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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2020 진짜 돈이 되는 핵심 트렌드

이게 벌써 2년 전...


2020년 대한민국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커다란 위기를 맞이했다. 바로 인구절벽이다. 2019년 3분기 대한민국은 출산율이 0.88명을 기록했다. OECD 회원국 중 출산율 1명대가 붕괴된 유일한 국가이며, 여타 저출산 국가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적은 수치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멸절 수준의 재앙'이라고 말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 기능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며, 미래에는 '한민족'이라는 개념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어 있을까? 안타깝게도 답이 없다는 게 현실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대책으로 152조의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결과는 지속적인 출산율 하락뿐이었다. 한마디로 헛돈 쓴 거다. 그것도 152조짜리 헛발질이었다.



그럼 왜 실패했을까? 현실을 볼 줄 모르기 때문이다. 현실을 볼 줄 모르기 때문에 방향 설정이 완전히 잘못되었다. 그럼 현실은 무엇일까? 그 해답을 알고 싶다면 <혼자 살아도 괜찮아>를 읽어야 한다. 이 책의 부제는 '행복한 싱글라이프를 위한 안내서'이다. 저자 엘리야킴 키슬레브는 30개국 이상의 통계자료와 700개 이상의 블로그/기사를 바탕으로 치밀하고 거대한 독신 보고서를 완성했다. 그리고 그 보고서에 따르면 독신 인구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스럽게 출산율 하락 또한 극복할 수 없는 재앙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결혼 문화가 변화할 수밖에 없는 10가지 관점을 제시하는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느껴질 정도다)


<혼자 살아도 괜찮아> 10p


<혼자 살아도 괜찮아> 34p


뼈 때리는 현실 인식만으로도 엄청난 통찰을 제공하지만, <혼자 살아도 괜찮아>가 진짜 대단한 이유는 그다음에 있다. 이 책은 독신이 주류가 되는 현실을 고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러한 현실 속에서 행복한 삶을 이어갈 방법을 제시한다. 있는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정말 치밀하게 공부하고, 조사하고, 고민해야 나올 수 있다. 그 노력의 결정체를 한 권의 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진짜 제대로 꿀 빠는 일이다. 지식과 통찰이라는 아주 달콤한 꿀 말이다.


<혼자 살아도 괜찮아> 13p


저자는 이제라도 독신이 대세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독신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과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바로 이 지점에서 기회를 읽었다. 돈이 보였다. 독신이 행복하게 사는 환경을 만들려면 그에 어울리는 서비스와 상품이 나와야 한다. 과거처럼 가족 단위가 대세였다면 성공하기 힘든 사업 모델이 이제는 독신 인구 증가를 등에 업고 유망한 사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과연 <혼자 살아도 괜찮아>는 어떤 기회를 보여주고 있을까?



1. 공동 주거지


독신 인구는 결혼하지 않는 사람으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꽤 높은 비율로 이혼이나 사별한 사람을 포함한다. 즉, 독거노인이 큰 축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독거노인은 이미 130만 명을 넘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처는 돌봄 서비스 같은 복지 사업이 전부다. 그런데 <혼자 살아도 괜찮아>에서는 홈 셰어링이라는 부동산 모델을 제시한다.


<혼자 살아도 괜찮아> 96p


이 개념을 더 확장하면 '공동 주거지'라는 개념이 나온다. 사실 전통적인 주거 환경 중에는 딱히 독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이 많다. 필요하더라도 굳이 많은 공간을 할애하기가 아까운 것도 있다. 예를 들면 독신 가정마다 세탁기를 구비하는 것은 전형적인 낭비다. 공용 세탁소가 있어 필요할 때마다 요금을 내고 사용하는 게 공간과 자원을 아끼는 길이다. 사업 아이템이 눈에 보이지 않는가?


