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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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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론 호구. 범의 아가리. 바둑돌 석 점에 둘러싸여 한쪽만 비어있는 모양. 여기서 유래된 또 다른 의미. 어수룩해서 이용하기 좋은 사람. 사기꾼과 타짜에게 털어 먹히기 위해 죽을 곳에 제 발로 뛰어드는 사람. 범의 아가리에 갇힌 자. 호구. 털어 먹힌 것도 억울한데, 왜 사람들은 굳이 호구라고 부르며 아픈 곳을 후벼 파는 걸까? 왜냐면 멍청해 보이니깐. 들어가면 죽을 수에 제 발로 들어가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다. 하지만 죽을 곳인 줄 알았으면 제 발로 들어갔을까? 전문 사기꾼의 설계는 매우 치밀해서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속임수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아니, 도리어 똑똑할수록 파악하기가 힘들다. 스스로 어리숙하다고 생각해서 욕심부리지 않고, 뭐든지 열심히 찾아보려는 사람은 사기당하지 않는다. 스스로 똑똑하..
<셰이프 오브 워터> - 물의 형태 : 사랑의 심상 얼마 전부터 나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한 단어가 있다. '심상(心像)' 흔히 시(詩)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다. 보통 '이미지'라는 말이 더 통용되지만, 나는 '심상'이라는 말을 더 선호한다. 외래어를 피하고픈 목적도 있지만, 이미지라는 단어가 사진 혹은 그림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점도 중요한 이유다. 심상. 마음에 맺히는 모양. 시에서는 글을 통해 어떤 심상을 이루는가를 중요하게 따진다. 심상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청각적 심상, 촉각적 심상. 때로는 둘 이상의 감각이 결합하여 공감각적 심상을 이루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두를 아우르는 단어로 우리는 '형상 상(像)'을 내세웠다. 인간에게 시각은 이렇게나 지배적이다. 그럼 시가 아니라 영화에서 심상을 추구하면 어떻게 될까? 영화는 기본적으로 시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