다고 칭찬을 해줘야 하나? 본인이 쓴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제 점수는요."라며 평가하기도 우스웠다. 신나는 목소리로 전화했는데 못 그렸다 타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는 미간을 잔뜩 모으고 뭐라 대답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뭐가 그리 신났는지 여자친구는 "봤어? 봤어?" 하며 나를 재촉했다. 이제는 잘 굴러가지도 않는 짱구를 쥐어짜고 나서야, 나는 중립적이면서도 어떠한 결론에도 이르지 않는 한 마디를 뱉을 수 있었다. "근데 왜?" 그러자 여자..
[짤평]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다이아몬드 지수는 5점 만점에 0.5점씩 계산하는 걸로 바꿨습니다. 2점은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데, 40점은 너무 잔인해 보이더라고요;; ※ 사진 크기는 1.8mb 정도 됩니다. 그림을 한 장으로 만들었는데 이게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네요. 의견 들려주시면 감사히 듣겠습니다.
[짤평2.0]을 소개합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번 주 후보 영화는 , , 입니다. 결정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ㅠ.ㅠ 선정된 작품은 오늘(6월 23일) 관람할 예정입니다. 이후 올라오는 짤평부터는 차주 개봉작 후보를 올리겠습니다. 그 중에 짤평이 보고싶은 영화를 골라주셨으면 합니다. ※ 짤평은 스포없는 단평을 추구했습니다. 하지만 스포없이 평하기 난감한 작품도 있었고, 단평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고민 때문에 때로는 다소 정신없는 결과물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짤평의 노선을 명확히 하고자 합니다. 짤평은 작품을 평하기 보다는, 작품을 소개하는 데 집중하려 합니다. 총평에 신경쓰기 보다..
삶의 정수(quintessence)를 찾아서 ※ 이 글은 영화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제목 드럽게 기네. 사실 나는 를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제목부터 별로였다. 주연과 감독을 맡은 벤 스틸러도 기대감을 낮추는 데 한몫했다. 벤 스틸러는 , 등 주로 코미디 영화의 주연을 맡았었다. 나는 가 뻔한 애덤 샌들러 류의 영화라고 생각했다. 적당히 재밌고, 적당히 감동적인 영화라고 생각했다. 평단의 평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봉 시기가 지나자 는 내 관심 밖으로 조용히 밀려났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케이블을 통해 를 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심심하면 나오는 듯. 첫인상은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예상과 다른 점이 있다면 노골적인 저질 개그가 없어 생각했던 것 보다 덜 재밌다는 정도였다. 편집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방식이라 인상을 주지 못..
어느 30대 취준생의 하루 오늘도 하루를 잃었다. 시간은 굼벵이처럼 다가와찰나의 입맞춤을 남기고는영원한 상실을 새겼다 세월이 하세월이라고동동발 구르던 시절이엊그제인데 나는 어젯밤잃어버린 일 분 일 초가 아쉬워쇠주잔에 눈물을 따라 마셨다 천둥벌거숭이는찬란한 20대를소중히 여기지 않았고 고개 숙인 아재는그제야 땅에 새겨진발자국을 돌아본다 나는 얼마나 어리석길래소중한 걸음걸음을저리도 무심히 버리고 왔을까 돌아보고 후회하고는돌아서면 잊어버리는나의 죄명은 게으름 나는 죄가 부끄러워세상 밖으로, 글월 속으로외면하고, 도망쳤다 이렇게 부끄러운 시 한 편을 남기며오늘도 하루를 잃는다. ※ 언젠가는 꿈과 현실이 마주하는 장소를 찾을 수 있기를... 그 날까지 쓰러지지 않는 끈기가 우리 모두와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아가씨>는 반전 영화도 아니고 페미니즘 영화도 아니다. ※ 이 글은 영화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반전의 사용법 반전은 그저 시나리오의 전개 방식 중 하나임에도 '반전 영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장르화 되었다. '반전 영화'에는 정형화된 쾌감이 존재한다. 바로 전복의 카타르시스다. 차근차근 쌓아온 이야기를 한 방에 무너뜨리고는 순식간에 새로운 이야기를 세운다. 반전 영화는 이 한 방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반전이 드러나는 순간에 감정선을 집중시키며 관객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기 위해 노력한다. 반전 영화의 최고봉이라 여겨지는 는 이러한 연출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순간 추락하는 머그잔이 산산조각 난다. 그동안 쌓아온 이야기가 무너지는 것을 훌륭하게 시각화한다. 이를 클로즈업하고 반복 재생하며 반전의 충격을 노골적으로 강..