실제로 세계적인 오피스 공유 업체인 '위워크'는 주거지로 사업 영역을 넓혀 자매 회사인 '위리브'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주거 인기 지역에 초소형 아파트 단지로 된 공동 주거지를 지어 새로운 형태의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독신 인구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매우 유망한 사업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기가 막힌 점은 이 사업 모델이 우리나라에도 딱 어울린다는 점이다. 서울이라는 메가시티가 존재하고, 주거지 문제가 항상 거론되는 대한민국에 위리브 같은 회사가 생긴다면? 예상하건데 돈을 쓸어 담을 것 같다. 



2. 혼자 먹지 마 (Never Eat Alone)


혼자 살면 종종 서러울 때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혼자서 밥을 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지 외롭고 쓸쓸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혼밥하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나는 곱창을 좋아하는데, 혼자 먹기에는 여러모로 난감한 메뉴가 아닐 수 없다. 1인분만 주문 가능한 식당도 거의 없고, 설령 가능하다 해도 불판 하나를 혼자 차지하고 있자니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다. 지인들과 약속을 잡아야 겨우 먹을 수 있지만, 그마저도 곱창을 못 먹는 사람이 꽤 있어서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할 때가 많다.


<혼자 살아도 괜찮아>에서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어플을 소개한다. 바로 '네버잇얼론'이다. 이 어플은 자신이 근무하는 직장 근처에서 함께 점심 먹을 사람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직장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꼭 점심만 같이 먹어야 하나? 저녁에 곱창에 소주 같이 먹을 사람도 구할 수 있다. 실제로 메신저 오픈 채팅방이나 커뮤니티에는 저녁에 함께 치맥을 같이 먹자는 번개 모임 이야기가 자주 올라온다. 이처럼 명백하게 수요가 존재하는데 이를 어플로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혼자 살아도 괜찮아> 222p



3. 동호회 서비스


과거에는 가정이 친목과 정서적 교감을 제공했다. 하지만 독신이 주류가 된 시대에는 '집'이 이러한 욕구를 해소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인적 네트워크 단위로 개인의 삶이 조직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일컬어 '네트워크화된 개인주의'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가족이 제공하던 정서적/사회적/물질적/경제적 지원을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얻는 것이다. 


<혼자 살아도 괜찮아> 166~167p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들면 어떨까? 사실 이러한 서비스는 이미 상용화가 시작되었다. 유료 독서 모임이나 유료 동호회가 이미 존재한다. 이들은 콘텐츠를 개발하지도, 기획하지도 않는다. 단지 모임 공간을 제공할 뿐이다. 그러면 모인 사람들이 알아서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향유하며 즐긴다. 그동안 사업체는 가입비나 참가비로 돈을 번다.


하지만 동호회 서비스를 꼭 돈벌이로만 본다면 1차원적인 생각에 불과하다. 사람들의 만남을 이어주는 행위는 눈에 보이는 가입비 외에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래서 '씽큐베이션'처럼 무료 독서 모임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씽큐베이션은 여타 동호회 서비스처럼 회원에게 돈을 받지 않는다. 게다가 1주일 1권이라는 가혹한(?) 독서량까지 요구한다. 그럼에도 참여하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게다가 모임을 통해 만난 사람들끼리 시너지를 일으키며 이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기도 한다. 그것이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태어날 수도 있고, 인재 등용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어마어마한 네트워크 창발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무료 독서모임 씽큐베이션



<혼자 살아도 괜찮아>는 가히 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엄청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인구절벽이라는 재앙'이 '주거혁명이라는 기회'로 탈바꿈할 것이다. 저자의 주장대로 이제 독신은 거스를 수 없는 미래의 흐름이 되었다.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다면 기회가 보일 것이다. 단순히 돈만 버는 기회가 아니다. 돈도 벌고 행복도 제공하며 창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기회가 자리 잡고 있다. 2020년을 넘어 2030년, 2040년까지 이어질 혁명을 알고 싶다면 <혼자 살아도 괜찮아>를 꼭 읽기 바란다. 이처럼 페이지마다 돈 냄새가 풀풀 나는 책을 요 근래에 본 적이 없을 정도다. 


http://bit.ly/37PO8bk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