[짤평] <아가씨> - 헨타이즘(hentaism)에는 죄가 없다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박찬욱 감독의 직박구리 폴더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새삼 궁금하군요. ※ 헨타이즘(hentaism)은 변태를 뜻하는 헨타이(hentai)에 주의를 뜻하는 접미사 이즘(ism)을 결합한 말입니다. 제가 만든 근본 없는 신조어입니다;;
그 많은 '리뷰'들이 정말 '리뷰'일까? ※ 이 글은 영화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명확하게 쓰는 사람들은 독자를 갖게 되고, 불명확하게 쓰는 사람들은 평론가를 갖게 된다." 영화 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의 이야기는 불명확하다. 혹자는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확실히 은 떡밥을 씹고, 뜯고, 맛보는 재미를 주었다. 그리고 수많은 '리뷰'가 쏟아졌다. 5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지만, 천만 관객 영화보다 많은 리뷰를 볼 수 있었다. 역시 불명확하게 쓰는 글은 평론가를 갖는다. 그런데 그 많은 '리뷰'들이 정말 '리뷰'일까? 리뷰(review)는 비평(critique)보다는 깊이가 얕고, 즉각적인 감상 위주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엄연히 평(評)의 한 갈래다.1) 따라서 리뷰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아야 한다. 작품..
[단편] 쓰레빠 맨발의 소녀가 내복만 입고 골목을 서성였다. 냉기를 머금은 보도블록 위에서 소녀는 새앙쥐마냥 손발을 부비며 오들오들 떨었다. 어느 담벼락 아래, 반지하에서 삐져나온 보일러 연통이 하얀 김을 모락모락 피워올렸다. 소녀는 그 온기에 얼어붙은 손을 녹였다. 한참을 연통만 바라보느라 소녀는 누가 접근하는지도 몰랐다. 넝마 같은 그림자가 소녀를 덮쳤다. 소녀가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커다란 덩치의 사내가 소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녀는 잔뜩 겁이 올라 목을 움츠렸다. 가뜩이나 가녀린 어깨가 더 좁아 보인다. 사내의 우악스러운 손이 소녀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소녀는 고양이를 마주한 새앙쥐 처럼 바짝 얼어버렸다. 당장에라도 터질 듯 울음보가 그렁그렁 차오르기 시작했다. "맨발로 돌아다니면 위험해요." 사내의 목소리..
[짤평] <팔로우> -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공포 영화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정식 다운로드 컨텐츠가 있긴 한데 화질도 엉망이고 모자이크까지... 하아... 차라리 범법자가 되고 싶다... ※ 제목 센스도 제발 좀... 가 뭡니까... 트위터도 아니고;;; 원제는 입니다. (얼리어답터 얘기 아닙니다)
<곡성> - 어찌 현혹되지 않을 수 있으랴 ※ 이 글은 영화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맥거핀으로 수 놓은 기담(奇談) 을 이야기할 때 가장 치명적인 스포일러는 바로 장르다. 장르 자체가 곧 반전이자 맥거핀이다. 반대로 맥거핀이 곧 장르이자 정체성이기도 하다. 영화의 시작은 미스터리 스릴러 혹은 농촌 수사물이다. 첫 사건 현장에서 카메라는 종구(곽도원)의 뒤를 쫓는다. 풀이 우거진 언덕을 내려가는 시선은 발밑이 보이지 않아 위태롭다. 불안한 롱테이크 끝에서 마침내 드러난 참상은 긴장의 끈을 더욱 조여온다. 나홍진의 긴장감은 여전했다. 하지만 나 처럼 긴장감으로 관객을 질식시키려 들지 않는다. 대신에 웃음을 적절히 섞어 긴장의 완급을 조절한다. 겁 많고 어설픈 종구의 성격이 엉뚱한 웃음을 유발한다. 때로는 이 떠올랐고, 때로는 가 떠올랐다...
싸구려 브로치 국민학생 시절 용돈을 모은 적이 있다. 정기적인 용돈은 없었다. 책이나 학용품을 사고 남은 돈을 꽤 오랫동안 모았다. 그 돈으로 엄마의 생일선물을 사려 했다. 여자는 작고 반짝이는 선물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 목표는 액세서리로 정했다. 반지나 목걸이는 너무 비쌌다. 꿩대신닭이라는 기분으로 나는 브로치를 사기로 했다. 이마저도 어린이에게는 비싼 물건이었다. 그러니 긴 시간 모아온 돈으로 브로치를 샀을 때 얼마나 기뻤겠는가. 선물을 사고 집으로 돌아오던 때가 지금도 생생하다. 혹시나 잃어버릴까, 행여나 깡패라도 마주칠까, 나는 주머니에 넣은 상자를 꼭 쥐었다. 엄마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발걸음도 빨라졌다. 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흥분 속에서, 쿵쿵 쾅쾅, 심장이 요동쳤다. 엄마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 예측을 뛰어넘었다. ※ 이 글은 영화 (이하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웰 메이드 히어로 무비 나는 웰 메이드라는 평가를 칭찬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잘 만들었다. 이 말은 칭찬할 말이 없어 마지못해 하는 칭찬 같다. 귀엽다거나 선해 보인다는 말처럼 영혼이 없다. 독창적이거나 독보적이거나 환상적이지 않지만, 못 만들었다고 쏘아붙일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작품에 세상은 '웰 메이드'라는 칭호를 붙이곤 한다. 예술 작품으로서는 최악의 평가다. 차라리 어딘가 저급해도 기발한 매력 하나가 삐죽 솟은 작품이 낫다. 예술성은 그런 곳에 있으니깐. 하지만 상업 영화라면 웰 메이드만한 칭찬이 없다. 어느 구석 모자람 없는 영화라면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다. 일부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다수에게 만족감을 선..
[단편] 소실점(消失點) : 인류가 멸망한 날 2,0XX년 3월 4일. 희뿌연 스모그가 하늘을 겹겹이 채우다 못해 무너져내릴 것 같았던 그 날 아침, 한 신생아가 태어난 지 7시간 만에 숨을 거두었다. 이 소식에 전 국민, 아니 전 세계가 슬픔과 절망에 빠졌다. 이 아기는 7년 만에 처음으로 태어난 신생아였기 때문이다. 지난 7년 동안 인류는 아기를 낳지 못하고 있었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21세기 이후 완만하게 감소하던 출생률(인구 1,000명 당 신생아 수)은 인구가 100억을 넘긴 2,050년부터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서구 선진국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성향이 심해진 탓이라 했다. 중남미는 지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신생아 소두증에 대한 공포가 임신을 가로막는다고 보았다. 중국과 인도는 산업 성장에 따른 심각한 환경오염의 영향이라..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대사는 워낙 유명해서 알고 있지만, 난 이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여자가 얼마나 차가운 사람인지, 남자가 뭘 잘못했는지, 왜 헤어져야만 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저 물음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 있다. "사랑은 당연히 변하는 거야." 이제 막 연애전선에 돌입한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뭐 잘 생기고 이뻐서 그런 고민 안 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난 아니었지 ㅠ.ㅠ) 덕분에 '유혹의 기술'은 꾸준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비록 오버그라운드에서는 특유의 저급함과 엉성함에 별로 힘을 못 쓰고 있지만, 속칭 PUA는 언더그라운드에서 나름 사업화되기도 했다. 사랑을 시작하기 위한 '유혹의 기술'은 다양한 노력을 요구한다. 자존감을 키워라, 외모를..
[짤평] <4등> - <주토피아>만큼 보여주고 싶은 영화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Sponsored by 소요정 soyojung.tistory.com
<조이> - 치명적 노잼의 원인은? ※ 이 글은 영화 ,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조이는 편할 곳이 없었다. 그녀는 두 아이뿐만 아니라 이혼한 부모님과 할머니 심지어 전남편까지도 돌봐야 했다. 가정과 사회 어느 곳에서도 편할 곳 없이 절망하던 그녀는 어느 날 놀라운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대.걸.레. 신제품 아이디어에 사로잡힌 조이는 투자를 받아 상품을 제작했으나 판매망을 뚫지 못해 고비를 맞는다. 그러던 중 기적적으로 홈쇼핑 방송의 기회를 얻게 되었지만, 단 한 개도 팔지 못하고 파산 위기에 몰리게 된다. 결국, 그녀는 이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홈쇼핑 쇼 호스트로 나서게 된다. 현실은 의외로 막장인 법이다 는 산만하다. 주인공 조이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주다가 난데없이 TV 드라마 속으로..
[짤평] <주토피아> - 꼭 보여주고 싶은 애니메이션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9.11테러, 히어로 무비 그리고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 이 글은 영화 (이하 ''), , , (이하 ''), (이하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이 글에서 논의하는 대상은 마블과 DC코믹스 원작이 아닌, 이를 바탕으로 개봉한 실사 영화에 한합니다. 9.11테러와 히어로 무비 2001년 9월 11일. 뉴욕에 있는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 비행기 2대가 그대로 충돌하는 전대미문의 테러 사건이 발생한다. 곧이어 미국 국방성 펜타곤에도 비행기 충돌 사고가 이어졌다. 미국 본토의 핵심인 뉴욕과 국방성이 공격받았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미국인에게 커다란 트라우마로 남는다. 전 세계에 전쟁의 공포를 각인시킨 2차 세계대전 때도 본토만큼은 침략당하지 않았던 미국이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할리우드가 '9.11테러'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
[짤평]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 스타일리쉬한 마이클베이잼?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잭 스나이더는 이야기가 중요한 작품보다는 빵빵 터지는 게 전부인 작품을 다루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깐 그 비주얼 실력으로 을 영화화하라고!! ※ 번역 확실히 엉망이더군요;;
[짤평] <동주> - 영화, 시를 찍다. ※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https://www.facebook.com/shortcritique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윤동주는 잘생겨서 그른가 어딜가도 여자들이 도와주려고 무던히 애를 쓰더라고요 ㅠ,ㅠ 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